“원자력 안전관리 인력 일원화해야”
“원자력 안전관리 인력 일원화해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0.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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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전 안전을 말해야할 때
[리포트] 원전 안전과 비정규직

원전을 둘러싼 논의 중 찬반 진영으로 갈리지 않는 분야가 딱 하나있다. 바로 ‘안전’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한국사회는 찬핵과 탈핵으로 나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전남 영광 한빛 4호기에서 120여 곳의 내부 철판 부식과 격납건물 콘크리트에서 구멍이 확인됐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원전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 내에서 가로 7cm, 세로 11cm의 망치까지 발견됐다. 원전의 미래를 결정하는 논의만큼,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을 강화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과연 지금 우리 곁의 원전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나.

한빛 4호기 부실 종합판

한빛 4호기는 원전 안전 문제의 종합판이었다. 부식이 발견된 철판은 격납건물 방호벽 내면에서 방사선 물질의 유출을 막는 최후의 방벽이다. 이어 구조적으로 차폐역할을 하는 콘크리트에서도 빈공간이 확인됐다. 이는 만약에 사고가 발생해 방벽이 무너진 상황을 가정한다면 방사선 물질이 바깥으로 유출된다는 의미다. 증기발생기에서 확인된 망치는 더 심각하다. 한수원은 망치의 크기를 감안했을 때 운전 중 유입된 것이 아니라 제작 시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콘크리트 구멍의 경우 시공과정에서 다짐작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 된다”며 “부실공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격납건물 철판 부식의 원인 규명과 콘크리트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철판 부식 문제는 지난해 한빛 2호기와 한빛 1호기, 한울 1호기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한수원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원전의 경우 핵연료봉 교체 시기에 맞춰 주기적으로 계획예방정비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정규직 대비 용역직원 가장 많은 원전

한수원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역할 재정립. 원전의 안전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거론되는 지점이다. 반면 일상적으로 원전 현장에서 실질적인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원화된 원전 노동자들의 고용 실태에 대해선 그동안 논의가 부족했다. 한빛원전에서 하청업체 소속 방사선안전관리 업무를 했던 전용조 씨는 원전 현장은 사무업무를 보는 정규직과 현장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국감감사를 위해 이찬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용역업체 인력이 가장 많은 곳은 한빛본부였다. 그 비중이 무려 49.1%에 달한다.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곳은 고리본부(39.6%)로 이 또한 적지 않은 비중이다. 이 의원의 자료에서는 한수원 정규직 직원과 용역업체 직원들 간 방사선 피폭량 차이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한수원 직원들의 평균 피폭량(0.11mSv)과 용역업체 직원들의 평균 피폭량(0.97mSv)은 약 8.8배 차이가 났다. 이는 전 씨의 말대로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현장직을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용역업체는 노동자의 안전관리나 복지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 이는 노동자들의 건강문제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용역업체 하에서는 반복되는 계약과정에서 숙련된 인력이 유출 된다.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와 원전의 안전 관리라는 측면에서 원전 비정규직 문제는 중요하다.

고용형태로 이원화된 방사선안전관리 일원화해야

앞서 언급한 전용조씨는 지난 2013년 한수원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용역업체로부터 고용이 승계되지 못했다. 그는 현장업무를 도급해 원전 안전관리를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일부 한수원 직원들은 현장업무를 용역업체가 맡고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용역업체가 보고한 값만 보고 검증 없이 업무를 진행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일부 관심 있는 한수원 직원들은 용역업체직원이 보고한 값이 잘못됨을 인지해도 용역업체를 거쳐 문제를 알려야한다”고 지적했다. 원전 안전관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용역업체와 한수원직원이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이경우 불법파견의 소지가 발생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용역업체의 판단에 따라 오래 일한 사람 대신 현장업무에 미숙련 인력이 투입되면서 발생하는 안전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14년 한빛 6호기에서 실제로 방사성 기체 폐기물을 무방비로 배출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찬열 의원은 “원전 노동자들의 피폭량을 줄이기 위해 작업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방사선 안전관리 및 정비 등 원전 안전관리의 핵심 업무를 외주화하는 문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실제로 원전 현장의 비정규직과 하청노동 분야는 방사선안전관리 외에도 상시적인 유지 보수 업무인 경정비, 조명설비, 수처리, 특수경비, 청소, 본부행정, 시설관리, 계측정비, 소방시설관리 등 20여개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