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 3권 보장, 사회공공서비스에 독(毒)일까?
공무원 노동 3권 보장, 사회공공서비스에 독(毒)일까?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0.13 10:25
  • 수정 2018.06.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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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관심 부족… 구체적인 논의 필요[리포트] 공무원 노동3권

“공무원도 노동조합이 있나요?”

지난달 18일 서울 세종로공원에서 ‘노동조합 설립 필증 쟁취, 해고자 원직 복직’을 촉구하며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결의대회를 우연히 본 한 시민의 반응이다. 한국사회의 공무원과 그들의 노동권에 대한 관심과 인식 정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공무원들에게도 노조가 있다. 심지어 공무원의 노조조직률은 64.1%로 민간 노조조직률(9.1%)보다 7배나 높다. 공무원들이 민간부문 노동자와 똑같이 노동3권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대상으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특성을 감안해 특별법으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온전한 노동3권의 보장으로 실질적인 노조활동이 가능할 때, 정권의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계질서가 강하고 권위적인 공직사회에서 공무원 개인이 잘못된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공무원 노동자의 기본권과 노조 할 권리가 보호될 때 공직사회 내부에서 건전한 비판이 가능해져 공공성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공무원 노동3권에 무관심할 것만이 아니라 관련 논의를 사회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때이다. 

노동3권과 공무원

노동3권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기본 권리다.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가 사용자와 평등한 관계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만든 법적인 보호 장치이다.

공무원은 예외적이다. 헌법 제33조 제2항에는 공무원 노동자에 대해 ‘법률에 정하는 자’라는 단서 조항이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노무에 종사하는 현업공무원을 제외한 공무원들의 노동3권은 사실상 제한됐다.

한국에서 행정업무를 하는 일반 공무원들의 노조 설립과 활동은 2006년 ‘공무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으로 가능해졌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해온 결과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완전한 노동3권 보장은 아니었다. 공무원노조법의 취지는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이었지만, ‘제한’에 방점이 찍혔다. 공무원노조법에 따라 현재 노조 가입이 가능한 대상은 6급 이하의 공무원이다. 이중에서도 지휘ㆍ감독 업무를 하거나 행정기관의 입장에서 일하는 공무원, 군인ㆍ경찰ㆍ소방관 등 특수직공무원은 배제했다. 노조의 정치활동과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모든 쟁의 행위도 금지한다.

이와 함께 교섭 대상과 방법에 대한 내용도 따로 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조직과 가입,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66조 1항)과 지방공무원법(58조 1항)의 집단행위 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이 또한 다른 법령이 정하는 공무원의 의무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국가ㆍ지방공무원법과 공무원들의 각종 복무규정이 대표적이다.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노동기본과 관련된 법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지적하는 이유이다.

공무원노조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2002년부터 노조를 결성해 활동한 전공노의 경우, 2,000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파면과 해임 등 공직배제를 포함한 징계를 받았다. 이 중 136명은 현재까지도 해직된 상태이다. 공무원노조법이 만들어진 후, 전공노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다는 이유로 노조설립 필증을 5차례나 반려 당했다. 이들은 15년 가까이 ‘노조 설립 필증 쟁취’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외치고 있다.

노동1권도 보장 못하는 공무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형식적일뿐 법이 적용되는 현장에서는 단결권조차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은 공무원의 특수한 신분을 고려하더라도 가입 범위를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국가공무원은 부처에 따라 실무자가 5급 사무관인 경우가 많다. 4급 이상이 부처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린다. 공노총은 일반 공무원 6급이 기준인 현행법을 5급 이하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수직의 경우도 소방관에 대해서는 노조 가입을 허용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민동명 공노총 정책국장은 “공무원의 노조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라는 명칭부터 바로 잡아야한다”며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사회적 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보호하는 일반 노조법에 비해, 공무원노조법은 ‘운영’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해직자가 있다는 이유로 노조 설립 필증을 교부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박중배 전공노 사무처장은 “노조에서 활동하는 조합원은 노조가 판단할 사항”이라며 “정부가 말하는 해직자는 정당하게 노조 설립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공무원들”이라고 말했다.

분리되면 의미 없는 ‘노동3권’

“노동3권은 따로 뗄 수 없다.” 김주업 전공노 위원장은 노동3권은 어느 것 하나만 없어도 그 의미가 약화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이고(단결권), 불리한 사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대화(단체교섭권)하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단체행동권)을 할 수 있을 때 노동기본권이 보장된다는 설명이다.

박중배 전공노 사무처장은 “공무원에게 노동3권이 주어져도 국민을 볼모로 잡아 무리하게 행사해서 무슨 득이 있겠는가”라며 “선진 유럽 국가 중에는 경찰 소방관에게도 단체행동권을 준다. 그래도 아무 문제없다. 안 해주려고 하니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인 한국은 노동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노동에 대한 국제기준을 따라야한다”고 강조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세 가지 권리가 연결돼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은 일정부분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방송이나 의료, 철도 등 공익사업장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할 경우 직권중재제도로 쟁의권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의 단체행동권까지 말할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해당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못했다. 공무원의 단체행동권까지 말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미흡한 부분을 바로 잡으면서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은 더 쟁점이 많은 특수직 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어질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외국 사회문화·민주주의 성숙도 따라 달라

다른 나라는 한국에 비해 공무원의 노동3권은 보다 폭넓게 보장된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 중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공무원의 단결권을 거의 제한 없이 보장한다. 도지사를 제외한 상급관리 공무원은 물론 법관, 소방관, 교도관 등 특정직 공무원들도 단결권을 갖는다. 공무원들에게는 파업권도 인정이 되는데, 최소한의 사회 공공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행정적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노 소장은 “각 나라의 사회문화와 민주주의의 성숙 정도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프랑스에는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관용(똘레랑스)의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업을 하는 사람들은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사회적 제재가 가해지는데 그들의 권리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와 달리 미국과 일본의 경우는 단결권은 보장하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한다.

공무원 노동3권 보장 “공익강화 기여”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알았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문체부의 부적절한 승마 지원 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미 공무원들은 문체부 장관 뒤에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권력을 감지한지 오래였다. 상명하달의 일방통행식 의사소통이 당연한 공직사회의 구조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노태광 전 문체부 체육국장은 관련 문제를 보고서로 제출했다가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찍혀 퇴직을 당했다.

민동명 공노총 정책국장은 “공무원들이 건전한 비판의식을 가지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조라는 창구가 강화되면 달라질 것”이라며 “공무원들은 정책의 계획과 입안, 실행, 성공 여부에 대해 가장 가까이서 정보를 접하고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주업 전공노 위원장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영혼없는 공무원’은 현행 법 체계와 업무 시스템의 문제”라며 “부당한 점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책무는 국민의 봉사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발언도 공무원의 정치 위무 위반으로 징계 대상이 되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제노동기구는(ILO) 오래 전부터 한국에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해왔다. 이를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내용을 담고 있는 ILO의 핵심협약을 2019년까지 비준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노조 활동을 하는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ILO핵심 비준시기가 너무 늦다며 즉각적인 공무원 노동3권 보장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