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인 듯 노동자 아닌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인 듯 노동자 아닌 특수고용노동자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10.1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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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특수고용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준근로자, 유사근로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독자적인 사무실, 점포, 작업장이 없고 계약된 사용자에게 종속돼 있지만 노동제공 방법, 시간 등은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는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런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노동자의 권리인 노동3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이들은 노동자와 자영업자 중간 지대에 서있다.

예전부터 노동계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촉구해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자시절 이들에게 고용보험, 산재보험 의무화와 노동 3권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재계나 몇몇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달갑지 않은 분위기이다. 재계는 특수고용노동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재정적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노동 3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고액연봉의 보험설계사들 역시 세금 부담의 증가 때문에 고용·산재 보험 가입 의무화에 반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그리고 노조법

특수고용노동자를 이해하기 위해선 현행법상 ‘근로자’의 정의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제2조 1항에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한다. 근기법의 정의는 산업재해보상법, 고용보험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법에 대체로 준용된다.

반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서의 ‘근로자’의 정의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근기법과 비교 했을 때 좀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이에 준하는 수입’은 임금이 아닌 부분까지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골프장 캐디가 근기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2014년 대법원 판례를 볼 때 두 법에서 근로자의 개념은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근기법상은 아니어도 노조법상 근로자의 개념에는 들어갈 여지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와 노동 3권

사법부에선 인정했지만 아직까지 고용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설립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조설립 업무를 담당하는 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어떤 지역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설립 필증이 나오는 한편, 어떤 지역은 설립신고가 반려된다. 대리운전노조의 경우 대구지역에서는 노조설립 필증이 나왔지만 서울과 대전 등에서는 반려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첫 번째 특수고용노동자 노조 설립 신고로 주목을 받았던 전국택배연대노조 역시 지난 31일 노조 설립신고를 하였지만 세 차례 보완 통보가 오며 늦춰지고 있다. 과도한 대리점 수수료와 일방적 계약해지 등의 이유로 노조를 만들었지만 법외노조인 까닭에 단체교섭권과 단체 행동권이 없다. 회사 상대로 대화를 시도하는 것조차 힘들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사측은 일을 시킬 땐 (택배기사를) 노동자취급하고 책임 져야 할 일이 발생했을 땐 자영업자 취급 한다”며 “노조 설립증은 우리의 시민증이자 재벌택배기업 갑질을 막아 낼 수 있는 것”이라며 노동 3권 보장 필요성을 주장했다.

노동자가 되기 싫다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의 지위를 개인사업자에서 노동자로 바뀌는 것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험설계사 A씨는 “노동자로 편입돼 고용·산재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면 그에 대한 세금 부담도 증가한다”고 말하며 “지금 상태에서 훨씬 수입이 많은데 굳이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기에 반대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보험설계사들은 실적 등의 이유로 자신이 판매하는 보험에 직접 가입한 경우 많다. 또한 회사에서 전액 부담하는 단체보험에 들어가 있는데 산재보험으로 변경 될 경우 사측과 본인 반반씩 부담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보험설계사의 경우 자의적으로 산재보험에 들 수 있지만 6월 말 기준 가입률 5.5%에 그치고 있다. 그에 비해 단체보험 가입자는 94.5%에 달한다.

보험 회사 역시 노조가 생겨 단체협약으로 복리후생 등 인건비가 늘어난다면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적이 좋지 못한 보험설계사는 계약을 해지하겠단 말이다. 겸업이 가능한 보험설계사는 주부를 비롯한 여성 및 고령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실적보다는 용돈벌이식이 많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가입은 이들의 전직, 실업 등에 대비하여 고용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와 달리 보험료·실업급여 수급요건 등을 달리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고용보험에 의무가입 하여도 노동자로 신분이 변경되거나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