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법 지키는 정부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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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7.10.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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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기고 소통하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인터뷰] 황병관 한국농어촌공사노동조합 위원장

황병관 위원장은 한국농어촌공사노동조합 30년 역사상 첫 재선 위원장이다. 황 위원장은 경북지역본부장을 3차례 역임했고 6대 위원장에 당선된 후 2016년 선거에서 재선 위원장이 됐다. 지난 세월 동안 ‘깐깐하게’ 위원장을 교체해 왔던 농어촌공사 조합원들은 어떤 이유에서 황 위원장의 재선을 허(許) 했을까.

이 궁금증에서 출발해서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위원장실에 마주 앉은 첫인상은 노동조합 규모에 비해 방이 단출하다는 느낌이었다. 더군다나 농어촌공사는 신축해서 이전한지 5년 정도 밖에 안 된 곳이다. 보통은 위원장실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았다.

대답은 간단했다. “불편함을 못 느끼고, 실제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실처장들에게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는 것이 황 위원장의 설명이다. 황 위원장은 당선 이후 11명이 상근자들에게 부탁 하나를 했다. “나는 선출직 위원장이고, 당신들은 11명의 임명직 위원장들이다. 조합원들과 함께 가는 노동조합을 위해 모두가 위원장이 돼 달라.”

황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조합원들을 ‘조합원님’이라고 표현했다. 군림하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섬기는 노동조합을 모토로 하고 있으니, 당연히 ‘조합원님’이라고 했다. 그래서 황 위원장은 공사측에도 요구했다. “제가 모시는 조합원님들입니다. 모시라고까지는 안 하겠지만 아껴는 주십시오.” 

▲ 황병관 한국농어촌공사노조 위원장

농어촌공사노동조합 최초의 재선 위원장이십니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는 본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국 단위 노동조합 위원장이 재선에 도전할 경우 일상적으로 얼굴을 맞대는 본사에서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보통인데 이런 지지와 재선의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지난 3년을 뒤돌아보면서 조합원을 위해 제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무엇을 했다기보다 저는 노동조합이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을 따랐습니다. 특히 본사 조합원은 노동조합의 모습을 항상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조합원님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자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습니다. 지금까지 조합원님들은 노동조합을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담 없이 많이 나나서 소통하기 위해 식당에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식당뿐만 아니라 최대한 직접 찾아가서 협의했습니다. 노동조합은 항상 조합원님 곁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조합원님의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노동조합이 조합원님들을 위해 해야 하는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본이 무너지면 노동조합은 조합원님의 지원이나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난 몇 년간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의 이른바 노동개혁 과정에서 최일선에서 화살을 맞아왔습니다.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복리후생 축소 등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노동조합 활동에 어려움이 많으셨을텐데 어떻게 대응해 오셨습니까?

“노동조합이 언제는 안 어려웠던 적이 있나요?(웃음) 물론 특히 지난 정부에서는 더욱 심했습니다. 지난 정부의 노동정책은 정말로 노동개악 그 자체였습니다. 대다수 공공기관은 임금과 복지후생을 유린당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래도 한국농어촌공사노동조합은 노와 사가 공사의 위기를 공감했고 진정성을 토대로 하나가 되어 직원의 피해를 최소화에 노력했습니다.

임금의 경우 정부가 물가상승에도 못 미치는 가이드라인을 공기업 노동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우리 공사는 정률로 지급되는 임금인상 구조를 직급별 정액 인상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덜 받는 노동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복지는 뭐만 했다하면 ‘방만경영’이라는 딱지를 붙여 공기업을 압박했습니다. 복지를 줄이지 않으면 경영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피했습니다. 그래서 급여성 복지부분을 인건비로 전환하도록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조합원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상급단체 집회가 있을 때마다 조합원님들이 많이 참석하도록 해서 현실을 직접 듣고 느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참석하지 못한 조합원님들께도 교육과 홍보 등을 통해 소통해 나갔습니다.”

사회 전반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요구가 많습니다. 노동조합도 이런 시대적 흐름에 맞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생각하시는 노동조합 활동의 원칙이나 노동조합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노동선배들의 피와 땀의 대가로 노동환경도 많이 개선되었다고 봅니다. 노동운동의 방향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노동운동이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였다면, 이제는 행복하고 사람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직장에서 가정으로, 많은 시간을 가족과 여가생활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노동운동의 전개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노동조합 활동은 정당성과 정의로움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공감대와 소통이 필수라고 생각되고, 사용자에게는 힘의 대응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대응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연말에는 공공연맹 선거가 있습니다. 농어촌공사노동조합은 공공연맹의 핵심 노동조합인데 공공연맹의 활동에 대해 제언, 그리고 농어촌공사노동조합의 기여방안을 말씀해 주신다면?

“우선 표현의 교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핵심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 연맹에서 우리 조직이 조금 큰 조직입니다. 작은 단사나 큰 단사나 사안에 따라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공사가 조직이 크다보니 임금과 복지체계 면에서 협상이나 교섭 방법도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습니다. 헌법 제33조 노동3권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나름대로 타협과 투쟁으로 많은 성과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저는 작은 단사나 비정규직 조직의 고충을 충분히 잘 알고 있습니다. 공사 조직도 직급과 직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계약직 등 다양한 유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갈등 구조도 다양하게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하후상박 임금체계 변화와 처우개선으로 갈등 구조를 하나 하나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농어촌공사는 다양한 경험과 갈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많은 문제도 해결해 나간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연맹의 단결의 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갈등 해소 방향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운동의 대원칙은 연대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작은 노조는 연맹을 민원 창구로 여기고, 큰 노조는 큰 노조대로 알아서 해결하는 추세입니다. 노동의 대원칙이자 활동의 근거라 할 수 있는 연대와 나눔의 복원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저도 공감합니다. 작은 노조와 큰 노조가 연대할 수 없었던 것은 지금까지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와 노동자가 서로 공감할 수 없도록 정책을 펴 온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즉 이이제이(以夷制夷) 정책을 폈던 거죠.

기본적으로 연맹이나 노총은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 중심이 되는 것이 바로 헌법과 근로기준법입니다. 법을 엄중히 지킬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그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

각 단사마다 구조가 다양합니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근본적이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노동의 근간이 되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을 전 사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연대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위한 타임오프제 폐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와 같은 큰 단사도 활동하기에 인력적으로 힘듭니다. 하물며, 작은 단사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을 저해하는 타임오프제는 반드시 폐지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노동자의 권익을 찾는 첫걸음이라고 봅니다.

작은 단사의 노동환경은 비교적 큰 단사보다 열악합니다. 노동조합 활동마저 막는다면 노동환경의 불균형은 분명히 발생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끼리 싸우는 문제로 확대됩니다. 이전 정부가 바라는 것처럼...”

새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 농어촌정책이 어떻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새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노동친화적인 정부라고 합니다. 물론 그 말에 저도 공감합니다. 그러나 면밀히 바라보면 지금 정부는 법대로 하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이어온 정부는 법은 있었지만 가진 자만의 위한 법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새 정부에게 바라는 노동정책은 아주 소박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나라의 근간이 되는 헌법과 노동자의 노동환경의 근간인 근로기준법만 지켜주길 당부 드립니다. 법을 만들어 놓고 법대로 하지 않은 지금까지의 노동환경은 언제나 가진 자들을 위한 놀이터였습니다. 법을 지켜주십시오.

농어촌 정책은 종합적으로 계획되고 시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사업 효율화와 전 국토 종합계획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사업추진을 위해 사업시행의 일원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 체계가 이루어진다면 국가예산의 중복투자나 실효성 없는 사업 추진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공사는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시설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기업입니다. 먹거리의 기본이 무너지면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입니다. 공사 108년 동안 농어민들이 우리와 함께 공사를 지켜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릴까 합니다. 앞으로도, 국민에게 신뢰받고 농어민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농어촌공사를 만들도록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