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노조 선거개입 의혹, 노조 무력화 시도?
흥국생명 노조 선거개입 의혹, 노조 무력화 시도?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0.1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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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반대 집행부 갈아치우려 했나
노조 위원장 3일째 농성… 근로감독 전망

흥국생명이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노조 위원장 선거에까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는 사측을 향해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며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농성 중이다.

▲ 백창용 흥국생명보험노동조합 위원장이 회사 측의 노조 선거개입은 부당노동행위라며 지난 11일부터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흥국생명 노사는 올해 초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흥국생명보험노동조합(위원장 백창용)에 따르면, 실적에 따라 S-A-B-C-D 5개 등급을 매겨 임금의 4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안대로라면 D등급 직원의 경우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해 현재 임금에서 40%가 삭감된 급여를 받게 된다. 삭감된 급여는 최상위자(S등급)에게 돌아간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해 왔다. 이에 따른 노사 간 갈등은 지난 9월 치러진 노동조합 집행부 선거로 불똥이 튀었다. 사측에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후보를 내세워 백창용 현 위원장의 재선을 막기 위해 선거를 방해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노조가 지난 12일 공개한 동영상에는 선거 마지막 날 상대 후보자의 개표참관인이 개표를 위해 쌓아둔 투표용지를 가져가기 위해 손을 뻗치는 장면이 담겼다. 백창용 위원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상대 후보 측이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개표를 방해했다”며 “경찰이 출동한 후에야 개표를 재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사건이 발생해 흥국생명 사측의 노조 선거개입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9월 26일에는 상대 후보가 “1억 원 상당의 조합비를 횡령하고 부인을 보험설계사로 등록시켜 보험판매수수료를 부당하게 챙겼다”며 백창용 위원장을 고발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어 백 위원장과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부위원장 후보 2명이 돌연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백창용 위원장은 “사측이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비리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된 것과 관련해 “조합비 횡령은 근거 없는 이야기이며, 사측에서 영업실적을 올리기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신의 가족들을 보험설계사로 등록시켜 보험판매를 종용해 왔다”고 해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표를 마친 결과, 전체 조합원 320명 중 302명이 투표해 백창용 위원장 후보가 모두 241표를 얻어 재선을 확정지었다. 노조는 일련의 사건을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이르면 이달 말 중 흥국생명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