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격차로 시작된 을지병원 파업
임금격차로 시작된 을지병원 파업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10.1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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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서로 자료조사 결과 상이해
▲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이 파업 7일차로 접어들었지만 교섭 타결을 위한 돌파구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 고관혁 기자 ggh@laborplus.co.kr

서울 을지병원과 대전 을지대병원의 파업이 7일째로 접어들고 있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고 있지 않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은 오늘 오전 10시에 서울 을지병원과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타 대학병원과의 임금격차 축소를 요구했다.

현재 노조와 사측의 가장 큰 대립 점은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수당 신설 및 인상’안이다. 노조는 을지재단 병원들의 임금수준이 타 사립대병원의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명절수당(추석, 설날 각 50만 원), 하계휴가비 50만 원, 근속수당 신설과 기존의 식대 월 4만 7천 원을 10만 원으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수당 신설에 모두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식대만 2년에 걸친 10만 원 인상안을 내놨다.

이러한 입장 차는 1인당 평균임금 자료조사에서 비롯됐다. 노조 자체조사 결과 을지대병원 1년차 간호사의 월평균 임금은 약 195만 원 수준이며 17년차는 약 304만 원이다. 타 사립대학 병원 평균임금과 비교하면 각각 64%, 67%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측이 조사했을 땐 전문의 제외 을지대병원 1인 평균 월평균 임금은 약 309만 원으로 타 병원 평균 대비 80%으로 나타났다.

노조와 사측 양측 모두 서로의 자료 조사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차봉은 서울 을지병원지부 지부장은 “교섭단계에서 수차례 사측에게 회계자료와 임금통계자료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며 “사측은 1인당 연평균 인건비가 3,718만 원이라고 발표했다가 또 교섭에는 2,879만 원이라며 노조의 임금인상안이 총액의 28%나 된다고 자꾸 말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 보건의료노조 을지병원지부는 오늘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수당 신설 및 인상을 사측이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 고관혁 기자 ggh@laborplus.co.kr

파업에 참가한 한 간호사는 “입사 첫 달은 150만 원도 간신히 받는다”며 “타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대학동기들과 비교해 봐도 월 100만 원 정도 차이난다”고 말했다. 이어 “병동에서 월 300만 원을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기본급 180만 원에 야간수당까지 합쳐져 2년차부터 200만 원을 약간 넘는 수준인데 연봉 3,700만 원은 누가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 을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3,718만 원이라는 통계는 공시된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것”이라며 “노조에서 주장하는 2,879만 원은 확인해보고 다시 입장을 발표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보건의료노조 집단교섭에서 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곳은 을지대병원과 을지병원뿐이다. 노조가 지난 15일 교섭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병원 운영의 안정화’를 이유로 거부했다. 사측 관계자는 “아직까지 교섭 일정이 잡히진 않았다”며 “만약 병원 운영이 안정되고 노조가 다시 교섭을 요구한다면 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