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에 ‘집단 구타’ 당하는 노사
여론에 ‘집단 구타’ 당하는 노사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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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아침 저녁의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출퇴근길에 움츠러드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러다가 곧 겨울이 찾아오겠지요. 봄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겨울은 좀 더디게 찾아왔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사계절이 뚜렷해서 그 계절에 맞는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 것은 ‘오랜 전통과 관습에서 확고하게 형성된 자명한 사실 또는 전제된 사실’인데 이렇게 계절구분이 무너지고 있는 걸 보면 헌법재판소에 ‘봄가을이 짧아지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라도 제기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지금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차가운 바람은 계절의 변화만큼이나 심각해 보입니다. 명확하게 편을 나눈 다음, 자기 편이 하는 일은 아무리 비이성적이고 황당하더라도 환호하면서 지지하고, ‘적’이라고 규정되면 모든 일을 반대하고 비아냥거리는 ‘패거리 문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의 의견란을 보면 좀더 명확해 집니다. 우리 사회가 정치과잉의 사회라지만 모든 문제를 정치적인 호불호와 연계해서 재단합니다. 심지어는 가정사와 관련된 폭력사건을 다룬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스포츠 결과를 놓고도 이를 정치적 관점과 연계하는 식입니다.


우려할 만한 것은 이것이 비단 정치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 반노조 정서도 정치에 못지 않습니다. 기업이나 노조에 관련된 기사의 의견을 보면 일방적인 비난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이것을 단순히 이미지 조작이나 여론공세로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기업도 노조도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억울하다는 하소연이 아니라 확실한 신뢰를 만들어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물론 사회 전체의 이분법적 사고를 바꾸는 ‘상식적인’ 사회 만들기도 함께 이루어져야겠지요.


이번호에서는 불법파견과 도급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 법안’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현장에서 느끼는 파견, 도급 문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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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 10월호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했던 한일FTA는 이후 국정감사 과정에서, 그리고 산업현장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이번호에서도 후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참여와혁신>은 향후 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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