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기대하는 공공 비정규직 발목 잡는 ‘파견법’
정규직화 기대하는 공공 비정규직 발목 잡는 ‘파견법’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0.1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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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운영매니저 7명 전환 논의 시작조차 못하고 계약해지 당해
16일 기자회견서 “해고 규탄 및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촉구”
▲ 전국공공운수노조는 17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한국마사회, 비정규직 해고 규탄 및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정부 지침에 따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 외려 장애물로 전락했다.

오는 19일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한국마사회 장외지사(렛츠런 문화공감센터) 파견 운영매니저 7명이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마사회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계약을 맺고 있는 파견업체와의 계약은 한시적으로 6개월 연장했지만, 계약 기간 2년이 도래한 일부 파견 노동자들의 경우 계약해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파견법은 노동자의 총 파견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겨 파견 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사용사업주에게 파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하는 ‘고용의무(제6조2)’를 명시하고 있다.

마사회 운영매니저들은 지난 2015년부터 경마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마사회 장외지사에서 운영하는 지역주민을 위한 각종 강좌와 대관 등의 전체 업무를 관리해왔다.

이들이 소속된 전국공공운수노조(이하 공공운수노조)는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한국마사회, 비정규직 해고 규탄 및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은커녕 해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는 향후 구성될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통해 정규직 전환 여부 등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면서 “이는 언제 꾸려질 지도 모르는 협의 기구를 통해 대상에서 제외될 지도 모르지만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니, 집에서 기다리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이상 상시지속업무에 고용됐다면 정규직 전환 논의와 무관하게 즉각 직접 고용하는 것이 옳다”며 “대표 공공기관인 마사회는 운영매니저 해고를 철회하고 정규직 전환에 책임 있게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당사자의 해고로 이어지는 파견법, 기간제법을 만든 정부도 근본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마사회 관계자는 “정부 지침을 준수해 순차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 9월 22일 직접고용부문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에서 내년 1월 1일자로 약 5,600명을 정규직 전환키로 협약을 체결했고, 간접고용분야 협의기구 구성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마사회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전략기관으로 지정해 컨설팅 팀까지 꾸려진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전체 80%에 달한다. 직접고용 비정규직 외에도 파견 73명, 용역 1638명 등 1711명의 간접고용노동자가 있다.

지난 7월 20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지침 중 파견‧용역 노동자에 대한 주요 내용은 ‘기관 단위에서 기관별 특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되, ‘노사전문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계약이 만료됐으나 전환준비에 시간이 필요한 경우 일시적으로 계약을 연장하는 조치가 가능하다’는 점도 밝히고 있다.

한편 같은 날 오후 마사회와 당사자인 운영매니저들이 간담회를 통해 만났지만, 양 측의 대화는 서로의 입장차이만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