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 된 노동자협동조합 정책토론회
아수라장 된 노동자협동조합 정책토론회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0.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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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택시 빼라” vs “토론회 방해 말라”
일부 쿱택시 잡음에 택시노조 조합원 격분

국정감사가 진행되지도 않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때 아닌 소동이 벌어졌다. 18일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택시노조 조합원 수십 명이 ‘한국노동자협동조합 정책토론회’를 비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토론회는 국내 노동자협동조합 사례를 발표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청중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메웠고, 1부 행사가 시작될 무렵에는 빈 공간마다 간이의자가 놓였다. 돌봄서비스 협동조합인 도우누리와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택시협동조합, 외식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해피브릿지 등이 주최자로 들어가 있었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co.kr

주최 측 대표자들의 인사말이 이어지던 중 박계동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이 마이크를 넘겨받자 청중석에서 고성이 튀어나왔다. 청중석에 앉아있던 한 택시노조 조합원이 “쿱택시(택시협동조합)은 빼십시오”라고 외치자 연이어 고함이 들렸다. 소란한 가운데 “친구가 택시협동조합에 2,500만 원 출자금을 냈는데 못 받았다”거나 “택시협동조합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말하는 택시노조 조합원도 있었다.

택시노조 조합원들의 주장은 택시협동조합 사례를 이번 토론회에서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택시노조 조합원은 “노동자협동조합 찬성한다”면서도 “많은 택시노동자들이 (택시협동조합 때문에)일터를 떠나고, 보증금을 못 내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소속 조합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택노련은 기존 택시업체가 택시협동조합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출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출자금을 내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더라도 퇴사할 경우 출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좌장을 맡은 김홍일 성공회 신부가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한국택시협동조합 박계동 이사장과 이경석 본부장이 전택노련 조합원들과 별도의 회의실에서 직접 이야기하기로 한 것이다. 어렵게 토론회가 재개됐고, 노동자협동조합에 대한 기본개념과 의미, 그리고 한국의 노동자협동조합 현황이 소개됐다.

그러나 토론회는 무산에 가까운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이경식 본부장이 자신의 토론순서에 참여하기 위해 별도로 마련됐던 자리를 뜨면서 분위기는 다시 험악해졌다. 토론이 중단된 상황에 대해 청중석에서도 항의가 이어졌다. 이미 예정보다 1시간가량 늦어져 시작된 가운데 토론회는 주요내용이 다루어지지 못한 채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