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협동조합 ‘하지 말자’ 아닌 ‘잘하자’
택시협동조합 ‘하지 말자’ 아닌 ‘잘하자’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0.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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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일부 조합, 사실상 도급제로 운영
업종 특성 반영하고 협동조합 본령 따라야

택시협동조합이 기존 법인택시와 달리 운전기사들의 소득을 높이고 노동조건을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하 ‘전택노련’)이 26일 주최한 ‘택시업종에서의 협동조합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는 택시협동조합 설립 및 운영실태가 발표됐다. 이날 토론회는 임승운 전택노련 정책본부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문범 노무사(법무법인 이산)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전택노련은 이날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반영해 택시협동조합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를 다음 달 중 발간할 예정이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이문범 노무사는 최근 택시운송업 상황을 구조조정이 절실한 시점으로 요약하면서 “우수업체를 육성하고 부실업체는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택시협동조합은 택시운수종사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택시협동조합은 2015년 7월 박계동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현 한국택시협동조합 이사장)의 주도로 출범했다. 이문범 노무사는 “한국택시협동조합은 가동률(전체 차량 대비 운행 대수)을 높이고 보험요율을 낮춤으로써 이윤을 확대, 이를 조합원인 운전기사들에게 배당하여 월수입이 증대된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협동조합에 대한 운전기사들의 이해 부족으로 ‘과도한 소사장주의’가 만연해 사실상 도급제와 다르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구지역 택시협동조합을 예로 들면서 “차고지만 제공할 뿐 운송수입금 관리와 차량 관리 등을 운전기사 개인에게 맡겨뒀다”고 말했다.

이문범 노무사는 한 가지 대안으로 노동조합이 협동조합을 설립,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택시협동조합의 부실·탈법 운행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조 사무처장은 이어진 토론에서 “기존 법인택시가 협동조합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출자금을 못 내 고용이 승계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지금의 택시협동조합은 협동조합을 하나의 외피로 사용하고 있을 뿐, 협동조합의 목적과 괴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택시협동조합의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할 수는 없으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종술 사회적기업진흥원 설립지원팀 과장은 “택시업종에서 협동조합을 제대로 만들려면 설립 단계에서부터 노동자들이 참여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조합원으로 들어갔을 때 조합의 정관, 권리와 의무, 규정을 잘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곽철홍 고용노동부 사무관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최근 근로기준법 제59조의 노동시간 특례업종에 택시운송업이 남게 된 것과 관련, “택시운송업도 근로시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