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있는 직장 만드는 게 '진짜' 혁신
희망있는 직장 만드는 게 '진짜' 혁신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7.01.08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부가 즐거워야 외부고객만족도 가능
산재의료관리원노동조합 김자동 신임위원장

지금 산재의료관리원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병원이란 이름을 달았지만 노동부 산하기관이다. 산재전문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종합병원의 시스템을 갖출 것을 강요받고 있다. 또 정부는 조직진단을 통해 구조조정과 아웃소싱을 진행하려 한다. 본 업무가 아닌 경영평가를 위한 행정적 업무는 업무강도를 높이고, 고질적인 승진적체 문제와 낙하산 인사 등은 구성원들의 열정과 사기는 떨어뜨리고 불만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노동조합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 또한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위원장 당선 축하인사가 기쁘기보단 “조합원들의 기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산재의료관리원노동조합 김자동 신임위원장. 메모하는 것이 습관이 된 김 위원장의 수첩엔 오늘도 “후배들에게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주기” 위한 고민들이 가득하다.

▲ 산재의료관리원노동조합 김자동 신임위원장
찬성률 83.5%라는 상당히 높은 지지율로 당선이 되셨습니다. 소감이 어떠하신지요?

사실 축하를 받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산재의료관리원이 많이 힘든 상황이고, 개인적으론 주말부부라 위원장을 하겠다고 결정내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어려운 시기에 99년부터 5년 동안 집행부 활동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안정된 직장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직장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83.5%란 찬성률은 그만큼 조합원들의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저 지금으로선 조합원들의 생각을 잘 읽고 잘 읽은 만큼 잘 풀어나가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경영평가를 위한 혁신은 병원현실과 맞지 않아

‘틀을 깨고 평등으로 모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위원장님의 선거공약 모토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공약사항 중 ‘노사공동혁신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노사공동혁신위원회’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입니까?

지금 회사는 정부에서 만든 경영평가의 기준잣대로 사용하는 혁신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정부에서 원하는 건 그 기관에 맞는 변화와 혁신이지 행정위주의 잣대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경영평가를 위한 행정기준과 저희 병원과는 전혀 맞지 않고요. 오히려 그 평가기준에 맞춰서 일을 하다보면 환자 돌보랴 설문조사하랴 바쁘기만 합니다. 전 저희 병원 현장에 맞는 혁신을 하고 싶어요. 물론 노동조합도 혁신을 하는 부분에 대해선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풀어야 외부 환자들에게도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내부의 불만족을 자체적으로 푸는 혁신을 하고자 하는 겁니다. 현장에는 혁신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있어요. 이제 그런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서 회사와 함께 해결해 나가고자 합니다. 특히 승진문제에 대한 불만이 많아 이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자 합니다.

‘노사공동혁신위원회’ 외에도 임금제도 개선이나 공공성 강화 등 여러 가지 공약사항들이 있습니다. 이 중 임기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저희 조직인원이 2천명 정도 되는데 이 중 조합원이 1500명이 넘습니다. 모두 4급부터 6급까지에 해당하죠.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 승진적체 현상이 심합니다. 사실 저도 근로복지공사 시절인 89년에 입사를 했는데 18년 동안 한 번도 승진을 못했어요.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승진과 관련한 내부직원들의 불만이 많습니다. 더구나 현재 본사의 인사위원회가 일반직 1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리직들이 전문분야의 승진을 좌지우지 하는 거죠. 또 방사선과나 간호과 등 전문직들은 티오제도에 묶여서 일반직만큼 승진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많지 않고 직급도 대부분 2급까지로 한계가 있죠.

그리고 일반관리직의 경우엔 낙하산 인사도 존재하고요. 이런 승진과 관련된 문제들은 구성원들의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열정을 빼앗아가요. 그래서 임기 3년 동안 인사·승진문제 만큼은 정리를 했으면 합니다. 먼저 모든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고 병원 현실에 맞는 인사원칙을 만들고자 합니다. 또 승진제도에 있어 차별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인사위원회 또한 전 직종이 참여해 의사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을 변경하려고 합니다.

 

동기부여 해주면 수익성 절로 높아져

현재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방침은 공익성 추구보다 수익성 부분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공공기관에게 있어 공공성과 수익성 중 어느 것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공공기관의 경우엔 당연히 공공성을 중시해야 하죠. 특히 산재의료관리원의 경우 산간오지에 있는 병원도 많아요. 수익성만 생각한다면 굳이 그런 곳에 병원을 지을 필요는 없죠. 하지만 수익성보단 국민 전체를 위한 공공성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자꾸 수익성의 잣대로만 평가를 하고 조직진단을 통해 구조조정 구실을 만들려 하니 문제입니다.

산재의료관리원은 노동부 산하기관이지만 노동부 직원들이 병원업무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게 현실입니다. 또 특수목적을 갖고 있는 병원임에도 종합병원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모든 진료과목을 둬야 하는 것도 비효율적인 측면이죠. 산재의료관리원은 산재전문병원인 만큼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고, 수익성을 높이려면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줘야 합니다. 많은 병원들이 산간오지에 있기 때문에 의사를 구하는 것도, 오지 근무 직원들은 결혼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복지나 승진 등 이런 부분에서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가 이뤄진다면 수익성도 좋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산재의료관리원 또한 조합원이 전국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만큼 현장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고 살펴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전국에 있는 조합원들을 아우르기 위해 계획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지요?

얼마 전 아침마다 직원들에게 보내지는 사내메일에 노동조합 홈페이지에 바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링크를 걸었습니다. 조합원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조합원들이 관심을 갖아야 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5년 동안 집행부 활동을 하고나서 현장에서 돌아가 다시 근무를 하면서 보니까 어떤 문제가 생기면 가깝게 지냈던 선배들을 찾아다니면서 조언을 구하더라고요. 그래서 1년에 두 차례 정도 노동조합 선배들과 함께 모여 생각을 듣는 만남의 자리를 만들려고 합니다. 또 대의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동교육 등을 실시하려고 해요. 각 지부노사협의회 때에는 본조의 사무처장이 참석해 함께 노사협의를 해 나가고 지부에서 해결되지 않은 사안들은 본조에서 마무리하는 방법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들을 통해 우리가 먼저 단단해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외부에서 어떤 바람이 불어 닥쳐도 견딜 수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