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에 가득 담은 지역주민 사랑
연탄에 가득 담은 지역주민 사랑
  • 정유경 기자
  • 승인 2007.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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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입에서 배달까지 발 벗고 나선 광주은행노동조합

겨울비가 내릴 듯 잔뜩 찌푸린 토요일 오후.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해 광주은행노동조합원들이 황금 같은 주말을 반납하고 모였다. 오늘의 미션은 조합에서 구입한 3000장의 연탄을 광주 양동시장일대에 사는 어려운 지역주민에게 배달하는 일.
웃음이 끊이지 않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행동은 무척 조심조심이다. 연탄이 깨질까 두 손으로 받치며 지그재그로 서서 연탄을 옮기는 모습이 한두번 호흡을 맞춰본 솜씨가 아니다.

▲ ⓒ참여와혁신

동장군 걱정 이제 그만
연탄배달은 겨울마다 나오는 단골 소식이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단다.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연탄 한 장 아끼려고 불구멍을 막고 자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 흔하지만 그만큼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연탄 걱정 없이 겨울을 날 이웃을 생각하면 흐뭇해 잠깐 쉴 틈도 없다. 배달되는 이웃에게 연탄이 차곡차곡 쌓일 때마다 손놀림과 발걸음도 빨라졌다. “좋은 일을 해서 보기 좋다”고 격려를 해주는 주민들의 말에 더 힘을 얻어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배달은 끝이 났다.
즐거운 분위기에 특이한 앞치마 역시 한몫을 했다. 한 복지관에서 시간이 지나 못쓰게 된 플랜카드를 재활용해서 만들어 준 앞치마로 나눔 활동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이 느껴진다. 또 서로의 앞치마에 적힌 글씨를 보며 웃으며 일하고 연탄 숯 묻는 것도 방지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 ⓒ참여와혁신


지역민 도움 없는 광주은행은 ‘앙꼬 없는 찐빵’
어려운 지역민들을 위한 나눔 활동은 이번뿐이 아니다. 광주은행노동조합은 매분기마다 나눔 활동을 실천해오고 있다. 지난 2006년만 해도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애일의집, 입양기관인 이화영아원, 수련회를 목적으로 떠나 주변청소를 하고 돌아온 명사십리, 이번에 실시한 연탄구입에서 배달까지 한 분기도 빼놓지 않았다.

분기별 나눔 활동 이외에도 매년 사랑의 호프데이 행사를 해 수익금으로 결식아동의 점심을 지원하고 있다. 또, 매월 급여에서 1만원씩 성금을 출연해 지역의 생활고를 겪고 있는 지역민들을 돕는데 앞장서고 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꾸준한 활동으로 지역민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소외계층과 함께 어려움을 나누려는 의지를 높이 사고 광주은행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민영화를 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지금의 입장에서 지역민들의 이러한 응원은 광주은행이 지주금융회사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시대와 발맞추는 노동조합
최근 들어 노동조합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흔히 노동조합이라고 하면 임금협상과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사측과 타협하고 투쟁하는 곳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광주은행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본 노동조합의 활동 범위는 이에 국한되지 않는다. 단순히 직원들을 위한 노동조합이 아니라 ‘기업과 지역사회 연결’을 추진하는 역할도 함께 한다.

광주은행노동조합 하희섭 위원장은 “현재의 노동운동은 지역사회와 연계하지 않고 개별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을 한다면 사회적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광주은행이 발전해 나가는데 있어 사회적인 공감대라는 측면은 상당히 중요하다. 더구나 지역민을 고객으로 하는 광주은행으로서 지역민들이 무관심하다면 기반자체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광주은행노동조합은 직원들이 하나가 되어야하고 지역주민들과 지역 노동계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나눔 활동이 거듭되면서 참여하는 인원도 늘었다. 한번 참여하면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또 새로운 조합원들의 지원이 이어지는 상황. 초창기에는 집행부 중심으로 시작했는데 이젠 제법 집행간부가 아닌 사람도 꽤 늘었다. 가끔 만나지만 좋은 일로 만나는 사이인 만큼 동료애도 더욱 돈독하다.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데 있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음과 마음이 통해서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바로 진정한 나눔이고 사랑이다. 진심어린 정성의 손길을 기다리는 지역주민이 있는 한 다가오는 2007년에도 광주은행노동조합의 따뜻한 행보는 계속 될 것이다.

   
▲ ⓒ참여와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