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고령화로 재정난 심화, “국비 보전해야”
만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국가유공자 등에게 제공되는 도시철도 무임 혜택으로 인한 손실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해마다 운영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도시철도 안전을 위한 재투자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의 재정난이 갈수록 심각해질 전망이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현재 도시철도가 운영 중인 도시는 서울과 부산을 비롯해 대구·대전·광주 등이다. 이들 6개 대도시의 7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매년 8천억 원 수준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 협의회’(이하 ‘지자체협의회’)에 따르면, 법정 무임승차에 따른 운영손실은 2012년 51.5%로 절반을 넘겨 지난해에는 66%까지 불어났다. 무임승객 수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4억 2,400만 명이나 됐다. 전체 승객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연 평균 3.4% 가량 늘어났다.
도시철도 무임손실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인구의 고령화가 지목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볼 수 있다. 올해 초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연내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 속도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가 사회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이러한 전망이 도시철도에서 가장 먼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무임손실이 지금의 속도로 늘어날 경우,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2020년에는 8천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철도 무임제도에 손질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누적된 운영적자와 그로 인한 재정난으로 인해 도시철도 시설과 전동차 등에 재투자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의 경우 1989년에 도입된 전동차가 지금도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신차 도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잦은 고장과 지연으로 승객이 불편을 호소하는 일도 늘고 있다. 특히 시설 노후화에도 유지보수가 제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6개 지자체와 기관들의 비명이 계속돼 왔다. 지자체협의회는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중앙정부가 무임손실을 보전하라’고 요청했다. 대부분의 세금이 중앙정부로 흘러가 지자체 재정자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들 기관의 노동조합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 도시철도 및 광역철도 운영기관 노조로 구성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상임의장 최병윤, 이하 ‘궤도협의회’)는 9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임수송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병윤 상임의장(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무임손실로 인한 적자로 인해 재투자가 어려워져 종사자의 건강과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재준 공동의장(대전도시철도노조 위원장)은 “무임제도를 폐지하자는 게 아니며, 6개 대도시에 인구 절반이 사는 만큼 도시철도 무임제도는 중소도시에 대한 차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궤도협의회 관계자는 “만성 적자 때문에 노후선로 교체와 전동차 부품 정비에 중고품을 사용하는 실정”인 데다, “역사 내 환기시설 고장으로 하루 종일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궤도협의회는 오는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시민토론회를 개최하고 무임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