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노동자가 하나되는 길 공공산별의 문 열리다
공공노동자가 하나되는 길 공공산별의 문 열리다
  • 함지윤 기자
  • 승인 2007.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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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아! 이음새 하나가 천년을 결정하는 겨.”
요즘 한 광고에 나오는 어느 건축명장의 말이다. 초석을 얼마나 튼튼하게 잘 놓느냐에 따라, 이음새 하나하나를 얼마나 제대로 하느냐에 따라 한순간에 우르르 무너진 삼풍백화점이 될 수 있고, 천년을 넘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건물이 될 수도 있다.
한 조직을 만들어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처음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점점 커가는 조직이 될 수도 있고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다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그런 설렘과 우려를 안고 지난 11월 30일 공공산별이 첫발을 내딛었다.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이 창립발기인대회를 갖고 규약 제정과 초대집행부(위원장 황민호)를 선출한 것이다. 이로써 기업과 지역, 업종을 넘어 공공부분의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 탄생됐다.
하지만 다른 산별노조들과 마찬가지로 공공노조 또한 산별노조 탄생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못했다. 초산업적이며 사업장이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고 다양한 업종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공공서비스부문의 특징으로 인해 기업별 노조로서의 한계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래서 1999년 공공연맹의 탄생 때부터 산별노조는 고민되어 왔다.

그러나 산별노조의 건설목적과 지역이냐 업종이냐의 문제, 기업별노조를 인정할 것인가 등에 관한 구성원들 간의 입장차이로 지리한 논쟁만 거듭됐을 뿐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서 지난 9월 27일 공공연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공공노조의 출범일이 확정되고 11월 30일 공공노조가 탄생하게 됐다.

갈 길 험난해도 조바심은 금물

공공부문 산별노조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은 험난하다. 지리한 논쟁을 해왔던 쟁점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에 공공노조를 출범시키다보니 규약만 존재할 뿐 세부 규정이 갖춰지지 않았고 현장 조합원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 또 공공연맹 소속 조합원 중 공공노조 가입대상이 6만5천여명인데 공공노조 출범할 때 조합원수는 3만여명으로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것이 초대집행부의 생각이다. 공공노조의 기틀을 마련하고 2월 직접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3개월 임기의 초대집행부는 “더디게 가더라도 현장과 함께 가겠다”고 밝혔다. 공공산별노조의 초석이 될 규정부터 “다른 산별노조의 규정들을 짜깁기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정책담당자들과 함께 논의해서 만들겠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공공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한다. 기업별 노조를 인정하는 병렬구조로 출범한 것도 계속되어온 논쟁이 공공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형식이 아닌 내용을 갖춘 공공산별노조가 되기까지, 공공노조를 넘어 통합공공대산별을 이루기까지 갈 길은 멀고 우려의 목소리 또한 많다. 그러나 이제 공공노조의 출범으로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다. 그 발걸음은 길을 만들 수도 있고, 몇 발자국 가다 끊어져 사라지는 흔적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막 출범한 공공노조가 처음 마음처럼 조금은 더디더라도 현장의 소리를 듣고 현장과 함께 한발한발을 내딛어 천년을 가는 길을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황민호 초대위원장

공공서비스부분은 공공재를 다루기 때문에 교섭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에 산별교섭이 어떠한 방향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는지?
···더디게 가더라도 공공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산하 사업장의 공공노조의 교섭방침이 통일되게 기준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해서 일괄적인 방침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공공노동자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필요한 부분이 핵심적인 정책사항이라고 한다면 정부가 교섭에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교섭구조는 아닐 거라 예상합니다. 하지만 다른 산업 산별의 교섭구조만 보더라도 지난한 투쟁과정 속에서 쟁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공산별노조로서의 투쟁의 원칙과 조건과 상황들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간다면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보거든요. 여기에 상응하는 정부 담당자들의 의식변화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초대집행부의 임기가 3개월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요? 초대집행부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산별노조를 반대할 때 상층부의 관료화와 기업별노조보다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주요 이유로 듭니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초대집행부의 임기는 3개월로 한정했습니다. 실질적인 사업은 2대 집행부부터 진행될 것이고, 초대 집행부는 그 초석을 닦는 거죠.
이 3개월 동안 황무지에 길을 잘 닦아 2대 집행부부터 탄탄대로로 갈 수 있게 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죠. 업종본부를 어떻게 구획정리 할 것이냐, 지역본부를 어떻게 나눌 것이냐 이런 부분들을 상층부의 논의만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내부의 몇몇 사람들이 다른 산별노조의 규정을 갖다가 짜깁기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정책담당자들이나 간부들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고 그 의견을 담아서 규정을 제정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공공연맹 및 다른 단체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일단 산별노조는 조직가입이 아니고 조합원 개별가입입니다. 지난번 9월에 있는 공공연맹 대의원대회에서 확정된 것은 공공연맹 산하의 공공·버스·화물·택시 4개 조직이 통합연맹을 만들고 운수노조와 공공노조가 이에 가입한다는 것입니다.
그 통합연맹은 2007년도 말까지 존재하면서 운수노조와 공공노조를 통합시켜 결국 공공대산별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공공노조는 어쨌든 공공대산별로 가는 1단계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죠. 공공노조의 지금 초동사업이 중요한 것은 공공대산별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첫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입니다.

2월 직접선거까지 최소 4만여명의 조합원을 가입시킬 계획이신 걸로 압니다. 현장 조합원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대공장들은 기본적으로 ‘공공부분 노동자들은 하나다’라는 정신에 입각해서 양보하는 마음이 있어야 된다고 봐요. 천명 이하의 작은 노동조합은 거기에 따른 배려를 해야 하고요. 이게 조화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 없이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큰 사업장들은 재정이나 운영면에서 자기완결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연구소 하나를 만들 수조차 없습니다. 그러니까 재정과 인력을 산별노조로 집중해서 공동의 전선, 공동의 대응을 마련해야 문제를 풀 수 있죠.
특히 공공부분의 경우, 노동조합이 법적지위를 갖고 있음에도 자주적인 노사교섭권을 만들 수 없는 구조입니다. 왜냐면 기획예산처가 다 틀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노동운동의 미래를 생각할 때 노동조합 조직률 10%를 가지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기만과 위선입니다. 자기 것 챙기기에만 급급해서는 자본과 정권에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을 현장과 이야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창립발기인대회에선 기업별노조도 인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병렬관계는 계속적으로 가지고 갈 것인지요?
···현재는 병렬이지만 기본방침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극복한다는 거죠. 현재 처한 상황에서 지역이 옳냐, 업종이 옳냐는 것은 지난한 논쟁이거든요. 그러한 논쟁이 우리 노동자들에 이득이 되지 않습니다.
일단 산별노조를 발족시키고 그 과정에서 현재의 상태들을 존중해 가면서 앞으로의 방향성들은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게 잡고 그것을 극복해낸다는 거죠. 지역중심이냐 업종중심이냐는 끊임없이 논쟁을 해 왔고, 그런 논쟁이 길어지다 보면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요. 제가 볼 때 그건 산별노조로 가는 데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봅니다.

공공노조가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무엇인가요?
···공공노조의 핵심 지향점은 3가지로 압축할 수 있어요. 첫째, 사회공공성 강화입니다. 노동자들이 임금투쟁으로 10% 임금인상을 했다고 하더라도 사회보험료가 15~20% 오른다고 하면 임금인상 협상의 의미가 없는 거죠. 이런 사회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사화공공성 강화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열악한 환경에 있는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을 하는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노동자라든지, 시설관리노동자들의 환경은 여전히 어렵고,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조합도 있습니다. 이번에 법이 통과됐지만 필수사업장들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비단 이것이 공공노조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공공대산별의 완성을 위해서 공공노조가 내실 있는 활동들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대 위원장을 맡으시면서 ‘꼭 해야할 것’과 ‘꼭 필요한 것’을 해가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이야기하셨는데요.
···먼저 꼭 해야할 것은 산별노조로서의 위상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규정 정비 및 내부정비작업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2월 직접선거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잇도록 만만의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조직 강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입니다. 거기에 따른 제규정을 현장의 의견들을 가감 없이 수렴해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죠. 꼭 필요한 일은 개별노동자가 아니라 각 기업들이 속해 있던 지역별, 업종별로 속해 있던 개별노동자가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공공부분 노동자가 하나다’라는 통합의 기풍를 세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