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중소기업 정책, 무엇을 담나?
문재인 정부 중소기업 정책, 무엇을 담나?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11.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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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신설, 히든챔피언 육성 등 계획
[커버스토리] 중소 제조업 현실

중소기업이 우리 사회, 경제,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단 통계를 인용하지 않아도 짐작할만하다. 기업체 수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제외하고, 일자리 창출이나 가계소득 증대와 같은 국정과제를 말하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역대 정권마다 모두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하며 각종 정책들을 펼쳐왔다.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보기 이전에, 중소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훑어보면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가늠할 수 있다.

중소기업 정책 추진, 실효성은 있었나?

2014년 기준 중소기업 사업체의 수는 354만 2,000개이다. 300인 미만 사업체까지 고용 규모를 놓고 조사된 통계이다. 이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1인 이상 5인 미만의 ‘소상공인’으로, 306만 3,000개에 달한다. 이들 상당이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 사업체는 2016년 기준 39만 3,361개이다.

역대 정권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정책을 펼쳐왔다. 가령 중소기업 지원 예산만 하더라도, 지난 3년 동안 연 평균 9.8% 증가했다. 2016년 중소기업 지원 예산 규모는 약 16.5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져볼 만하다. 산업연구원이 2016년 12월 조사한 결과, 응답한 중소기업 중 정책의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52.4%에 불과했다. 지원 규모보다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역시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한 공약을 발표했고, 이는 주목을 받았다. 공약의 주요 내용은 <표>와 같다. 먼저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치르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중소기업 정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청은 정책 수행 기능만 있을 뿐, 법안을 발의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며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러 부처에 산재돼 있는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단일 부처로 통합해 관리하며, 벤처, 창업 등의 부문까지 관할하겠다는 전망이다. 과거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운영됐던 이후, 장관급 중소기업 담당 행정조직이 신설되는 셈이다.

벤처창업 활성화와 관련된 공약은 선순환적인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국내의 벤처기업 현실을 보자면, 기업 수가 3만 개를 넘어서고, 벤처 투자도 2조 원이 넘어서는 등 양적인 면에서는 크게 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죽음의 계곡’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창업 후 3년~7년 사이의 위기를 벤처기업들이 극복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스타트업 기업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엔젤 투자 활성화, 성장단계별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중소기업청의 재창업 전용펀드를 ‘삼세번 재기 지원펀드’로 확대해 정부가 창업 자금을 세 번까지 지원하는 방침도 있다.

무엇보다 창업자들의 재도전을 위해 연대보증제를 폐지하고, 사업 실패로 빚을 진 경우 파산 및 회생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게 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통한 컨트롤타워 수립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들 간의 혁신적이고 선순환적 생태계 구축을 위해, 창업과 스타트업의 M&A 및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대기업에 인수된 스타트업의 중소기업 지위 유지기간 확대 등도 시도한다.

R&D 지원과 규제 개혁과 관련한 공약은 중소기업이 미래 신산업 분야를 육성하는 계획에서 중소기업의 역할과 활동 폭을 보장하기 위한 내용이다. 2015년 기준 중소기업의 R&D 지원 예산은 2조 7,900억 원 규모인데, 향후 이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과 대비해 74.3% 수준인 중소기업의 기술역량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히든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은 독일 1,307개, 미국 366개, 일본 220개에 비해 한국의 히든챔피언은 23개에 불과하다고 구분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수출역량 강화, 글로벌화를 통해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전체 수출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이다. 수출 중소기업의 수 역시 2.7%에 불과한데, 독일(11.3%)이나 미국(4.0%)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의 이러한 취약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국가대표 공동브랜드 개발 및 육성, 해외직판매 지원 조직 강화, 중소기업 수출지원 기능 통합 등을 정책적으로 추진하며, 판로가 취약한 중소기업을 위해 대기업과 동반으로 내수시장에 진출하거나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도 강화한다. 또한 지역 중소기업의 수출역량을 키우는 일도 병행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선순환적 생태계 구축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구인난이다. 우리 사회 전반이 취업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 스펙 청년백수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 중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을 자처하며 취임 직후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 및 중소기업 고용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중소기업이 청년 2명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면 3번째 채용 직원이 임금 전액을 정부가 3년 동안 지원하는 ‘추가고용지원제도’를 약속하기도 했다. 지원 규모는 1년에 5만 명씩, 3년 동안 모두 15만 명 규모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내용은 미래성과공유제 공약에 들어 있다. 기업이 성장한 후에 주식이나 이익의 일부를 사전에 약정한 대로 근로자와 공유하는 방식이다. 미래성과공유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에서 근로자가 받는 경영성과금에 대해서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감면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또한 소규모 사업과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도 추진된다.

고용 책임지는 중소기업, 매력을 높여라

‘고용 없는 성장’ 시대가 2000년대 들어 우리 현실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설비 자동화, 생산거점 해외이전 등의 경제,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성장이 고용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현실인 것이다.

일자리를 늘리고, 특히 청년실업을 완화하기 위해선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 수립되고 착실히 추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