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의 핵심
고성장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의 핵심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7.11.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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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맞춤형 중소기업 전략과 지원이 필요

우리 사회의 경제, 산업에서 중소기업이 갖는 양적 의미는 크다. 노동자 10명 중 9명이 중소기업을 일터로 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진단이 나왔다고 해도, 뾰족한 처방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중소기업 통계, 현황이 아니라 ‘경쟁력’ 중심으로

산업연구원이 지난 2015년부터 조사하고 있는 중소기업 경쟁력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기업이 느끼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짐작할 수 있다. 해당 조사는 제조업과 ICT 분야의 중소, 벤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실태조사와 비교하자면, 전반적인 경영환경은 물론, 중소기업의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조사라고 볼 수 있다.

<표1>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태조사에 응답한 중소기업들이 경쟁기업과 비교해 자신들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5점 만점의 지수로 환산했을 때 나타나는 수치이다. 숫자가 클 수록 해당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2점 대 지수를 보이고 있는 두 가지 항목이 우선 눈에 띈다. 수출역량과 교육, 연수, 학습조 활동이 그것이다.

우선 중소기업의 판매액 구성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하로 낮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중소기업들의 수출역량이 부족하게 나타난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볼 수 있겠다. 또한 종업원 교육, 연수, 학습조 활동 등 조직학습 역량이 부족해 경쟁력 향상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주목할만하다.

중소기업들 스스로가 체감하고 있는 이와 같은 결과는, 실제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체감 지수가 하락할 수록, 객관적인 경쟁력도 하락한다. 경쟁력 하위 30% 이하 중소기업의 체감 지수도 2.7로 가장 낮으며, 상위 5% 이내 상위 경쟁력을 보이는 중소기업의 체감 지수는 3.7로 가장 높다.

평균적으로 볼 때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다른 무엇보다도 기술경쟁력과 종업원들의 회사 만족도가 중요하다. 기술경쟁력과 관련한 내용이야 지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내용이겠고, 특히 최상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종업원들의 회사 만족도와 조직학습 역량이 중요하다.

중소기업 유형, 특성에 따라 전략 달라져야

<표2>는 응답한 중소기업을 다섯가지로 유형화한 내용이다. 조사에 응답한 중소기업들이 체감하고 있는 경쟁력과 객관적인 경쟁력 지표가 과연 각 유형별로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중소기업 안에서도 경쟁력의 양극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혁신형으로 구분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경쟁력이 향상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42.2%, 하락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7%였다. 순상승 비율(상승-하락)은 36.5%p이다.

이에 반해 단순생산형과 경영위기형의 경우 순비율은 -21.5%p, -39.8%p를 보였다. 경쟁력이 상승했다는 곳보다 하락했다는 곳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현실적인 경쟁력과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경쟁력 수준은 각 기업이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용우위, 제품차별화, 품목다변화, 고객다변화, 기술선도, 글로벌 지향 등 6가지 경쟁 전략 유형에서, 이른바 혁신형으로 구분되는 전략군의 중소기업들과 경쟁력 순위 상위 5% 이내 중소기업들은 기술선도 경쟁전략을 가장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중점형 전략군의 경우 비용우위 전략을 가장 중시하고 있으며, 품목다변화형 전략군은 비용우위를 중시하면서도 제품차별화 전략도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단순생산형, 경영위기형 전략군에 속하는 중소기업이거나, 경쟁력이 하위 70% 수준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비용우위 전략 이외에 딱히 경쟁전략을 수립하기 어려운 실정임도 통계를 통해 드러난다.

특기할만한 점은, 경쟁력이 높은 중소기업일수록 다양한 경쟁전략을 시도하고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한 경쟁전략을 취한다는 것이 반드시 높은 경쟁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소기업 안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취약한 중소기업 R&D 투자, 그나마도 양극화 경향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데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R&D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익히 잘 알려진 이러한 점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 국내 중소 제조업 기업의 R&D 투자 행태를 보면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3년 동안 전체의 절반(50.5%) 가량이 관련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또한 투자를 하더라도 필요할 때만 투자하는 중소기업이 25.7%에 그쳤다. 매년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중소기업은 23.8%에 불과하다.

국내 중소기업의 R&D 투자가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해당 주소기업이 처한 외적 경영환경과 내적 경영전략 및 기업 속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면, 벤처 기업이 일반 기업보다, 규모가 큰 기업이 작은 기업보다, 창업 초기 기업이 오래된 기업보다,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R&D 투자에 좀 더 적극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성장 중소기업, 고용 창출의 핵심

미국의 경제학자 데이빗 버치는 1979년 ‘일자리 창출 과정’이란 보고서에서 “소규모의 고성장 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대부분을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고성장 중소기업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이는 종업원 수 10명 이상 기업 중 종업원 수나 매출액의 3년 간 연평균 증가율이 20% 이상인 기업을 말하는 것으로 OECD는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상위 5%의 고성장 기업이 신규 고용의 2/3를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고, 영국에서도 2002년부터 2009년까지 6%의 기업이 신규 일자리의 49.5%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에서도 2005년부터 2006년까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상위 6% 기업에서 일자리 42%를 창출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표한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고성장을 일궈가는 중소기업의 성장비결과 성과를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청이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중소기업지원이력시스템(SIMS)을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연 평균 매출액 증가율 20% 이상의 고성장 중소기업은 SIMS 등록 전체 중소기업의 약 9%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고성장 중소기업의 평균 수출액은 20억 원에서 59억 2,000만 원으로 195% 증가했고, 평균 매출액 역시 57억 2,000만 원에서 143억 7,000만 원으로 151% 증가했다. 그에 따라 기업당 평균 고용규모는 33명에서 49명으로 4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