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없이 처우개선 없다…1호 안건 호봉제 실시”
“노조 없이 처우개선 없다…1호 안건 호봉제 실시”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1.21 10:16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법무부 내 첫 노동조합 결성
[인터뷰]한완희 법무부공무직노동조합 위원장

지난 9월 8일 중앙행정기관노동조합협의회 출범식이 열렸다. 상급단체가 서로 다른 중앙행정기관 소속의 8개 비정규직 노조가 모였다. 협의체 조합원들은 무기계약직, 기간제, 파견  용역 노동자들로, 그 수가 4,0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공무직’이라는 직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 연대해 나갈 뜻을 밝혔다. 중앙행정기관 노조들이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협의체 구성 못지않게 관심이 쏠린 곳이 있다. 바로 ‘법무부공무직노조(이하 법공노)’다. 올해 5월 말 조직된 법공노는 법무부 내 최초이자 유일한 노조다. 법무부는 중앙행정기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조직으로 꼽힌다. 지난달 1일 부산의 한 카페에서 한완희 법공노 초대 위원장을 만났다.

노동조합을 만든 계기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침이 나온 후, 지자체협의회나 노조들의 활동이 많이 보도됐다.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았다.

노동조합 없이 처우개선도 없다. 이런 취지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처음에는 출입국 범위의 노조를 생각했다. 햇수로 8년째, 부산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전기원으로 일하고 있다. 올 초 출입국 소속 비정규직들이 모임을 통해 현실에서 느끼는 부당함에 대한 소통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데 실질적인 처우개선은 법무부를 상대로 할 때 가능하다. 상급기관에서 예산을 줘야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소속 기관들을 포괄해야 노조활동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27일 법공노 창립대회를 열었다. 5일 만에 부산노동청에 노조 설립신고를 마쳤다. 법무부에는 검찰, 교정, 보호 등과 연관된 많은 산하 기관이 있다.

법무부 산하 비정규직 노동자는 얼마나 되나. 현재 조합원 수는?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등 1,600명 정도 된다. 사무, 운전, 시설관리, 청소・미화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들이 소속된 기관의 비중은 검찰기관 30%, 교정기관 29%, 보호기관 18%, 출입기관 17%이다. 이외는 법무부 본부에 소속돼 있다.

조합원 수는 230명이다. 전체의 약 14%가 가입했다. 법무부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다. 조합원 대상 노동자들은 기관별・지역별로 흩어져 있다. 노조의 조직을 키우는 여건이 별로 좋지 않다. 그러나 발기인 5명을 시작으로, 100여 명이 모였던 초기에 비해 현재 조합원 수는 배로 뛰었다. 지금도 조금씩, 꾸준히 가입이 늘고 있다.

노조 설립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노조 결성은 순조로웠다. 그동안 쌓인 불만들이 많아서인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 정권이 지난 7월 임명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시민사회운동가 출신이다. 장관이 노동자의 요구를 의지를 가지고 듣고, 절차에 맞게 빠르게 해결하라고 한다. 노조를 만든 후 법무부 내 비정규직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됐고, 지난 9월 27일 노사협력계라는 부서가 신설된 점이 두드러진다. 과거 정권이었으면 노조설립이 지금보다 어려웠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시점이라는 시기적 적절함도 있었다.

노조가 처음 생기다보니, 교섭을 요청했을 때 부서끼리 서로 담당이 아니라고 책임을 미뤄 시간이 지체된 부분은 있었다. 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복무는 당시 창조행정과에서 담당했고, 인사 부분은 운영지원과에서 총괄했다. 결국 법무부 업무 분장 표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는 업무지원과에서 해야한다’는 조항에 따라 상황이 정리됐다.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느낀 부당함은 무엇인가?

일급제로 계산해 월급을 받는다. 매월 휴일 날짜에 따라 월급이 달라진다. 10년 일한 사람이나 엊그제 들어온 사람이나 임금이 똑같다. 제대로 된 수당도 없다.

이는 단순히 처우가 나쁘다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형평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타 중앙부처와 비교했을 때 가장 열악한 곳이다. 수당이라는 부분에서 차별은 있지만 중앙행정기관노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에 소속된 노조들은 모두 호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다른 중앙부처도 마찬가지다.

더 웃긴 건 법무부 안에서 검찰청 내 비정규직들에겐 2015년부터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확히 호봉제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연차등지급제라는 말을 쓰지만. 소위 말하는 힘 있는 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여전히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

물론 우리 스스로 반성할 부분도 있다. 그동안 열악한 처우를 바로 잡기 위한 요구를 한 적이 없다. 법무부에서도 대화할 주체가 없으니, 해마다 임금, 처우, 복무에 관한 사항을 임의대로 정했다. 검찰청의 경우 2015년에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었다고 들었다. 일을 적게 해서 덜 받는 것이 아니라, 요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게 받는 것은 문제다.

법공노가 요구하는 핵심은?

다른 기관과 똑같이 호봉제를 실시하라. 설립 초부터 지금까지 법공노의 1호 안건이다. 이는 최소한의 처우개선 요구로, 형평성을 맞춘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수당 차별을 없애는 것이 다음 단계다. 법무부는 수당 부분에 있어서도 다른 기관에 비해 부족한 대우를 하고 있다. 14시간(사무원 기준)의 시간외수당 인정이 전부이다.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비정규직에 대해 직종・기준을 정하고, 연차・업무 수당을 지급 하는 것과 비교할 만하다.

협의회 차원의 공무직제 요구와 법공노의 요구는 구분해서 봐 달라. 법공노는 당장 가장 열악한 처우를 받고 있는 불합리한 부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법무부 비정규직들은 그동안 식대조차 받지 못했다. 기관은 내년부터 정액급식비 13만 원을 줄 방침이라고 생색을 내는데, 당연한 지급됐어야 하는 부분이다.

일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채용 과정 자체가 다른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을 한다. 결국 공무원이 되길 바라는 것이라는 아니냐는 말도 나오는데?

공무원 그런 것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동일‘유사’노동에 대해 동일‘유사’임금을 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업무가 정규직이 하는 업무와 완전히 같을 수는 없다. 실제로 같은 업무를 해도 근본적으로 책임 소재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보호관찰소, 청소년비행예방센터와 같은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사무직들이 책임이 따르는 공무원들의 일을 포함해 그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법무부 기관마다 있는 비정규 운전직도 교대로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임금체계와 각종 수당 항목 등에서 부당하게 노동의 대가에 대한 차별받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의 직제, 직종에 따른 임금단가도 기관별・직종별・지역별로 제각각이다. 노동을 대가로 받는 임금에 근거가 불분명한 차이가 너무 크다. 협의체가 말하는 공무직제도 일관성 있는 기본 직제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이 문제를 시급해 해결해야 한다.

다만 동일유사임금을 주게 되면,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갖는 공무원과 책임져야할 업무가 적은 비정규직의 보수가 별 차이 없게 된다. 그때 가서는 비정규직들이 공무원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해도, 외려 정부가 공무원을 만들어 주겠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노동조합 이름에 ‘공무직’이라는 표현도 쓰고 싶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공무원이 되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공무원이라는 이름을 따라가는 듯 보이는 공무직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까지 있었다. 처음 노조 이름을 법무부‘근로자’노조라고 정하려고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에 따라 법무부‘공무직’노조로 이름을 정했다.

노조 출범 이후 어떤 활동을 했나?

사측뿐만 아니라 우리도 모든 것이 처음이다. 첫 교섭 준비를 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노조의 단체임금 교섭안을 만들기 위해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노조 출범 100여일 만인 9월 7일 첫 상견례를 했다. 향후 실무교섭과 본교섭에 대한 시기와 절차, 방법을 정한 기본협의서를 체결했다. 10월 중순부터는 권역별 소모임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8월 법무부 내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노사협의회조차 없는 실정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근로감독관이 파견을 나왔고, 법무부는 설립위원회를 구성해 내년부터 노사협의회가 만들어지도록 준비 중이다.

마지막 한마디

비정규직은 정부의 필요 때문에 늘어났다. 민원인 수요에 부합하기 위한 인력을 공무원 대신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충원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한다.

법무부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본인을 위해 노조에 가입하길 권한다. 직장생활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바로 노조다. 거창하지 않다. 가입을 하면 자신의 목소리를 위임받아 여럿이 모인 노조가 함께 내준다. 법무부를 상대로, 더 나아가 대정부 교섭권을 얻어 현장에서 겪는 부당함을 해소 할 수 있다. 믿고 가입해 달라. 반드시 성과를 약속할 수 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