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비유되는 학교야간당직도…하늘의 별따기
‘감옥’ 비유되는 학교야간당직도…하늘의 별따기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1.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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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처우·저임금 덫에 빠진 고령 경제약자
[인터뷰]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

학교 야간당직 경비 노동자(이하 학교경비)들은 대표적인 ‘감시·단속적 근로자’다. 근로기준법 제63조 제3항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은 경우 근로시간, 휴게 및 휴일 등 근로기준법 일부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주휴수당과 연장,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다. 이 항목이 편법적으로 악용돼 현재 많은 학교 야간당직노동자들은 부당한 처우와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는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근로휴게시간 구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휴게시간을 명확하고 엄격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 지침은 갑을 관계인 용역업체와 학교경비들 사이에 빛 좋은 개살구다. 고령 경제약자가 내몰리는 학교 야간당직 일자리 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지 10년이 넘었다.

9박 10일. 지난 추석은 역대 최장 연휴기간을 기록했다. 연휴가 끝난 지난 12일 경기도에서 학교경비 A(76)씨를 만났다. 다행히(?) A씨는 격일제로 일하고 있다. 학교 야간 당직 경비원들 중 여전히 매일 출근해 당직 근무를 하면서도 100만 원 초반의 낮은 임금을 받는 이들이 많다.

계속 일하고픈 고령자, 종착점 야간경비

9박 10일 추석 연휴 기간 어떻게 보내셨나요?

격일제로 학교경비 일을 하고 있다. 추석 당일은 출근 날이었다. 친척들 집에 가야하는데 안 갔다. 사실 우리 나이 대엔 연휴라고 해도,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은 별로 없다. 자식들은 모두 독립하고 아내와 둘이 산다. 집으로 온 아이들과 간단히 추석 음식을 해 먹었다.

학교경비 일을 한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1년 반 정도 됐다. 작년 3월부터 일을 시작했다. 일자리를 구한다고 가면 나이부터 묻는다. 70세 미만만 되도 상황은 상대적으로 낫다. 70세 이상이 한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경비일 말고 별로 없다.

일 자체를 구하기 어려웠다.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일자리를 구하는데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사실 우리 같은 사람은 배고파 죽어도 등터져 죽었다고 할 정도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지역의 일자리센터를 찾아 도움을 받았다. 처음 이력서를 보낸 초등학교에서는 답도 없었다. 3개월 후 센터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고등학교 야간당직 경비 자리였다. 센터에서 알려준 간접고용회사에 갔더니 일하려고 찾아온 사람이 두 명이나 더 와있었다. 둘은 60대였다. 그날 집으로 도로 돌아왔지만, 일하겠다고 한 사람이 안하겠다고 해 운이 좋게 일을 하게 됐다.

한 달에 15일 근무하고 월급으로 60만 원을 받고 있다.

16, 24시간 학교 머물러도 노동은 ‘5시간’

평일과 주말,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각각 16시간, 24시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평일은 오후 4시 30분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퇴근한다. 16시간 근무를 한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학교에 교직원이 안 나오기 때문에 24시간 근무하는 셈이다. 교대해줄 사람이 와야 퇴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16시간, 24시간 학교에 있어도 일한 것으로 인정해 주는 시간은 5시간뿐이다.

실질적으로 일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하루 업무 일과를 일기 쓰듯이 설명 부탁드립니다.

평일을 기준으로 말하자면, 출근해서 하는 첫 업무는 보안점검표 배부다. 행정실에서 보안점검표를 받아 각 학년과 부, 식당 등 13곳에 있는 담당자들에게 점검표를 나눠준다. 이들이 작성한 점검표를 보고 이후에 단속이 잘 됐는지 점검한다. 약 한 시간이 걸린다.

다음은 학교 시설을 둘러보며 전반적으로 환경정비를 한다. 학교 앞 길부터 운동장, 쓰레기장, 주차장 등을 청소한다. 학교 실내는 따로 청소하는 분들이 있다. 교사 주변 청소는 야간경비 몫이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 이후엔 학교에 들어오는 외부인을 수시로 통제한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10시까지는 출입문을 열어놓는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 나가고 나면, 소등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면서 자물쇠를 점검한다.

최종적으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세콤(경비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당직실에 자려고 누우면 오후 11시 정도다. 이때 비로소 하루 업무가 종료된다. 사실 학교 소등이 완료 될 때까지는 편하게 쉴 시간이 없다. 단, 이 때도 업무 중 어떤 변수도 없다고 가정을 했을 경우이다.

오전 6시경엔 일어난다. 7평 정도의 당직실은 교내를 청소하는 분들과 함께 사용한다. 아침에 그 분들이 오기 전에 교문을 열어둬야 한다. 청소하시는 분들은 보통 6시 20분쯤 학교에 도착해, 잠시 쉬었다 청소하러 나가신다. 그들이 일을 시작할 때 세콤을 해제하고 학교를 돌며 전날 단속했던 문을 모두 연다. 아침에 배포된 신문을 각 실에 가져다 놓은 뒤 8시 30분에 퇴근한다.

용역업체 마음대로 정한, 편히 쉴 수 없는 휴게시간

오후 11시에서 아침 6시까지는 온전히 쉬시는 것 아닌가요?

쉴 수는 있다. 그러나 근무 장소를 벗어나지 않고 항시 근무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집처럼 편한 곳에서 자는 것과 같지 않다. 긴장하기 때문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간섭하는 사람은 없지만, 종종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가끔 선생님들이 급한 용무로 학교로 온다. 쓰레기장의 폐기물을 챙겨가려는 분들도 늦은 시간에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와 관련한 문제가 생기거나 문의가 들어오면 여기 저기 연락을 취해야하는 일도 학교경비가 해야 한다.

주말 업무는 평일과 비교 좀 나은 편인가요?

교장선생님이 ‘지역주민들을 위해 해 뜨면 열고 해 지면 닫는 식’으로 운영을 해달라고 해서 그에 따르고 있다. 그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도 있다.

공공시설이 부족해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교내 낯선 사람들이 들어와 있으면, 신경을 쓰고 유심히 관찰해야한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사람들에게 ‘운동장은 이용해도 시설 근처에는 오지 말라’는 주의를 수시로 건넨다.

처우개선 요구는커녕 임금체불 지적도 어렵다

어떤 점이 가장 힘 드시는지?

너무 박봉이다. 격일제는 60만 원 전일제는 약 13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나이가 돼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정은 다 딱하다. 학교경비 격일제, 종일제로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

5시간으로 정한 근로시간을 바로 잡아야 한다. 근로계약서에 평일이나 야간 근무는 일의 특성상 불가피하다고 적혀 있다. 백번 양보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따른다고 치자. 16시간이 아닌 24시간을 일하는 주말, 공휴일은? 8시간은 명백한 부당노동이다. 제대로 쉬지 못하는 휴게시간을 간접고용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근로시간으로 포함시키지 않는 것도 바뀌어야 한다.

월급을 올리고 부당한 노동을 바로 잡는 것 등은 차치하고라도, 약속한 임금도 제대로 안 주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 지난 3개월간 체불된 임금을 이번 추석 연휴 직후에 받았다. 학교에서는 간접고용회사에 돈을 줬다고 하고, 회사 중간관리 직원은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나중에는 학교에서 돈을 안줬다고 하더라. 지난 4월 일을 그만 둔 알고지냈던 한 학교 경비는 여태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물론 회사도 나쁘다. 학교에서 받은 돈을 제 때 주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이 된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학교에서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해줘야한다.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하는데 일언반구도 없다. 이 쪽 저 쪽 중간에서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취업하기 어려워 불이익을 당해도 짤릴까봐 말을 할 수 없다. 문제를 지적하면 일을 관둘 각오를 해야하고, 남아서 일하려면 침묵해야한다. 생계를 이어가야하니까. 자기들이 보기에 하찮을지 모르지만, 나이 들어서 이렇게 일을 할 때는 생활에 작은 돈이라도 부득이하게 필요해서 그렇다. 그런 고충을 알아야한다.

바라시는 점, 하고 싶은 말씀은?

학교는 공공기관이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지켜져야 한다. 그동안 한국사회가 부당하고 불공정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학교경비를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진짜 잘사는 나라는 하층에 있는 사람들이 부당함을 느끼지 않고 잘살 수 있는 나라다. 나이 많은 경제적 약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를 용돈벌이 수준으로 생각하지 말고,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일자리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노후를 책임지지 못해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