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공공성 강화, 사회서비스공단 ‘답’ 될까
보육 공공성 강화, 사회서비스공단 ‘답’ 될까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1.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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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직영화가 우선… 장기적인 공공시설 확충・직영・직고용 계획 뒤따라야
[리포트]사회서비스공단 영향은

한국의 보육, 요양, 복지관 등 사회서비스 질은 낮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민간영역에 개방을 확대해 양적인 팽창으로 시장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에 많은 인력이 양성됐다. 이들은 다시 치열한 경쟁을 하는 민간 소규모 시설로 들어가 낮은 처우, 나쁜 근로조건에 놓였다. 한마디로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다. 전체 사회서비스 시설에서 공공시설의 비중이 5%수준이라는 통계는 이를 반증한다.

민간이 잠식한 사회서비스 질과 노동자 근로조건 향상을 이끌 ‘공공기관 확충과 직영시설 설치, 종사자 직접고용’의 당위성에 이견은 없다. 향후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계획과 개혁 강도, 시기 등에 따른 방법론적인 측면의 다양한 의견이 있을 뿐이다. 이를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통해 실행하겠다고 공약했고, 당선됐다.

그렇다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현재 드러나고 있는 사회서비스 민간시장을 개혁하고 선도할 답이 될 수 있을까. 사회서비스 영역 중 큰 한 축을 차지하는 보육현장에서 공단 설립이 미칠 영향을 점검해봤다.

국가 책임 보육 외치는 국공립 보육교사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국공립어린이집 ‘대폭’ 확충을 공약했다. 국공립어린이집 비율을 이용아동 수 기준 40%대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민간어린이집을 지원하고 경영이 어려운 민간시설은 인수하는 방안도 제안했었다.

한국의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어린이 집은 7%가 안 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시설이 민간에 위탁돼 있다. 올 초 보육을 포함한 사회서비스 영역은 정부의 34만개 일자리 정책과 맞물려 이슈가 됐다. 정부가 공단을 설립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현장의 보육교사들은 공단 설립을 환영하면서도 기존의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는 국공립 어린이집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파업 86일 그 후…복귀 못한지 10일 째

부산시 진구에 위치한 성북초등어린이집 교직원 9명은 지난 7월 파업을 시작했다. 어린이집의 운영부터 교사들의 임용권까지 전권을 가진 원장의 횡포 때문이었다. 보육교사들은 원장의 비상식적인 언행과 차별적 대우를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재작년 시설을 관할하는 부산진구청이 정년을 앞둔 원장에게 위탁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 시작이다. 원장과 구청 서로 간의 각종 행정소송이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집의 감사와 경찰 조사가 시작됐고, 이에 협조한 보육교사들에 대한 원장의 탄압이 시작됐다. 관련 소송은 이후 모두 원장이 승소했다.

보육교사들이 부산진구청에 원장과의 갈등을 풀기 위해 중재에 나서달라고 요청했지만, 구청은 나몰라라 등을 돌렸다. 공식적으로 “원장에 대한 적법하지 안은 행정처분이나 월권적 간섭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노사가 해결해야할 문제로 단정지었다. 그러면서 구청장면담이나 어린이집 직영 등을 요구하는 보육교사들의 파업에 대해 “부산고용노동청의 소관사항”이라며 구청 앞에서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시위는 ‘막무가내’, ‘억지이고,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장은 교사들에게 사소하게는 언어 폭행부터 부당한 업무 지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업무 배당 등을 일삼았다.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작은 꼬투리라도 발견되면 해당 아동의 학부모를 불러 경찰에 신고하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보육교직원 9명이 지난 5월 노조에 가입했지만, 상황은 풀리지 않았다. 조합원 5명을 포함해 7명의 보육교사가 권고사직을 당했다. 현재 4명의 조합원이 남아 있다.

노동청 중재 무시하는 원장, 운영 10년 넘어

지난 16일 이들은 86일 장기간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했지만 10일이 넘도록 일터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어린이집 원장이 지난 8월 파업 기간에 실시한 직장 폐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장은 해당 교사들이 맡은 아이들을 전원조치, 즉 다른 어린이 집으로 보내고, 보육교사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일부 문을 자물쇠로 잠갔다.

‘노조의 쟁의행위가 중단된 경우 직장폐쇄도 종료돼야 한다.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 부산시 진구에 위치한 성북초등어린이집 원장에게 지난 10월 18일 보낸 권고문의 내용이다.

하지만 성북초등 어린이집 원장은 노조가 업무복귀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문제 삼았다. 노조의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며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노조의 파업철회와 업무복귀 의사 표명 후에도 직장폐쇄를 지속하는 것은 수동적・방어적 수단으로서 정당한 직장폐쇄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중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담당 상생 근로감독관은 뜻을 굽히지 않는 원장 탓에 난색을 표했다.

서은실 공공운수노조 부산지역지부 조직국장은 “성북초등어린이집의 문제 핵심은 어린이집 운영과 교사의 임명권 등 전권을 위임받은 원장, 그리고 재위탁 심사 과정에서 문제 어린이집이 걸러지지 않아 장기 위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구조에서 보육교사들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고, 아이들은 좋은 보육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의 국공립어린이집은 100%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감서 사유화된 국공립 문제 제기돼

10월 국감에서 국공립어린이집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남인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대부분의 국공립어린이집이 특정인에게 장기 위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국공립어린이집 재위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재위탁 심사를 받은 국공립어린이집 중 재위탁에서 떨어진 비율은 1%에 불과했다. 결과의 바탕이 된 재심사 받은 기관은 927개였고, 이중 10곳만이 실패한 것이다.

전체 국공립어린이집 중 직영으로 운영되는 비율도 2.8%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총 3,034개 어린이집 중 84곳만이 해당됐다. 이외 개인이 맡은 비율은 55.7%(1,690개)였고, 나머지는 학교 등 법인이 운영했다. 국공립으로 개원한 후 지금까지 한명의 원장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은 1,192곳이다. 국공립을 30년 이상 운영 중인 원장은 12명(1.0%), 20~29년은 86명(7.2%), 10~19년은 162명(13.6%)이었다.

남인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공약했는데 국공립 상당수가 특정 개인에 의해 사유화된 것이 확인됐다”며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국공립을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에서는 임금 6천만원을 체불한 원장이 10년째 국공립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국공립어린이집 재위탁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이 언급한 부산의 임금 체불 원장이 바로 성북초등어린이집 원장이다.

형식적인 재위탁 심사, 강화 필요

국공립어린이집 재위탁 절차가 현장 중심이 아닌 서류중심으로 문제 사업장을 판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됐었다. 현재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최초 업체선정 시 공개경쟁을 거치지만, 재위탁의 경우 심사에서 80점 이상을 받으면 3년 동안 운영 기간이 연장된다. 운영 실태와 보육의 질에 대한 재위탁 심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지방보육정책위원회에서 진행하는데, 지자체별로 자율에 맡기는 부분이 있다.

현장의 한 보육교사는 “시설장이 구청장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오랜 기간 원장으로 활동하며 인맥과 세를 형성한 원장이 재심사에서 탈락하는 일은 법을 위반하거나, 형사 고발을 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없다”며 “재위탁 심사는 형식적인 수준”이라고 증언했다.

사회서비스공단, 공공성 강화 출발점이자 기본

서비스공단 설립을 두고 유아・보육 학계와 현장 보육교직원들의 입장은 갈린다. 그동안 추진해온 유보통합 정책을 거스를 우려가 있다는 전자와 달리, 후자는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첫 단계가 공공성 강화라며 공단 설립을 환영한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유보통합은 지난 20년 동안 주요하게 논의됐다. 2012년 국무총리 산하에 추진단이 꾸려져, 현재 13단계 중 부서통합과 교사통합 두 단계만 남겨 둔 상황”이라면서도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보통합 전환은 제대로 시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영역으로 시장화 된 상황에서 유보통합 전환을 하면, 득을 보는 건 민간시장과 사립유치원 원장들 뿐일 것”이라며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단 설립이 논의되는 지금이야말로 그동안의 보육현장의 적폐를 해소할수 있는 적기이고 기회”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은실 조직국장은 공단을 설립하는 것 못지않게 국공립어린이집의 국가 직영 운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이라고 하면 국가 책임 하에 보육이 이뤄지고 운영을 해야 한다는 기본원칙과 믿음이 있다”며 “현실은 하나의 어린이 집을 국가가 지어서 개인에게 그대로 바치고 있다. 공단 설립도 공공시설을 확대하고 공공성을 강화해 민간영역에 모범자로서 영향을 미치기 위함이다. 우선 국공립 시설 직영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공단을 통해 사회서비스 영역의 일정 수준부터 공공성을 강화해 나가는 것은 현실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기본이자 시작단계일 뿐, 이로써 낮은 공공성, 시장화된 보육현장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정책이 힘있게 추진되기 위해선 공공시설 확충・직영・직고용을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계획 수립이 나와야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