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10일째를 맞은 파인텍지회
고공농성 10일째를 맞은 파인텍지회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11.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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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장,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보장 합의 이행 촉구
[인터뷰]홍기탁 전 파인텍지회 지회장
▲ ⓒ 파인텍지회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고공농성이 오늘로 10일째를 맞았다. 고공농성에 들어간 두 노동자,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 지회장과 박준호 파인텍지회 사무장은 “뼈를 묻는 각오로 투쟁해왔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며 노조 투쟁에서 최후의 보루인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두 사람이 서울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목동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오른 것은 지난 11월 12일이었다. 이들은 75m 상공에서 김세권 스타플렉스 회장에 ▲고용보장 ▲노동조합 보장 ▲단체협약 보장 등의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2010년 섬유가공업체인 한국합섬을 인수하고 법인을 스타케미칼로 변경했다. 당시 김 회장은 노동자들에게 고용보장과 공장 정상화를 약속했지만 인수 1년 반 만에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공장 가동 중단과 희망퇴직 요구였다.

당시 스타케미칼 희망퇴직을 거부한 해고자 중 한 명이었던 차광호(현 파인텍지회 지회장) 씨는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를 결성한 뒤 생존권 투쟁에 들어갔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스타케미칼 공장부지 45m 굴뚝 고공농성이었다.

2014년 5월 27일에 시작된 고공농성은 2015년 7월 7일까지 이어졌고 총 408일의 투쟁 결과 고용보장,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보장, 생계 및 생활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합의의 결과로 파인텍 공장이 설립됐다.

그러나 합의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고 2016년 1월까지 체결하기로 한 단체협약 역시 체결되지 않았다. 지회는 “합의의 결과로 설립된 파인텍 공장은 현재 기계설비가 전부 들어내진 상태이며 공장부지 임대조차 중단된 상태”라며 “408일의 굴뚝 고공농성을 통해 만들어낸 합의와 파인텍 공장이 또다시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지회는 또다시 강도 높은 투쟁을 선포했다. 지회는 “굴뚝 고공농성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김세권 회장은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약 3승계 이행 합의를 하루빨리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 파인텍지회

[미니 인터뷰] 홍기탁 전 파인텍지회 지회장

홍기탁 전 지회장은 1995년 8월 한국합섬에 입사해서 스타케미칼, 지금의 파인텍까지 긴 투쟁의 시간을 보냈다. 2015년 12월부터 2017년 9월까지는 파인텍지회 지회장을 맡았다. 두 번째 고공농성 투쟁인 만큼 조합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전하며 박준호 파인텍지회 사무장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고공농성 10일째, 건강은 어떤가?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건강을 걱정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 무기한 농성을 결심했기 때문에 노사 합의가 결정될 때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생각으로 올라왔다.

차광호 씨의 408일 고공농성 이후 두 번째 고공농성 투쟁이다. 고공농성 결심이 쉽지 않았을 텐데?

노동자라면 일을 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우리들은 2005년 한국합섬 정리해고 때부터 지금까지 안정적인 일을 하지 못하고 긴 투쟁의 시간을 보냈다. 민주노조를 내세우며 지금까지 싸워왔는데 결국 다시 고공농성까지 오게 됐다. 고공농성은 마지막 전술이라고 생각하며 싸워왔는데 408일 투쟁의 결과물을 휴지조각으로 만든 자본가를 용서할 수 없었다. 현재 파인텍지회에 남은 조합원은 5명밖에 안되지만 우리들이 무엇 때문에 싸우고 어떤 정신으로 버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75m 위에서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

첫날은 굴뚝 올라가는 것만 50분이 걸렸다. 초반엔 몸이 안 풀려서 고생했었는데 지금은 자리를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매일 저녁 밑에서 하는 촛불 문화제를 보고 낮에는 운동도 하거나 밑에서 보내주는 책도 읽고, 세상 돌아가는 것도 확인하며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