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휴일 유급휴일 법제화될까?
공휴일 유급휴일 법제화될까?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1.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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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휴식권·노동시간 단축 시대적 과제
19대 20대 국회서 관련 법 발의 잇따라
▲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모든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달력의 빨간 날에 쉴 수 있도록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정하는 법을 제정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로써 휴식할 권리의 불평등을 없애고,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과로자살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공휴일 유급휴일 내용을 담은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입법 발의됐지만,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고 표류 중이다. 20대 국회에서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김삼화·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2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공휴일 유급휴일 법제화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관련된 연구내용과 현장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입법을 촉구했다.

발제에 나선 김요한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부장(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회원)은 “노동자에게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것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일과 가정, 일과 여가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민주주의의 실현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라며 “헌법 재판소는 휴식권을 포괄적인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바 있다”고 말했다.

공휴일, 노동법서 정한 바 없어

그러나 한국에서 모든 노동자가 휴일제도를 똑같이 적용받고 있지 못하다. 노동법에서 공휴일에 대한 내용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달력에 빨간 날로 표시된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법적 공휴일은 관공서의 휴무일 또는 공무원 휴일을 의미할 뿐이다. 공휴일이 누구에게는 유급휴일이지만 누구에게는 일하는 날이 되는 문제의 핵심이다.

현재 법으로 정해진 휴일은 ‘근로기준법’ 제55조의 주휴일과, ‘근로자의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노동절 딱 이틀이다. 이는 설과 추석 당일, 한글날과 같은 국가적 기념일도 모두 근로일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주휴일은 사용자가 주 15시간 이상을 일하는 노동자에게 주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도록 정한 휴일을 의미한다.

노동자가 소속된 사업장, 노조 유무에 따라 공휴일의 휴일 보장에 차이가 발생한다. 노동자들이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적용받기 위해서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서 따로 정해야한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 또는 대기업·공공부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공휴일 유급휴일은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는다. 반면 이를 보장 받지 못하는 중소·영세사업장과 알바 노동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받으며 공휴일에도 일을 한다.

노동자 휴가권 무력화로 악용

김 전략조직부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공휴일을 꼭 유급휴일로 지정해야할 노동법상 의무가 없다는 인식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확산됐다”며 “2008년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 당시 노동부가 발표한 ‘표준취업규칙’에서는 공휴일이 사업장의 유급휴일에서 제외하고, 명절연휴와 같은 공휴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하라는 안내까지 했다. 이는 노동자가 정해야할 휴가 사용시기를 사실상 사용자가 정하도록 해 휴가권을 무력화 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1년 동안의 공휴일 전체를 연차휴가일로 사전에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상 공휴일은 연 평균 15일이다. 일부 공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더라도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보장하는 3~5일의 여름휴가만 보태도 노동자의 연차 휴가는 전부 소진된다. 노동법은 사업주가 1년 간 80% 이상 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연차 휴가를 의무적으로 보장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략조직부장은 “휴일은 일할 의무가 있는 ‘근로일’과 구분 된다. 노동법에서 애초부터 근로의무가 없는 날’로 정의 한다”며 “처음부터 휴일에 대한 휴가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상황이 ‘마이너스 연차’로 불리는 임금삭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입사 초년생의 경우 휴가일로 사전에 지정한 공휴일 수가 자신의 법정 휴가일보다 많을 경우가 있는데, 이때 일부 사용자들이 해당 일 수의 차이만큼 임금에서 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장에서 부산의 한 초등어린이집이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토요일까지 연차휴가로 대체하고, 마이너스가 된 연차휴가에 대해 당직과 초과근무로 대체토록 한 사실이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공휴일 ‘유급’ 법제화해야”

이날 공휴일을 법제화해야 한다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김 전략조직부장은 ▲‘유급’ 휴일 ▲공휴일 노동이 불가피할 경우 노사의 ‘대등’한 교섭에 따른 합의로 시행하는 등 엄격한 시행요건 규정 등의 원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휴일을 단순히 휴일로만 지정하고 유급 또는 무급을 노사 자율에 맡길 경우,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 보전을 위해 휴일 노동을 자원해 쉴 권리의 차별 없는 보장이라는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공휴일에 일을 해야 할 경우 사용자가 휴일 변경 권한을 제한 없이 가질 경우, 이를 악용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들이 다 쉬는 휴일에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함께 쉬고 싶다는 노동자들이 소박한 바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법은 노사가 대등하게 교섭할 수 없는 곳, 계약 자유의 허울 아래 불공정한 계약을 노동자들에게 강제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준도 사회진보연대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위원도 공휴일의 유급휴일 법제화가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2008년 뇌심혈관 질환에 대한 산재보상비율을 낮추기 위해 인정기주이 강화됐음에도 2009년부터 지금까지 과로사로 인한 산재는 300명을 전후하고 있다”며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법정 근로시간의 기준을 정하는 것보다 ‘최대’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공휴일의 유급휴일 법제화가 연간 노동일을 줄이는데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법정 최대 노동시간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독소조항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를 손봐야한다”며 특례업종으로 분류되는 노동자는 전체의 40%에 달하며 이들은 연장 노동 제한한도 없이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선경 민주노총 인천본부 남동노동상담소 상담실장은 “공휴일 유급휴일이 법제화와 함께 포괄임금제를 규제해야 한다”며 “포괄임금제에서 고정휴일근로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유급휴일을 사문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실제 상담 사례를 전하며 “노동청이 공휴일을 유급으로 쉬었다는 이유로 연차휴가를 대체하는 사업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과 과로사 OUT 공대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삼화·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이 공동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