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동부증권
거꾸로 가는 동부증권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11.2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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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정규직전환을 생각할 때 반대로
[리포트] 동부증권 비정규직 전환

이미 여기저기서 정규직전환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고용안정을 보장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용감(?)히 역행하는 곳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찾아갔다. 멀쩡한 정규직을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곳. 이름 하여 ‘동부증권’ 되시겠다.

비정규직 전환을 위한 무기

동부증권에는 특별한 성과등급제가 있다. A, B+, B0, B-, C로 5가지 등급으로 구성된 성과제도는 B0까지 온전한 임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C등급을 받는다면 기본급의 70%가 삭감 된다. 500만 원이던 직원의 임금이 한순간에 150만 원으로 주는 것이다.

C등급을 받아 임금 삭감을 당한 직원들을 기다리는 것은 비정규직 전환 제안이다. 노조는 이 과정에서 사측의 압박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 전환 대상 직원을 새벽부터 본부장실로 호출하는가 하면 퇴근 후에도 소환시킨다. 또한 고객기반이 전혀 없는 지점으로 전근시키겠다고 협박하거나 혹은 전근시켜 실적 압박을 준다는 것이다. 실적이 안 좋아 낮은 등급을 받은 직원이 고객기반이 없는 곳으로 이동하면 또 낮은 실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한 동부증권 직원은 “한 번 더 B0를 줄 테니 6개월 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직원 입장에서는 순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C등급을 맞게 되면 수당은 커녕 기본급도 삭감돼 퇴직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노조는 고원종 사장 취임 후, 성과제도와 비정규직 전환 강요를 못 버티고 떠난 직원 수 가 300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많은 증권사들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할 때, 동부증권은 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성과급제도로 낮은 등급을 부여해 퇴사를 유도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시킨 후 재계약 거부로 해고한다는 것이다.

계약직 아니면 나가라

사측은 이러한 비정규직 전환 강요 행위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오히려 영업 이익을 더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 영업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전문 영업직으로 전환하는 경우는 있어도 회사의 강요에 의해 전환하는 경우는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정희성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동부증권 지부장은 이러한 사측의 주장에 “내가 바로 그 비정규직 전환 강요 증거”라고 말한다. 정 지부장은 4년 전 동부금융센터로 발령 받았다. 그리고 3, 4개월 만에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전환을 제안 받았다.

“지점을 옮긴 초기에는 고객기반이 없기에 실적이 좋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당시 센터장이 부르더니 ‘연세도 있고 실적도 좋지 못한데 계약직으로 전환해라’라고 하더라. 계약직이 되면 자기가 잘 한 만큼 받을 수 있다며 좋은 제도라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말 했다. 그렇게 계약직이 좋으면 센터장님부터 계약직으로 전환하라고, 그렇다면 내가 뒤 따르겠다고”

그 이후부터 정 지부장은 탄압에 시달렸다고 한다. 정 지부장의 자리가 계속 바뀌었고 나중에는 전체 회의에서도 배제시켰다. 그는 이러한 일이 동부증권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누가 미쳤다고 고용안정과 복지 차원에서 월등하게 좋은 정규직을 포기하고 비정규직으로 자발적으로 전환 하겠는가. 사측에서 말하는 자발적 전환은 정말 월등하게 영업이익이 높은 극소수의 이야기이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성과등급 기준

이렇게 성과등급제는 직원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만나본 동부증권 직원들은 모두 한결같이 “어떤 기준을 통해 등급을 매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지부장이 다른 지점에 있을 때 5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시에는 C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지점을 옮긴 이후 약 650만 원 이익을 냈지만, 사측에선 C를 줬다. 분명 같은 회사인데 평가는 달랐다. 정 지부장이 항의를 하자 사측에서는 상대평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직원은 지점 평가 혹은 본부장, 사업부장 등 사용자가 임의로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많다는 점을 들어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측에서 일률적으로 임의평가를 나쁘게 준다면 직원들의 전체적인 연봉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간단하고 합법적으로 임금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이 된 노동자의 이야기

A 부장은 동부증권 비정규직이다. 물론 처음부터 비정규직은 아니었다. 2002년 정규직이 됐지만 8개월 만에 실적 부진으로 비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약 14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했다. 그리고 올해 2월 28일 계약 만료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실적 부진이었다. 아래 [표1]은 2016년 동부증권 일반영업직 재계약 조건이다.

재계약 조건은 수시로 상승했다. 500만 원 이상이면 6개월 재계약 가능하던 조건이 15년에는 700만 원, 지난해엔 1,000만 원으로 상승했다. 몇 년 사이 기준치가 무려 2배나 상승했다. 하지만이 과정에서 사측은 비정규직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A 부장의 2016년 7월부터 12월까지 평균 영업이익은 800만 원을 넘겼다. 기준대로 따르면 6개월 재계약 대상이었지만 사측에서는 3개월짜리 계약을 제시한다. 그는 “3개월 계약은 해고를 위한 암묵적인 수순”이라고 밝혔다. 사측이 해고시키려는 비정규직에게는 3개월 계약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회사 분위기를 보니 비정규직을 모두 해고하고 있었다. 나는 분명 6개월 대상자였지만 3개월을 제시한 것 보고 ‘아 나도 해고하려 하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3개월 재계약 후 그는 영업을 포기했다. 영업이익이 700만 원, 800만 원을 한 동료들도 해고 당하는 마당에 자신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자포자기했다. 그리고 3개월 뒤 역시나 계약만료, 이메일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부당해고

A 부장은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했다. <참여와혁신>이 입수한 박 부장의 부당해고 심문회의 진술내용을 보면 사측은 ▲근무기간이 2년을 초과하였으므로 무기계약직이 돼야 한다는 점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아 계약직으로 신분이 전환된 직원도 있다는 점 ▲재계약 기준을 상승시키면서 계약직 영업직 직원들의 과반수 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영업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계약직으로 전환한 직원뿐 이라고 말한 사측의 발언과 일치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해고를 위해선 상세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적시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었기 때문에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불붙는 노사관계

전국사무금융노조 동부증권 지부는 지난 9월 22일 고원종 대표이사를 노동청에 고발했다. 임금체불과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다. 비정규직으로 전환당한 직원들은 기본급에 성과급을 더한 임금을 지급 받는다. 하지만 기본급에 연차수당, 식대, 교통비 등 모든 수당이 포함된 포괄임금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이에 사측은 “올해 4월부터 C등급을 기본급 40% 삭감으로 개선했고 기본급 안에 없어도 되는 중식비, 교통비 등을 포함시킨 건 비과세혜택을 받기 때문에 적은 금액이라도 선의로 포함시킨 것”이라며 “통상임금에 대한 해석이 바뀌어 시정지시 받았을 때 퇴직자를 포함해 재직자까지 전부 지급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대부분의 재직자들이 문제제기를 할 수 없어 지급이 안됐다는 입장이다. 또한 정 지부장이 사측 인사들과의 몸싸움 끝에 전치 4주를 받는가 하면 또다시 지부장 자리를 구석으로 이동시키는 등 끊임없이 갈등이 재생산 되고 있다. 또한 노조가 궁극적으로 고원종 사장의 퇴진 없이는 어떠한 대화도 없다고 선언해 쉽사리 갈등이 종결되긴 힘들어 보인다.

달라진 것 없는 동부증권

얼마 전 동부증권은 2017년 상반기 성과등급을 발표했다. 노조는 상황이 오히려 악화됐다고 말한다. 정 지부장은 사측이 말하는 C등급 개선이 의미가 없다며 “이미 C등급 대상자는 대부분 계약직 전환 혹은 퇴사를 했다. 얼마 남지 않은 C등급 대상자를 상대로 기본급 40%만 삭감했다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또한 사측이 일률적으로 등급을 하향 조정해 직원들의 임금을 내렸다”며 내부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9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양대지침 폐기를 선언했다. 저성과자 해고와 사용자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을 인정했던 지침들은 이제 없어졌다. 새로운 시대가 온 것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받아들일 때 동부증권은 흐름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흐름을 역행할 때 그 결과가 어떨까. 이것도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