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오늘도 외친다
테라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오늘도 외친다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11.2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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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와 재하청업체, 누가 그들과 대화하는가?
[리포트] 거대한 건물 앞 청소노동자들

8호선 문정역 3번 출구로 나오면 거대한 빌딩 두 채가 맞이한다. 송파 테라타워다. 각각 지상 16층과 지하 5층으로 이루어진 대형 빌딩 두 개가 나란히 이어져 있다. 그 앞에 작은 농성장 하나가 눈에 띈다. 직장을 잃어버린 청소노동자들이 그 안에서 한달 넘게 농성 중이다. 테라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난 4월 14일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뒤, 다른 업체로 하청계약이 넘어가더니 9월 20일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그들은 모든 것이 노조를 만들고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이유

테라타워는 ㈜한영에셋(이하 한영)에게 관리를 위임하고 있다. 한영은 작년 10월 10일부터 사람들을 고용해 청소업무를 시작했다. 첫 시작은 19명이었다. 이들은 건물 내 화장실, 난간, 엘리베이터 등과 외곽청소 그리고 쓰레기처리를 도맡았다. 초기 분양이 25% 수준이었을 때도 턱없이 부족한 인력 탓에 힘들었지만 분양이 거의 100% 완료된 시점에도 인력충원은 3명에 그쳤다.

여자 청소노동자들은 한명 당 3개의 층을 담당해야 했고 남자들은 주차장과 외곽청소, 쓰레기처리를 수행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입을 모아 “하루에 정해진 업무량이 많아 끝내지 못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어떤 청소노동자는 “내가 11년째 청소업을 해온 사람인데 이런 업무량은 처음”이라며 “테라타워에서 지시하는 청소 업무량을 다른 곳에선 2명이서 맡아서 한다”며 한숨 쉬었다. 이어 그는 힘든 노동 강도에 떠나간 여자 청소부만 30명은 될 것 이라고 귀띔했다.

당연히 병가로 인한 결원이 발생해도 그 자리를 메울 수 없었다. 이런 현실에 청소 노동자들은 한영에 지속적으로 인력충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사람 한명 더 쓰는데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알고 이야기하는 것이냐”라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당시 청소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월 135만 원으로 간신히 최저임금에 맞춰있었다. 그것도 식대 10만 원을 제외하면 어떠한 추가 수당도 없는 포괄임금제였다.

남은 길을 노조 결성뿐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인력충원, 고용승계 보장에 대한 교섭을 사측에게 정당하게 요구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했고 전원 가입했다.

노조를 설립, 바뀐 업체

테라타워 청소노조가 결성되자 상황이 바뀌었다. 노조는 이때부터 많은 협박과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우승명 서울일반노조 송파테라타워 분회장은 “4월 말부터 5월 11일까지 한영 관리자가 하루에 두 번 이상 전화했다”며 ‘노조 하지 말고 다른 사업장 팀장을 시켜줄 테니 마음에 드는 곳을 말하라’, ‘인사이동은 권고사직으로 처리하고 실업급여 받고 저희가 생활비도 드리다가 곧 옮겨드리겠다’, ‘여기서 일하려면 노조 그만둬라’ 등의 말들을 꺼냈다고 한다. 또한 5월 3일에는 해당 관리자가 우 분회장을 찾아와 안주머니에서 500만 원의 현금봉투를 건 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회유가 통하지 않아서 일까. 한영은 노조가 만들어진 지 한 달 만에 청소부분을 ㈜에스텍에이스(이하 에스텍)로 재하청을 준다. 청소노동자들은 한영이 업체 교체 이틀 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그전까지 업체 교체에 대한 어떠한 사항도 논의된바 없었다고 한다. 5월 15일 청소노동자들은 한영시절 맺은 계약기간 중 남은 기간 동안 에스텍과 다시 계약을 맺었다.

우 분회장은 “테라타워에는 시설, 전기, 관재, 보안, 미화. 이렇게 다섯 가지 분야로 관리를 한다. 이중 미화만 따로 떼어 재하청을 준 것”이라며 교섭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한영의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측에서 회유와 협박을 했다는 한영 해당 관리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혀 그런 사실 없다”고 답변했다. 오히려 노조 측 우 분회장이 매월 금전을 요구했다며 “노조가 몇몇 개인의 영달을 위해(쟁의 중)”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영은 미화업을 하지 않는다며 “급해서 처음에 잠깐 (계약)한 것. 어차피 관리단이 결성되기 전까지 모두 임시적인 계약”이라고 말했다.

관리단은 분양인들끼리 모여 결성하는 단체로 관리단이 결성되면 건물 관리 업체 계약부터 모든 것을 주관한다. 하지만 전체 분양인 절반이 모여 논의를 통해 결성돼야 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분양만 받고 입주를 하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재도 절반 이상 모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영 관계자는 “아직도 노조와 대화를 하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천막농성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사측의 교섭시도는 없었다.

두 번째 업체 에스텍에이스

노조는 올해 7월 11일부터 8월 18일까지 에스텍과 교섭을 펼쳤다. 주된 교섭 골자는 인력충원이었다. 노사는 교섭을 통해 인력이 부족한 것에 대해 서로 공감했다. 8월 4일 5차 교섭에서는 8일까지 사측이 인력충원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할 경우 관련 업무(음식물 집하장, 지하주차장)를 중단하고 사측은 부족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것에 합의했다. 8일 6차 교섭에 경우 관련업무 잠정 중단함에 합의했다. 일이 잘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일은 8월 18일 8차 교섭 직전에 터졌다. 돌연 한영이 에스텍과의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9월 20일, 에스텍은 미화 도급계약을 해지 당했다.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한 음식물 집하장과 지하주차장이 문제였다. 에스텍 역시 노동자들에게 전원 해고통지를 하였다. 그리고 그 자리는 새로운 업체와 새로운 인원들로 충원됐다. 일한 지 1년을 채우기 한 달 전이라 퇴직금도 없었다.

에스텍은 “우리도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입장”이라고 답했다. 휴가 등 결원으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업무 잠정 중단에 합의를 한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계약해지를 당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에스텍 관계자는 “한영 측이 입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 걸로 알고 있다”며 “누구만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럼 누구와 교섭해야 하는가

서로가 서로의 책임을 아니라고 하고 있다. 한영은 “사용자는 에스텍이다.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이고 에스텍은 “우리도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 당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도 천막에서 복직을 주장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누구와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일까?

가장 좋은 해결책은 관리단이 꾸려져 노조와 직접 교섭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기약이 없다. 10월에도 관리단 구성을 위해 분양인들이 모였지만 최소 필요한 인원에 턱없이 모자라 연기됐다.

두 번째는 현재 테라타워 관리업체인 한영과 교섭이다. 이 또한 쉽지 않다. 노동청 주재로 노조와 한영 대표와의 면담이 실시됐지만 농성장 철거를 조건으로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사측의 제안, 복직과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와의 의견차이 때문에 결렬됐다.

또한 한영은 노조원의 테라타워 출입이 무단침입에 해당한다는 내용증명을 10월 11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보냈다. 화장실과 실내 식당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누구와 교섭해야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우 분회장은 모르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당해고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서울일반노조는 “계약기간은 분명 12월 31일까지였다. 업체 변경이 있을지라도 노동자들에겐 최소한 12월 말까지 고용이 지속될 것이란 고용승계기대권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에서 사측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는 아무것도 없다며 명백히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오늘도 청소노동자들은 테라타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거대한 건물과 그 앞에 피켓을 들고 서있는 작은 노동자. 대비되는 두 존재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져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