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괜찮을까” 걱정이 곧 복직의 꿈
“이 나이에 괜찮을까” 걱정이 곧 복직의 꿈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1.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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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해고와 합의? ‘촛불정신’이 사회적 여건
[인터뷰] 김웅전 철해투 대표

외환위기 이후 철도는 전기, 가스와 함께 대표적인 민간개방의 대상이 됐다. 철도청 민영화 계획은 2002년 노동조합에 의해 공사 전환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03년 6월 28일 철도공사 출범을 앞두고 또 다시 노사가 격돌했다. 이후 2013년 수도권고속철도 분리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파업까지 10년 동안 100명이 넘는 노동자가 해고됐다. 현재 남은 해고 노동자는 모두 98명. 이들은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14년 동안 해고자로 살아가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2003년 ‘6.28 파업’ 이후 지금까지 무려 아홉 번이나 해고자 복직에 노사가 합의했다. 그러나 철도 해고자들은 여전히 복직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의 철도해고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대표 김웅전, 이하 ‘철해투’)는 한시적 조직이지만 14년째 해산되지 못하고 있다. 김웅전 철해투 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해고됐다. 김 대표는 “왜 이렇게 복직이 안 되느냐”는 질문에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에는 공사가 ‘사회적 여건’을 운운하더니 지금은 사장이 공석이라는 이유로 복직을 미루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복직의 꿈을 꾸고 있다.

철도공사에서 파업이 있을 때마다 많게는 마흔 명 넘는 조합원이 해고됐다. 이들이 복직돼야 하는 이유는?

철도민영화로 인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투쟁을 해왔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철도의 공공성을 지키는 투쟁이었다. 철도는 필수공익사업장이기 때문에 전 조합원이 한꺼번에 파업에 돌입할 수 없다. 정부가 정한 필수유지업무 인원에 따라 파업을 한다. 그럼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불법이라고 해서 징계, 해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특히 해고 처분은 신중하게 결정돼야 하는데 관리자들의 감정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서글픈 현장이 되었다.

노사가 지금까지 수차례 임단협 등을 통해서 해고자 복직을 논의해 왔다. 일정 부분 의견접근을 이루었고, 2015년에는 의견일치를 보았다. 올해 대선 때에는 문재인 후보와 정책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해고자 복직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철도공사 내에 해고자를 복직시키기 위한 별도의 협의체가 있다. 과거 공사는 해고자 복직에 동의하지만 사회적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고 했었다. 공사가 이야기하는 사회적 여건은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는 청와대였다. 공사에서 정권 눈치를 계속 봐왔다. 사회적 여건은 촛불정신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으로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복직돼는 것이 당연하다.

철도공사에서 대량해고가 주기적으로 벌어지는 것은 철도와 관련이 적은 인물이 사장으로 임명돼 온 관례와도 연관된 듯하다.

철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경찰청장 출신(허준영 전 사장)을 사장으로 보낸다는 건 누가 봐도 억지 인사다. 얼마 전에 발견된 ‘청와대 문건’에서처럼 노조를 탄압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측의 관리자들을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방해하는 구사대처럼 부려먹는 일이 허준영 사장 때 시작됐다.

해고된 지 가장 오래된 분이 2003년도 해고자이다. 해고기간이 긴 만큼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을 듯한데, 어떤가?

경제적, 정신적 어려움이 심각하다. 노동조합에서도 ‘엄마가 필요해’라는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해고기간이 길어지면서 지금도 아프신 분들이 많다. 철해투에 99명의 해고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98명이 있다. 한 분이 2011년에 돌아가셨다.

해고자들은 노동할 권리를 빼앗긴 것이지 않나. 업무에 애정이 있으니까. 기관사들은 꿈에서도 일을 했는데, 어느 새부턴가 그러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리고 해고는 현장의 동료들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형, 동생하고 만났던 관계들이 이제는 만나면 부담스러운 사이가 되는 거다. 또 해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안 좋다. 가정에서 해고된 아빠를 둔 아이들이 학교에서 당당하게 ‘우리 아빠가 해고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 데서 오는 아픔도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철해투는 지난 6월, 10일 동안 현장순회를 했다. 조합원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해고자 복직은 조합원들에게 당장의 내 문제가 아니다. 해고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복직의 중요성이 바래기도 했다. 단순히 해고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을 탄압하기 위해서 해고가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노동조합 재정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복직은 우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투쟁의 정당성을 찾아오는 것이다. 조합원들과 이러한 얘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해고자가 없는 지부 조합원이나 해고 이후에 입사한 신입 조합원들을 만나게 돼 좋았다고 평가한다.

2013년 파업 이후에 입사한 조합원들도 해고자 문제에 관심을 갖는 편인가?

현재 철도공사에서 640명 정도가 인턴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공사가 신입직원 교육을 통해서 노동조합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도록 했다. 긴 인턴기간을 거치는데 사실상 노예생활 아닌가. 참 가혹한 제도에서 경쟁을 거쳐 들어왔는데, 이들이 현장에 배치되면 많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같이 일해 보니 노동조합의 주장이 맞았고, 사측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는 거다. 안전하고 일할 맛 나는 현장을 만들겠다는 게 노동조합이고, 공사가 정부의 요구대로 직장을 안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걸 눈으로 보면서 바뀌는 것 같다.

농성이 벌써 한 달을 훌쩍 넘겼다. 올해 4월 국회 앞, 지난해 12월 광화문 앞, 2015년 서울역, 2013년 대전 본사 앞 농성까지 철도 해고자들에게 농성은 연례행사 같아 보인다. 이번 농성을 시작하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누가 이런 말을 했다. 이번 농성은 기나긴 시간 마침표를 찍는 투쟁이다. 해고자들이 갖는 생각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이번에 복직하지 못하면 더 이상 때가 없다는 마음으로 농성에 들어갔다. 추석연휴 10일을 반납하고 농성장을 지켰다. 과거 수차례 공사와의 약속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책협약을 맺은 만큼 꼭 현장으로 돌아가자고 다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 지인들로부터 아직도 복직 안 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마치 복직이 다 되는 듯 이야기를 듣는다. 이 또한 난감한 부분이다. 취임 5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이렇다 할 조치가 없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실망도 있는 게 사실이다. 올해 안에는 꼭 복직돼야 한다. 다들 나이를 많이 먹어서 내년이면 정년인 분도 계신다. 복직해서 철도 업무를 하다가 퇴직하는 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그분에게는 명예로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혹은 아직 임명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새로 올 사장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내가 철도청에 스물여덟에 입사했다. 당시에는 20대나 30대가 되게 많았다. 지금은 현장에서 20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50대이다. 그런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하고 있다. 내가 처음 들어왔을 때에는 노동조합이 한국노총 소속이었고, 어용노조라고 지칭했다. 노조 간부나 조합원이나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해도 30대 중반이었다. 농담으로 나이 먹었으니 그만 하라고 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그런 나이가 됐다. 흰머리 없는 사람이 없으니까.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에는 복직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오히려 없다. 정권이 바뀌고 나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나이 먹고 어떻게 일을 하지?’ 하는. 예전에는 디젤차량을 운전하고 정비했는데, 이제는 전기차량이 많으니까 새로 기술을 배워야 할 일이 걱정도 된다. 그만큼 복직에 대한 기대가 크다. 대통령이 바뀌었는데도 복직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다.

또 한 가지는 관료가 아닌, 힘 있는 분이 사장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다. 허준영 사장 시절에 가장 많은 인력감축이 이루어졌다. 서로 내기라도 한 듯 5천 명을 줄이겠다고 했고, 실제 정원이 그만큼 잘려나갔다. 그러면 5천 명 분의 예산이 지급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철도노동자들이 겪었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현원은 살아있는데 정원만 없어지다 보니까 초과인력이 발생하고, 신규노선이 개통돼도 새로 사람을 뽑지 못했다. 일할 사람은 없는데 장부에는 사람이 남아도는 걸로 돼있다.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 아웃소싱이 대거 이루어졌고 결국 안전에도 위협이 되고 말았다. 철도 공공성에 대한 신념을 가진, 강단 있는 사장이 와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진 분이 와야 한다. 또 노동조합과의 갈등을 유발하지 않고, 노동자들이 일할 맛나게 하는 사장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