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투쟁을 약속한다
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투쟁을 약속한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12.0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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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간 금속노조 이끌어 갈 새로운 물결
[인터뷰]김호규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준비된 전략, 소통하는 리더십, 도약하는 금속노조!”
김호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새 위원장이 지난 10기 임원선거에서 내건 슬로건이다. 김 위원장은 결선투표를 거쳐 50.7%의 득표율로 지난 9월 29일 당선을 확정지었다.
김호규 위원장은 “지금의 금속노조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와 혁신이 맞지만 너무 식상한 표현이라는 생각에 ‘도약’이라는 단어를 골랐다”며 “이번 임기에서 금속노조가 한 발자국, 한 계단이라도 더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한다는 뜻의 도약, 이를 위한 몸짓을 시작한 김호규 위원장을 만났다.

금속노조에서는 오랜만에 치러진 경선이었다. 당선소감을 부탁드린다.

당선이 확정된 9월 29일이 마침 현대자동차지부 지부장 결선투표 날이었다. 투표를 하기 위해 울산에 내려와 있다가 당선 소식을 들었다. 당선소감이랄까. 당선의 기쁨은 딱 30분이더라. 금속노조에서 오랜만에 치러진 경선이었기에 당선 소식을 듣고는 기쁨을 마음껏 누렸지만 30분 만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공약을 통해 큰 그림은 그려놨는데 이걸 어떻게 풀어내고 구체화시킬지 고민이 앞섰다.

임기는 10월 1일부터였는데 추석 연휴가 끼면서 정확하게는 10월 10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정말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산 넘어 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11월 중순까지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지역지부별로 사전 토론 및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신 걸로 안다. 현장 조합원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금속노조가 내 노조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큰 사업장은 큰 사업장대로, 작은 사업장은 작은 사업장대로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작은 사업장에서는 금속노조가 큰 사업장에 너무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고, 큰 사업장에서는 우리가 조합비도 많이 내는데 그에 비해 돌아오는 것이 너무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어느 공장의 지회장은 지금의 금속노조가 현대자동차노동조합 금속지부인 것 같다고도 얘기를 했다. 또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서 애초에 기대했던 만큼 결과를 내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 금속노조가 가진 어려움, 상황에 대한 인식이 비슷했고 현장의 눈높이와 목소리를 어떻게 담을 것인가도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다. 실제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들었던 조합원들의 이야기가 사업계획에 많이 반영됐다. 위원장 당선을 떠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만나 이야기했던 내용이 큰 자산이 됐다.

현대자동차 출신으로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나. 위원장이 현장에서 느낀 노동자의 모습은?

현장에서 30년 가까이를 보냈다. 그중 반은 현장에서 일을 했고 반은 노조 간부로 활동했다. 30년을 지내다 보니 예전과 지금의 차이를 몇 가지 발견하게 됐다.

첫 번째는 조합원들의 개별화된 성향이 강해진 것인데 과거에는 조합원들의 집단성이 뚜렷하고 응집력, 집중력이 좋았다. 지금은 하나의 조합원들이 하나의 물질이 아닌 분자화, 원자화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걸 나쁜 의미로 보지는 않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조합원을 단결시켜야 하는 과제가 하나 늘어난 것으로 본다.

두 번째는 노조의 주체가 조합원이라는 인식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이 스스로 나서기보다 집행부에게 맡겨버리는, 집행부 역시 ‘나를 찍어주면 이렇게 해주겠다’고 한 다음 조합원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주려고 한다는 것. 이를 돌파하려고 했던 다양한 시도 중 하나가 산별노조 전환이었는데 아직 제대로 안착이 되고 있지 않다.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를 정리하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선거공약에서 산별교섭 쟁취와 산별조직 강화가 눈에 띄었다. 현재의 금속노조는 기업별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금속노조가 산별노조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산별교섭을 어떻게 뚫을지가 중요하다. 현재 임금교섭과 단체협약은 사업장이 크든 작든 지회별로 존재한다. 17만 금속노동자 모두가 하나 될 수 있는 교섭요구안과 투쟁 의제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사업장마다 사업장 수만큼의 요구안이 존재하겠지만 공통분모를 찾아나가자는 것이다. 조합원들에게 ‘10기 집행부가 이번에 이런 걸 하려고 하니 조합원 동지 여러분 함께 합시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요구안과 의제를 가지고 교섭에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산별노조 발전을 위해서 단기과제는 단기과제대로 장기과제는 장기과제대로 진행하는 것인데, 산별노조발전위원회(전략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게 이번 집행부의 공약이었다. 산별노조를 시스템화하고 내부의 이야기를 모으며, 향후 10년을 전망하고 당면한 5개년 산별노조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이번 10기 집행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

내가 누누이 얘기하는 것이 다리 역할을 잘하자는 것이다. 한 발이라도 전진할 수 있게 토대를 만드는 것이 산별노조 발전을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제조업의 위기 속, 제조업 발전 전망 수립이 중요한 시점이다. 금속노조가 산업의 흐름에 끌려가지 않고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한 구상은 무엇인가?

인공지능, 미래노동, 4차 산업혁명 등 표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기술의 변화가 우리 먹거리의 변화로 이어지고, 제조업이 가장 직격탄을 맞는다는 것은 뻔한 이치 아니겠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통제조업이 점점 축소된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지난 집행부 때 양대 노총 제조연대에서 제조업발전특별법안을 만들었지만 아직 입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법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노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그러면 현대자동차지부 단체협약을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내가 요구안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2017년 단체교섭에서 4차 산업혁명 및 자동차산업 발전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서를 체결했다. 조합원의 고용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 및 자동차 산업 발전 대응 관련 노사공동 협의체’를 구성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것을 금속노조 전체로 확대시키자는 것이다.

독일에서 얘기하는 ‘인더스트리 4.0’이 정말 좋지만 현재 그렇게 할 수 있는 실력도 없고 공감대 형성과 같은 과정이 없다. 과정 없이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제조업 발전 전망 쟁취라는 게 단순히 ‘구조조정하지마라, 구조조정하면 가만 안 있겠다’가 아니라 좀 더 질적으로 국면을 판단하고 논해야 한다.

이번 10기 집행부에서 정부와 자본에 보내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뒤에 숨지 말고 테이블에 앉으려면 테이블에 앉자”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교섭이 필요하면 교섭을 하고 교섭이 안 되면 노조의 방식대로 투쟁을 벌이겠지만 자본이 뒤에만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본은 노사관계에 책임 있게 나설 필요가 있다. 노무관리에 신경 쓰는 만큼 노사관계도 제대로 정립해나가자는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현 정부를 평가하자면 아쉬운 지점이 있다. 지난 10월에 민주노총이 불참한 청와대 간담회도 적절치 않았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초청 전화가 왔었다. 민주노총으로 창구를 단일화하고 민주노총하고 먼저 이야기하는 게 맞다. 쉽게 말해 짱구 굴리지 말라는 것이다. 왜 정부가 그려놓은 그림, 프레임 안에 우리를 넣으려고 하는 건가.

현재 정부는 나침판 바늘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느 한 곳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계속 흔들리고 내용도 채워지지 않는다. 적어도 방향은 잡아야 한다. 곧 출범할 민주노총 새 지도부와 함께 금속노조도 나서볼 테니, 정부와 테이블에 앉아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2018년 금속노조에서 중요하게 논의될 사항은 무엇인가?

노조 할 권리와 자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홍보할 생각이다. 최근 지역지부에 미조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또한 이제 노조명을 지을 때 뒤에 ‘비정규직지회’를 붙이지 않을 생각이다. 노조 할 권리에 대한 공감대를 엮어서 노조 설립 상담에 집중하고 현재 금속노조 조합원 수가 16만 8000명인데, 20만 시대로 가겠다는 목표가 있다. 미조직 사업은 조직력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노조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고 각 지역마다 상담소를 세우는 것 역시 금속노조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다. 

김호규 위원장 약력

1990 구)현대정공(울산) 입사

1991 구)현대정공(울산) 대의원 및 교육위원

1997 구)현대정공 수석부위원장

1999 구조조정 관련 투쟁 해고

2000 현대자동차로 복직

2002 금속산업연맹 사무처장

2008 현대자동차지부 5공장사업부 대표

2009 금속노조 6기 부위원장

2013 현대자동차지부 교육위원

2017 현대차지부 사회연대교육실장

현) 금속노조 10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