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공급 택시 자율감차, 대전시에 뒤통수 맞았다
과잉공급 택시 자율감차, 대전시에 뒤통수 맞았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2.0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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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택시 봐주기 안 돼… 계획대로 감차해야
[인터뷰]이종호 택시산업노조 대전지역본부 의장

인구 유입이 활발한 극히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택시 과잉공급이 만성화 돼 있다. 인구유출과 불경기로 승객은 줄어드는데 택시 숫자에는 변함이 없는 탓이다. 택시 과잉공급은 1대당 운송수입의 감소를 낳고, 이는 택시기사들의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진다. 최근 정부가 택시 자율감차에 나선 이유는 이 때문이다.
대전광역시는 2014년 택시 자율감차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1,300대가 넘는 택시를 줄여야 하지만 사업의 동력이 거의 상실됐다. 이종호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대전지역본부 의장은 지지부진한 감차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전지역에서 택시를 감차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전시 택시운송업 상황을 말씀해 달라.

대전광역시에 등록된 택시는 8,800대 정도 된다. 일반택시(법인택시)가 3,400대쯤 되고, 개인택시가 5,400대 정도 된다. 법인택시 대수가 3,400대인데 종사자 수는 5천 명이다. 10년 전에 비해 2천 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때만 해도 택시 한 대를 기사 두 명이 교대로 탔다. 지금은 운전할 사람이 없어 1인 1차로 운행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게다가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고 있다. 최근 3~4년 새 7만 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안다. 승객은 줄어들고 택시는 많다 보니 운송수입도 떨어진다. 교대근무를 하는 택시기사의 하루 사납금이 10만 9,500원이다. 한 달 25일에서 26일 동안 일해 봐야 150만 원 남짓 손에 떨어진다. 사업구역을 조정해서 대전 택시가 세종에서 대전으로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대전 택시가 세종으로 갈 수는 있지만 세종에서는 승객을 태우고도 대전으로 돌아올 수 없다. 서울-경기지역처럼 사업구역이 조정돼야 공급 대비 부족한 수요를 조금이나마 채울 수 있다. 동시에 적극적인 감차가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대전에서 택시 자율감차가 중단됐다고 들었다. 시범지역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는데 택시를 줄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2015년에 감차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대전시 담당 공무원 2명, 시에서 지정한 번호사와 회계사 각 1명씩, 개인택운송사업조합 이사장과 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 그리고 노동조합 대표로 내가 들어간다. 대전에서는 개인택시 116대, 법인택시 58대, 총 1,336대를 감차하기로 계획됐다. 개인택시 사업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택시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사업자가 자율감차를 하면 감차보상비를 지급한다. 택시총량제로 지자체마다 신규 사업면허 발급을 제한하고 있어 사업자들 간에 번호판이 거래된다. 감차보상비는 개인택시가 9천만 원, 법인택시가 3,600만 원인데, 당시의 번호판 시세를 반영한 것이다.

감차보상 재원은 국토교통부와 대전시, 개인택시 및 법인택시 사업자가 각각 분담해 마련키로 했다. 택시 한 대당 국비와 시비를 포함해 1,300만 원이 지원된다. 여기에 개인택시 기사들이 한 달에 5만 원씩, 법인택시 사업자가 택시 한 대당 월 1만 원씩 8년간 감차보상비 재원을 출연키로 했다. 또 택시 부가세의 5%를 추가로 경감해 주는 대신 이 금액을 감차보상비로 활용해 80억 원을 마련했다.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낸 출연금이 바닥을 드러내자 추후 출연금에서 채워 넣는 조건으로 부가세 경감분에서 8억 1,400만 원을 끌어다 감차보상비를 지급했다.

그러다 감차위원회에서 감차를 중단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개인택시 사업자들이 자율감차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부담할 5만 원을 못 내겠다는 거다. 이 금액은 이미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총투표를 거쳐서 결정된 것이다. 정작 대전시에서는 개인택시 및 법인택시 사업자, 노동조합이 감차 잠정 중단에 합의하도록 종용했다. 노동조합은 감차를 중단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전시에서 인센티브 지원과 법인택시 79대를 개인택시로 전환해 주는 조건을 담아 합의서를 만들어줬기 때문에 감차 중단에 동의했다.

노동조합 입장은 감차를 다시 재개해야 한다는 것인가?

합의서는 무효다. 감차위원회의 감차 중단 결정도 결국 무효다. 감차를 목표대로 재개하고, 부가세 경감분으로 지급했던 8억 1,400만 원도 개인택시 사업자의 출연금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 감차가 중단되고 사업면허 양수양도가 허용된 틈을 타 개인택시 면허를 사려는 사람이 몰렸다. 올해 3월에는 개인택시 번호판 값이 1억 1천만 원까지 올랐다. 감차보상비가 9천만 원으로 책정될 당시에는 8천만 원 정도였다. 잘 되던 감차가 갑자기 중단되면서 개인택시의 저항은 오히려 커졌다.

게다가 대전시는 공영 전기자전거를 도입하고, 카쉐어링 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대전-세종 간 간선급행버스(BRT)도 운행을 앞두고 있다. 그렇게 되면 택시 승객은 더 줄어들 것이다. 대전시가 하라는 감차는 안 하고 택시 죽이기에 나섰다. 노동조합은 10월 24일과 11월 10일 두 차례에 걸쳐 대전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었고, 천막농성도 벌이고 있다. 상황을 정리하려면 대전시가 감차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합의서를 만들어 준 공무원을 징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