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사회적 대화… 원칙론과 실리 사이
말 많고 탈 많은 사회적 대화… 원칙론과 실리 사이
  • 성상영·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2.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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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방송토론, 안개 속 쟁점 찾기
[기획]민주노총 위원장 직접선거의 쟁점

민주노총 제9기 임원선거의 본격적인 레이스가 11월 6일 시작됐다. 번 선거는 지난 2014년 이후 두 번째로 치러지는 조합원 직접선거로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가 한 팀을 이뤄 표 대결에 나서게 된다.
9기 임원선거에는 ▲기호1번 김명환-김경자-백석근 후보조 ▲기호2번 이호동-고종환-권수정 후보조 ▲기호3번 윤해모-손종미-유완형 후보조 ▲기호4번 조상수-김창곤-이미숙 후보조 등 총 4개 팀이 경선을 벌인다. 민주노총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총 투표자 수의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1·2위 간 결선투표를 실시해 당선자를 결정한다.

▲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더불어 우리나라 노동계를 대표하는 내셔널센터로 존재해 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촛불혁명’에서 민주노총의 역할은 작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노동존중사회’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관심이 높아진 반면, 민주노총에 대한 여론은 좋지 못하다. 여전히 대규모 집회와 농성이 이어지고, 대통령과의 간담회 및 만찬도 불발됐다. 거리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 사이에서도 민주노총을 언짢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후보자들의 입에서 고립, 불신, 변화 등과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11월 19일 서울 마포구 국민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방송토론에서는 민주노총이 고립과 불신을 어떻게 뚫을 것이냐가 주된 이야깃거리였다. 4명의 위원장 후보들은 저마다의 논리로 방송을 시청하는 조합원들을 향해 구애의 목소리를 냈다.

선거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일까. 2시간 동안 진행된 방송토론은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후보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잘 협조했고, 정해진 틀에 맞춰 발언을 이어나갔다. 이는 한편으로 심심한 토론이었음을 의미한다. 반론과 재반론이 첨예하게 맞서지 않았고,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예리하게 찌르는 ‘한 방’도 보이지 않았다. 후보들은 논쟁을 벌이는 대신 서로 간의 선을 지키는 분위기였다.

물론 쟁점이 없지는 않았다. 적어도 사회적 대화에 관한 한 후보들 간 입장차가 드러났다.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에 민주노총이 참여할 것인지,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에 나설 것인지, 지금처럼 노정교섭을 우선순위에 둘지 4명의 후보자는 모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윤해모 후보와 이호동 후보가 대척점에 섰고, 김명환 후보와 조상수 후보는 그 중간 입장을 취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좁게는 노사정위 복귀 여부는 대외적으로도 관심이 크다. 노동존중을 외치는 정부를 앞에 두고 사회적 대화를 마냥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반대로 노사정위가 사회적 대화기구로서 정부와 재계가 노동의 양보를 받아내는 장으로 이용돼 왔다는 인식이 큰 것도 사실이다. 네 명의 후보들은 주제별 토론과 1:1 토론, 주도권 토론 등을 통해 사회적 대화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밝혔다.

사회자(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

노사정이 참여하는 또는 다양한 방식의 사회적 대화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또 사회적 대화를 두고 민주노총에 대한 압박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 노사정위원회는 법적 대통령 자문기구입니다.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의 결정으로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대화 추진에 따른 민주노총의 입장과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 각 후보의 입장을 들어보겠습니다.

▲ “정권 바뀌어,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를”

기호3번 윤해모 후보

사회적 대화에 대한 질문은 선거운동 첫 날 제주유세에서 질문으로 나온 사항입니다. 저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답변 드렸습니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풀지 못한 숙제를 그 속에서 다루고, 의제를 선점해 나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노동의제를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물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정사항도 중요하지만, 정권이 바뀌었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대의원들을 설득한다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장 조합원 대다수가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0만 조합원의 생각과 제 생각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끌고 가겠습니다.

기호1번 김명환 후보

사회적 대화는 바로 노·사·정이 참가하는 사회적 교섭입니다. 이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호1번은 이러한 교섭전략에 있어 5대 전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사정위는 용도 폐기돼야 합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희가 제안한 ‘신 8인 회의’는 노조 측 2명, 사용자 측 2명, 정부 측 2명, 대통령, 국회 대표, 이렇게 8명이 만나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신 8인 회의는 새로운 노사정위가 아닙니다.

또한 총자본과의 교섭, 투쟁을 강화해야 합니다.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경총과 전경련 등과의 협의도 촉구할 것입니다. 무노조 삼성에게는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산별교섭에 불참하고 있는 현대 재벌에게는 산별교섭 참가를 촉구하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경제민주화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역할을 촉구할 것입니다. 저희는 사회적 대화를 중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만들어 실질적 성과를 내도록 하겠습니다.

▲ “노사정위는 흘러간 물레방아… 노정 대화가 우선”

기호2번 이호동 후보

그동안 노사정위에서의 반노동적 결정들을 봤을 때,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불참 결정은 역사적으로도 옳았습니다. 저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 공동대표단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판쳤던 무노조주의, 비노조주의, 노조 혐오주의, 부당노동행위를 어떻게 바로잡고,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노동존중사회를 어떻게 설계 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우선 노정 대화가 시급합니다. 그동안 노조파괴가 횡행했습니다. 노정 간의 대화를 통해, 국회의 입법을 통해 헌법상의 노동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노사관계는 이런 의제를 풀어내는 수준에 이르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것이 가져온 역사적 죄과들이 많습니다. 제가 당선된다면 문재인 대통령과의 즉각 대화를 요구하겠습니다. 청와대든 민주노총이든 장소, 시간을 불문해 만나 교섭으로 풀어내겠습니다.

기호4번 조상수 후보

사회적 대화에는 노사정 3자 대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노정, 노사 대화도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노정 대화와 노사 대화를 요구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민주노총에게 노사정대화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노정, 노사, 노사정 3자 대화 모두를 포함하는 전략이 강구돼야 합니다. 우선 노정 대화로 신뢰를 회복한 후 노사정 대화로 나아가는 것이 순서입니다. 저희는 양자 대화의 제도화, 사안별 노사정 3자 대화를 병행할 생각입니다.

사안별 노사정 대화의 첫 단추로, 노동시간 단축을 삼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법 개정이 안 되면 행정해석을 폐기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현장에서 올바르게 노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사안별 노사정 대화를 제안합니다. 노사정위는 노동개악을 관철하는 노동적폐 기구로써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의 노사정위는 폐기돼야 하고,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위한 새 판짜기가 필요합니다.

▲ “노·사·정·대통령·국회 참여하는 ‘신 8인 회의’ 제안”

김명환 : 조상수 후보님께 질문 드립니다. 지금 각 선거후보 진영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고 계십니다. 조상수 후보께서도 사회적 대화를 하자고 하셨는데, 현재 노사정위를 폐기했을 때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논의에 개입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경로가 불명확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 나갈 것인지 구체적인 답변을 듣겠습니다.

조상수 :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과 관련해 한국노총에서 ‘노사정 8자 회의’를, 기호1번 김명환 후보가 ‘신 8인 회의’를 제안하셨는데요. 한국노총의 방안을 보면 노사정 각 2인에다가 정부 측 2명이 더 들어가는 논의 구조입니다. 그리고 김명환 후보께서는 노사정위원장 대신 국회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바꿨는데, 현재 국회의 구조를 봤을 때 오히려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저희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논의는 노사정 대표자들이 책임 있게 진행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노사정위를 폐기하고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또 민주노총 내에서 조직적 논의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 “신뢰 회복 먼저, 노사정위 폐기 후 사안별 노사정 대화”

조상수 : 기호3번 윤해모 후보님께 질문 드립니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기존 노사정위는 노동유연화를 위한 기만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노총조차도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윤해모 후보께서는 현 노사정위에 들어가겠다는 공약을 내고 계십니다. 이럴 경우 민주노총에서 엄청난 분란만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조직 내 합의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시된 공약을 보면 쟁취 목표가 상당히 굵직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실행하기 위한 투쟁 방안이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많습니다. 투쟁을 주도를 위한 방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윤해모 : 저는 새로운 노사정 대화기구가 필요하다면, 우선 그 속에서 문제를 풀어 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20년 전 IMF 때와 달리 세월이 바뀌었고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공약으로 노사정위 참여를 들고 나온 것은 적어도 위원장 후보가 그런 의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이고, 또 조합원 뜻이 그렇다면 대의원과 중앙위원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들 공약에 다른 내용이 많지만, 80만 조합원이 동의하고 실현할 수 있는 사업을 집행하겠습니다. 어떤 사업을 하든 80만 조합원과 함께 하겠습니다.

윤해모 : 기호2번 이호동 후보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지금의 노동현안들이 노사정 대화를 통하지 않고 노정 대화만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판단하시는지요? 때에 따라 노사정 대화든 노정 대화든 아니면 노사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는 문제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노사정 대화로 풀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호동 : 기본적으로 저희들은 노동조합으로서 교섭의 구조를 중시하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노사 간의 대화나 교섭도 그동안 횡행했던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는 조치들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노사 최고 단위의 대화가 필요하다면, 경총과 직접 대화할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구조적 합의 틀 속으로, 역사적 패배를 일으켰던 흘러간 구조인 노사정위에 복귀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윤해모 : 제주 유세에서 질의응답 시간에 저는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기호1번 후보 측에서는 3초 만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에는 ‘신 8자 회의’를 추진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셨습니다.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긍정적 태도도 보이긴 합니다만, ‘신 8자 회의’에서 국회는 어느 부분을 이야기하는 건지요?

김명환 : 국회의장을 정확히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와 활동하게 되면 첫 번째로 법안 제·개정, 두 번째로는 현안 해결을 위한 정부부처와의 조율을 하게 됩니다. 이미 그것은 2013년 수서발 KTX 민영화 저지 총파업 투쟁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낼 뿐 아니라 정부부처와의 조율도 함께 합니다. 하나의 상임위가 모든 것을 전담하지 않고 기획재정위원회나 국토교통위원회 같은 몇 개의 상임위가 공동으로 전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때문에, 국회의 위상을 그렇게 파악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윤해모 : 현재의 노사정위에 들어간다면 문제가 풀릴 거라 생각하시지는 않습니까?

김명환 :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저희가 지난 10년의 역사에서 (현안들에 대해)거의 논의를 못하다 노사정위를 탈퇴했을 겁니다. 우리 산업구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트에도, 지하철 화장실에도 노동자가 있고 학교 식당에도 있습니다. 수많은 노동자들을 다 담아내는 데 10년 전 노사정위 틀은 낡은 버전이며 용도 폐기돼야 합니다.

윤해모 : 4번 후보 측에 묻겠습니다. 지금의 노사정위를 폐기하고 다른 노사정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데, 4번 후보의 주장처럼 임기 내에 가능한지, 현안을 언제 풀며 노사정위를 언제 구성할 건지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조상수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노정 대화가 있고 노사정 대화에서 다뤄야 하는 사안이 있습니다. 그러면 소위 새로운 노사정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사안별로 노사정 대화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노동시간과 관련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폐기된다면, 또는 법이 개정된다면 현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청년 고용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에 노사정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사안별로 노사정 대화를 하면서 신뢰가 축적되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 논의도 훨씬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