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이 아닌 진짜 ‘교육공무직’ 만들기
이름만이 아닌 진짜 ‘교육공무직’ 만들기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2.08 13:25
  • 수정 2020.02.21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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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집단교섭 틀 유지 고민 중[인터뷰]안명자 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

올해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학비연대)는 교육당국과 첫 집단교섭을 시작해 합의안을 도출했다. 학비연대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전국여성노조의 연대체이다. 지난 10일 안명자 교육공무직본부 본부장을 만나 첫 집단교섭의 의미와 남은 과제를 짚어봤다.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9월 27일, 학비연대 소속 노조 집행부들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당시 상황은?

단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8월에 시작한 교육부, 시·도교육청과의 집단교섭이 난항으로 치달았다. 단식을 시작하기 전날 4차 본교섭이 있었다. 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 2,500명이 교섭장 앞에서 집회도 열었다. 하지만 논의 내용에 진전은커녕 오히려 후퇴된 안이 나왔다.

집단교섭의 핵심 의제는 ▲근속수당제 도입 ▲상여금, 명절휴가비, 맞춤형 복지비 등의 정규직과의 차별해소 ▲기본급 인상 등이었다. 노조의 근속수당 인상 요구에 사용자가 통상임금 산정시간 축소(243시간→209시간)를 연동하면서 교섭은 파행됐다.

올해 처음 집단교섭을 하게 된 계기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부에서 먼저 집단교섭을 요청해 왔다. 노조가 집단교섭을 제안하고 사용자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응하는 보통의 집단교섭 형태와 달랐다.

교육자치제에 따라 학교비정규직들은 교육감 직고용형태다. 교육감과 교섭을 할 수 있는 단위이기 때문에 집단교섭이라는 틀을 택하지 않았다.

정부가 바뀌고 정책 가이드라인 등 일정 부분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문재인 정부는 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도 교육청 별로 교섭을 할 때는 늘 재원이 문제였다. 혹 정부가 재원을 지원한다거나 우리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보고 교섭이 잘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하며 집단교섭을 시작했다.

지난달 말 체결한 올해 집단교섭(임금협약)을 어떻게 평가하나?

통산임금 산정 시간 축소를 받고, 기존의 ‘장기근무 가산금’을 ‘근속수당’으로 변경해 연간 수당인상을 2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인상한 것이 골자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해소를 위해 호봉제 등 임금체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근속수당을 만들었다. 최저임금 1만 원이 되는 해에 4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정했다. 17개 시·도교육청 중 동시에 16곳의 근속수당을 만들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을 마무리를 한 사례가 별로 없다.

금액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은 있다. 처음 주장한 바는 근속수당 5만 원이었다. 교섭 과정에서도 단계별로 5만 원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최소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이 80% 수준은 돼야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었다.

교무·조리원·영양사 등 직종이 달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커진다. 차별적 임금체계와 수당 때문이다. 부당한 차별을 해소해야한다.

왜 17개가 아닌 16개 시·도교육청인가?

17곳 중 15개의 시·도교육청이 집단교섭에 참여했다. 인천과 경북이 예외이다. 인천은 집단교섭에서 정해진 내용을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고, 경북은 어떤 결정도 하고 있지 않다. 집단교섭의 강제성은 없다. 경북과는 별도의 교섭을 진행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노동존중을 말하는 정부다. 앞서 교섭 형식의 변화를 꾀하기도 했는데, 현 정부의 태도,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부가 필요해서 교육현장에 뽑은 기간제 교원, 영어회화 전문강사, 스포츠 강사 등을 무기계약직 전환심사에서 제외시킨 것은 유감이다. 그들은 교육현장에서 1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그 이름으로 계약을 바꿔 가며 그 자리에서 일을 해왔다.

정부가 기본방침을 내고 전환심사를 함으로써 전체의 1%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만 심사 대상이 됐다.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는 유사 직종들은 전부 거리로 내몬 것이다. 차라리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싸워 그들이 전환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었을 것이다.

현재 지역 교육청마다 전환심사위원회가 만들어져 후속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정부가 그들에 대한 고용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칼날을 쥐어준 셈이다.

오는 2월 계약을 갱신하는 시기에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학교비정규직들의 해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벌써 개인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사람도 있다. 이 문제가 실제로 드러나는 시기는 12월쯤이 될 것이다. 만약 해고가 잇따른다면 우리는 문제인 정부의 비정규직 대량해고 사건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집단교섭을 이어갈 예정인가?

이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 집단교섭 자체에 대해 절대적으로 좋은 것, 나쁜 것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지역별로 상이한 노동 조건을 전국적으로 통일하는 등 집단교섭이 필요한 시기가 있을 것이다. 내년일수도 내후년 또는 매년일 수도 있다.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후에 판단해야할 부분이다. 아직 집단교섭에 대한 조합원, 지부의 평가도 받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하고, 고용안정을 위해서 어떤 교섭형태가 더 바람직할지에 대해 이번 집단교섭 과정을 평가하고, 차분히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연대해 활동하는 다른 학교비정규직 노조, 사측 입장 등 고려해야할 부분도 많다. 교육당국과 집단교섭 체결 시 노사 어느 쪽도 집단교섭을 이어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향후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제대로 된 ‘교육공무직’이라는 직제를 만드는 것이다. 시·도교육청이 조례를 통해 교육공무직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름뿐이다. 이도 학교 비정규직들이 조례제정 운동을 통해 얻은 결과다.

교육현장인 학교에는 비정규직 없이, 공무원과 교사 외 모든 직종을 아우르는 교육공무직으로 정비돼야한다. 단순히 교육감이 직접 고용한다는 것 외에 정원이나 배치 기준, 처우, 교육훈련, 고용안정, 존중 등에 대한 부분이 정확한 근거를 두고 마련돼야한다. 정규직으로 불릴 수 있는 직제로서의 내용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학교비정규직들은 과거 회계직원으로 불렸다.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학교 행정실에서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회계직원이라고 불린 이유는 학교 운영비로 인건비를 충당하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서 책상과 동급이다. 책상을 좀 덜 사고, 한 명을 고용하는 셈이다. 임금을 인건비로 직접 지급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공무직제를 정하는 법은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큰 장애물 중 하나가 교직사회가 제기한 형평성에 대한 문제였다. 우리는 교사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교원으로 보는 부분 때문에 법안이 좌초됐었다.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는 유치원 기간제 교원, 영어회화 전문강사 등의 경우 어떻게 볼 것인가?

일각에서 이들을 다 없애고 임용된 사람들을 배치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내용이 좀 다르다. 이미 상시 반복적으로 일해 온 노동자의 고용안정에 대한 문제다. 해당 인력을 교원으로 매년 뽑자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들과 소통을 하면서 내용을 만들어 가야한다. 기본은 고용안정이다.

이 대목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정부가 비정규직의 차별해소나 고용안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야한다. 이런 부분 없이 정부가 막연히 정규직화 이야기만 하면 정규직 입장에서는 자신의 임금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게 된다.

노동자들 간에 밥그릇 싸움과 분열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정부는 계속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노노갈등을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 교육공무직제 도입이나 정규직 전환심의 과정에서 정부가 이런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오는 12월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임원선거에서 본부장으로 단독 출마한다고 들었다. 차기 본부장에 나설 결심을 한 이유는?

학교비정규직은 2012년부터 지금까지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해왔다.

2000년도까지 학교 현장에는 노사관계라고 할 게 없었다. 당시 학교비정규직들은 학교장 고용 방식으로 채용됐다. 노동현장에 개별 억압과 모순이 만연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조직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0년대였다.

이후 이들이 본격적인 노사관계의 시대를 연 건 2012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해 처음 단체 교섭을 요구했다. 고용방식을 학교장에서 교육감으로 바꾸는 것을 포함해 차별해소, 고용안정 등을 주장했다. 당시 다수의 교육청과 교육부는 ‘사용자가 아니다’며 교섭을 거부했다. 같은 해 12월 첫 총파업을 했다. 처음으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세상에 크게 외친 날이었다. 2013년부터 모든 지역에서 교섭을 진행해 왔다.

내년은 전국교육기관회계직연합회(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전신)부터 노조가 활동한 지 10년이 된다. 또 다른 10년을 계획하기 위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고, 평가하며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10년의 과정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나 아닌 누군가 또 다른 10년을 기획할 수 있도록 터를 다지고, 기초를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 시점에 한 번 더 본부장으로 나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