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서비스의 발전, 노동조합의 대응은?
모빌리티 서비스의 발전, 노동조합의 대응은?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12.0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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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 파악 후 적극적 참여 필요해”
[리포트]모빌리티 서비스의 확대

늦잠을 자버린 직장인 A씨에게 출근에 늦지 않기 위한 선택지는 택시 밖에 없다.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출근 준비를 하며 모바일앱을 통해 택시를 부른다. 준비를 마치고 집 앞에 나오니 택시가 이미 집 앞까지 도착해서 대기해 있다.

위 사례는 기술의 변화가 삶의 변화로 이어진 사례로 불 수 있다. ‘이동의 자유로움’으로 설명되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가까운 곳에서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모빌리스 서비스의 급부상

자동차산업의 전환이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자동차산업은 제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각종 서비스산업 영역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굳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를 ‘모빌리티 서비스’라고 한다.

모빌리티는 다양한 형태로 이동수단과 공간을 제공하거나 이동하는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크게 ‘카셰어링(Car Sharing)’과 ‘카헤일링(Car Hailing)’으로 나뉜다. 카셰어링은 차가 필요할 때 빌리고 이용한 만큼 비용을 내는 서비스로, 일종의 시간 단위 렌터카 서비스이다. 카헤일링은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딜로이트나 맥킨지는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이 2030년에 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카셰어링 서비스는 2006년 약 35만 명의 가입자가 1.1만 대 가량의 차량을 이용했으며, 2014년에는 484만 가입자가 10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운행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박형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도시화에 따른 교통난 심화 ▲자동차 소유에 대한 선호도 하락 ▲새로운 서비스 플랫폼의 등장 등이 모빌리티 서비스 확산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자동차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주차난, 도로 정체, 대기오염으로 모빌리티 서비스의 필요성이 부상했으며 글로벌 경제 또한 장기침체 늪에 빠지면서 젊은 층의 구매력이 하락하고 대중교통의 발달로 이동이 손 쉬어지면서 자동차 소유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도 최근 부상하고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의 경우, 장기 리스나 임대, 수일 단위로 차량을 대여해주는 렌탈 서비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수분 단위까지도 자동차를 빌려 탈 수 있는 진화된 형태의 서비스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대표 6개 기업,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 창립

국내에서도 모빌리티 서비스 흐름에 따라가기 위한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한국을 대표하는 모빌리티 기업들이 모여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을 출범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포럼에는 ▲그린카 ▲럭시 ▲쏘카 ▲e버스 ▲풀러스 ▲카카오모빌리티 총 6개 기업이 참여했다.

그린카와 쏘카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동차를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빌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린카는 2011년 9월 국내 최초로 설립됐고 같은 해 쏘카가 그 뒤를 이어 등장했다. 풀러스와 럭시는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를, e버스는 수요 응답형 버스를 제공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택시 기사와 승객을 연결), 카카오드라이버(대리운전 기사와 승객을 연결), 카카오내비(자동차 · 대중교통 경로 검색)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2015년에 출시한 카카오택시는 전국 택시 사업자 중 97%가 사용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이들은 포럼을 통해 “모바일, 자율주행, AI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선도함으로써, 이동 영역에서의 불편과 문제를 해결하고 이용자의 편익과 후생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정기적인 협력과 논의의 장을 만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해 말 그대로 휴대전화 하나만 있다면, 수단에 관계없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Mobility-as-a-Service(MaaS) 시대는 이미 오고 있다”고 전했다.

완성차업체들의 발 빠른 움직임
카셰어링 사업에 뛰어들다

모빌리티 서비스로 진출하는 완성차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요 완성차업체 모빌리티 사업 추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카셰어링 사업에 적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 렌터카 인프라를 카셰어링 사업에 활용하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완성차업체가 렌터카 사업을 기반으로 카셰어링 사업을 전개하는 이유는 렌터카와 카셰어링 간 사업 연계가 용이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카헤일링 사업은 국가의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발 등 사업성 검증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대부분 지분 참여 수준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카셰어링 사업을 진행 중인 6개 업체(다임러, BMW, 폭스바겐, GM, 르노-닛산, 도요타) 중 4개 업체(다임러, 폭스바겐, 르노-닛산, 도요타)가 렌터카를 기반으로 카셰어링에 진출했다. GM은 올해 초 카헤일링업체 ‘리프트(Lyft)’에 5억 달러를 출자했으며 자체 카셰어링 서비스 ‘메이븐(Maven)’ 사업을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포드는 모빌리티 연구를 위해 ‘포드 스마트 모빌리티’ 자회사를 설립했다. 폭스바겐도 유럽 최대 카헤일링 택시앱 업체 ‘게트’에 3억 달러를 투자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쏘카와 연계해 신차 판매에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한 독일의 가스업체 ‘린데’와 연계해 수소차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아자동차 역시 모빌리티 서비스 전용 브랜드 ‘위블(WiBLE)’을 공개하고 국내 아파트 단지 입주민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주거형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영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서비스를 품은 자동차라는 자동차의 진화 방향은 이종 산업 간의 본격적인 초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지금은 완성차업체가 소규모 카셰어링 업체를 인수하는 정도의 이벤트가 발생하고 있지만 훗날에는 대형 완성차업체와 대형 IT 및 서비스업체가 통합되어 거대 모빌리티(mobility) 업체로 거듭하는 ‘일대 사건’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러다이트 방식으로는 안 돼
노조 역시 주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모빌리티 서비스 발전에 따라가야 하는 것은 기업과 완성차업체뿐만이 아니다. 노동조합 역시 실체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미래 자동차의 도입으로 산업 재편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엔진 · 변속기 공장 및 의장라인의 축소 ▲전기차 전용 라인 도입 ▲신소재 개발과 전장품의 확대 ▲자율주행 시스템의 모듈화 ▲글로벌 자동차 생산의 감소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의 확장 등이 수년 내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성혁 전 금속연구원 원장은 “자본 주도의 기술 변화를 단순한 거품으로 치부하고 방치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무런 대응을 못하게 된다”며 “방관이 아니라, 기술변화의 실체를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전체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도록 초기에 개입하여 대안을 마련하고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특히 미래 자동차 도입으로 인한 변화에 대응하여 자동차산업 전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산업 내 및 산업 간 일자리의 재배치 ▲필요한 교육 · 훈련 ▲실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선 ▲임금체계 개편 ▲사회적 보호망 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속노조는 ‘디지털 시대 노동의 대응, 4차 산업혁명 바로보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토론회를 수차례 진행하면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자동차분과 차원의 미래전략대책위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와 기아자동차지부는 미래전략위원회를 단체협약으로 확보한 상태이며 현대자동차 노사는 2017년 단체교섭에서 4차 산업혁명 및 자동차산업 발전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서를 체결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노사공동협의체(노사대책위)를 만들어 노사 각 3인의 연구분과위를 구성하고 필요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를 구성하는 등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김성혁 전 금속연구원 원장은 “미래 자동차 대응 관련 조합 중앙과 지부 · 지회 차원에서 통일적인 대책 기구가 필요하며 이에 근거하여 정책 대응 강화, 교육과 토론, 내부 공감대와 방침 마련, 사회적 교섭 등을 유기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과 산업의 변화에 끌려가기만 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노동조합은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끌려갈 것인가 주도할 것인가, 노동조합의 결단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