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고용도 직접고용의무 이행?
기간제 고용도 직접고용의무 이행?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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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노동자 직접 고용하라” 하지만…
[리포트]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파견법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약칭으로, 파견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와 아사히글라스 등에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지만, 파견법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용형태에 관한 별도 규정 없어

고용노동부는 현행파견법(제6조의2 직접고용의무)에 따라 불법파견 시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르면 불법파견 적발 시 사용사업주에게 25일 이내에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고용형태에 관해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계약직으로 채용해도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이행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 무기계약 또는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이 가능한가”에 대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역시 “고용형태에 대해서는 달리 규정하고 있지 않아 노사 당사자 간의 합의로 무기계약 또는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을 수도 있을 것으로 사료됨”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노사당사자간의 합의’ 과정에서 사용사업주의 압력이 들어올 여지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탁선호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다면 노동자의 선택지는 계약직과 근로조건이 아주 열악한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밖에 없다”며 “최악의 경우 사용자가 판결까지 2~3년이 걸리는 소송으로 간다면 노동자는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파견법이 불법파견 억제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탁 변호사는 “파견법 자체가 비정규직의 한 형태인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대법원에서도 입법취지를 파견노동의 장기화, 상용화를 막고 파견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고용은 당연히 그런 입법 목적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파견법은 제1조에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을 그 입법 목적으로 밝히고 있으므로, (중략) 직접고용간주 규정에 따라 사용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되는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사용사업주의 근로자 중 해당 파견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있을 경우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들에서 정한 근로조건과 동일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2다17806 판결, 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두9758 판결

조치결과 역시 미흡, 시정명령 이후 관리·감독 따라야

고용노동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파견법 위반 업체 수는 조사 실시업체 1,113곳 가운데 852곳, 1,943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사법 처리된 업체는 69곳(77건), 과태료처분을 받은 업체는 15곳(19건)으로 밝혀졌다. 경고, 영업정지, 허가취소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사업장은 211곳, 263건으로 드러났다. 시정완료 사업장 수는 561곳, 1,578건으로 나타났지만 해당 자료에는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에 대한 집계는 나와 있지 않다.

금속노조법률원은 “사용사업주 입장에서는 고용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 후 25일 내 시정명령을 이행하면 어떠한 형사처벌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 ‘걸릴 때까지 불법파견노동자를 사용하다가 걸리면 기간제로 직접 고용하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며 “사용사업주에게 불법파견은 엄연한 범죄이고 불법파견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시정명령과 형사처벌을 동시에 진행하고 고용노동부는 시정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시정명령이 어떤 근로조건으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관리·감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파리바게뜨, 아사히글라스, 만도헬라일레트로닉스 등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이 이어지면서 노동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민간부문까지 확대된 것이라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시정명령으로 그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따르고 있다. 파견법 위반 사업장을 적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정명령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지도·감독하는 일도 이에 못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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