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된 협동조합 아닌 노동 내부에서 만들어져야
이식된 협동조합 아닌 노동 내부에서 만들어져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2.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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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협동조합 실험 부정할 수 없어, 사유화는 경계
[커버인터뷰①] 박강태 일하는 사람들의 협동조합연합회장

협동조합 택시가 첫 경적을 울린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그 동안 택시협동조합은 전국으로 급격히 확산됐다. 하지만 상당수의 택시협동조합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택시운송업에서의 협동조합 실험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 2년간 한국택시협동조합 내부가 매우 시끄러웠다. 내분의 핵심은 소수에 의한 독선적 운영 여부였고, 그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이 조합을 떠났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의 2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협동조합이 잘 발달한 사회에서, 90년대 사회주의 붕괴 이후 사회적 경제 운동으로 전선이 이동했다. 그러면서 기존 운동이 갖고 있던 제한성을 확장하는 의미로 노동자협동조합 설립이 이루어졌다. 이는 노동조합의 외연적 확장으로도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경영권에 대한 노동자의 대응이 어떤지, 다시 말해 노동자들의 임금과 이익의 결과물을 교섭으로 해결하느냐, 아니면 독일처럼 의사결정에 노조가 참여해서 경영을 분점하느냐, 아니면 소유까지 확장해서 경영 전반을 노동자들이 결정하느냐 하는 과정이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아직도 임금투쟁이나 전투적 노동조합주의가 강하다. 기업의 소유권과 의사결정권을 전략적으로 늘리는 데 대한 활동은 없다고 생각된다.

한국에서 노동자협동조합은 이 같은 경험의 한계가 있다. 택시협동조합은 (노동자 내부에서 만들어지지 않고)외부에서 이식된 형태다. 노조도 준비가 안 됐고, 여러 기획은 있었으나 구체적으로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안이 부족했다. 지난 2년간 성과도 있었고, 한계나 문제점도 있었다. 택시운송업에 협동조합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 방침이 충분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박계동 이사장의 독선과 사유화를 걱정하는 의견이 있다. 물론 한국택시협동조합 측은 적극 반박했다. 택시협동조합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박계동 이사장의 사유화와 관련한 지적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택시협동조합이 조합원들에 의해 소유되거나 성과가 분배되지 않는다면, 그리고 박계동 이사장이 이익을 편취하고 협동조합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그 과정에서 초법적 권리가 작동된다면 사유화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기우이거나 오해일 수 있다.

현재 한국택시협동조합이 가진 문제는 이사회가 외부인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후에 택시회사를 인수하고 조합원을 모집하니까 임기가 몇 년이든 기존 이사회가 존속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택시노동자들 중에서 이사가 선출되는 방향으로 이행돼야 한다. 다만 협동조합이 자금 조달을 위해 대출을 받으면 이사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한 현실적 부담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만 이사직을 맡을 수밖에 없다. 경영책임을 감당할 의지와 의사가 있는 사람이 내부에서 양성돼야 한다.

택시기사들이 협동조합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기존 법인택시보다 돈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지역의 경우 개인택시를 하고 싶지만 프리미엄이 비싸서 협동조합으로 넘어간 경우도 있었다. 이들에게 공동소유, 민주적 운영이라는 가치가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택시기사 조합원들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지 않을까?

택시협동조합이 이식됐다는 게 이 문제를 중립적으로 보기 위한 표현이다. 택시노동자들의 자주적인 움직임이 미미한 상황인데,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준비될 때까지 노협을 안할 수는 없다. 더 많은 도전이 필요하다. 나는 택시협동조합에 지지를 보내는 편이다. 분명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는 한계가 있다. 그런 점에서 협동조합은 운동이다.

택시협동조합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노조가 있다면 노동자소유기업 역시 하나의 선택이다. 이것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서 노협을 선택할 수 있다. 단위노조나 상급단체에서 택시회사를 적극적으로 인수하고, 선행된 모델 중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적용하면 된다. 정부나 금융시스템이 그것을 지원하면서 성공적으로 노협으로 이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노조가 그렇게 하느냐는 별도의 문제다. 노조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한국택시협동조합처럼 외부에서 인수하는 사례일 텐데, 이때에도 가급적 노조에 우호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사회의 장기적인 재구성 측면에서 노협의 확대는 중요하다. 양극화나 자본의 일방주의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소유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노협은 그것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다. 물론 노동운동 진영과의 대화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의 또 다른 방향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공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