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 뗀 택시협동조합, 시간·보완책 모두 필요해
첫 발 뗀 택시협동조합, 시간·보완책 모두 필요해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2.08 13:47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도·감독 이루어진다면 택시업계 재편 가능
[커버인터뷰②]이문범 법무법인 이산 노무사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수는 1만 2천여 개가 넘는다. 이중에서 실질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절반이 채 안 된다고 전해진다. 또 많은 협동조합이 내부갈등을 겪으며 심한 경우 법적 분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택시협동조합의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택시운송업계의 특성과 구성원 간 이해관계 같은 문제가 복잡하게 꼬여있다. 택시협동조합은 분명 뜨거운 감자다.

그렇다고 택시협동조합의 성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택시운송업을 연구해 온 이문범 노무사(법무법인 이산)는 택시운송업을 재편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택시협동조합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지적한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의 의뢰로 택시협동조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나?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협조가 안 된다. 면담까지는 했는데 자료를 전혀 얻지 못했다. 자신들이 쌓은 노하우여서 밝히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 내부 갈등이 워낙 심하다 보니 공개하기 꺼리기도 한다. 어떤 곳은 이사회를 거쳐야만 자료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

협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문제를 보면 노동조합과의 싸움, 협동조합 내부에서의 싸움이 있었고 고소고발도 많았다. 한 지역에서는 협동조합으로 전환되면서 법인택시 사장이 협박, 감금까지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택시협동조합을 둘러싼 갈등이 이토록 심각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택시회사를 양수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대당 2,500만 원씩 50대라고 하면 12억 5천이고, 차량·차고지 비용을 더하면 엄청난 비용이다. 서울은 법인택시 번호판 가격이 6천만 원 정도인데, 100대를 인수한다면 60억 가량이 필요하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전신인 서기운수도 71대였으니까 그 정도 가까운 돈이 들었다. 이것이 하나의 문제점이다. 택시조합원들의 경제적 사정이 굉장히 좋지 않다. 2,000만 원에서 3,000천만 원 사이의 출자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요컨대 택시회사를 사는 데 뭉텅이 돈이 필요하고, 조합원들도 출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또 일부 사업자들이 번호판 값을 현 시장가보다 높게 받으려고, 즉 프리미엄 차익을 챙기려고 한다.

결국 인수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사채를 쓸 수밖에 없다. 인수를 빨리 해야 하니까 조합원을 미리 모아서 출자금을 통해 인수비용을 마련할 수 없는 거다. 사채 이자율이 높아서 현재 있는 사람들, 기존 노동자들을 가능한 한 빨리 내보내서 출자자들을 모아야 한다. 그러면 노동조합이 반대를 하니까 그것과의 싸움 속에서 시작한다.

택시업종이 다른 곳보다 협동조합을 만들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없는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갈등도 더 심한 것 같다. 사기죄로 처벌 받는 사례가 협동조합에서도 꽤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협동조합 법인이 만들어지는 데 의미가 있지, 그 취지를 올바로 실현하는 곳은 잘 없다. 택시업계에 갈등이 많은 건 노동조합이 개입하면서 싸움을 확산시키기 때문이고, 또 이해관계에 민감한 사람들이기 모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구택시협동조합은 별다른 교육 없이 개인택시를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홍보문구였다. 씨앗이 잘못 심겼다.

택시협동조합이 망가진 택시업계를 재편할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까?

협동조합은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고, 상대적으로 입금액도 잘 납부하는 편인 것 같다. 사고도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효과는 있는 걸로 보인다. 다만 어떤 방향을 찾아갈 것인지는 향후 과제다. 처음 택시협동조합을 봤을 때 아무래도 사장들한테 남는 걸 노동자들과 나눠가지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과거에 비해 택시운송업 종사자들 중에 굉장히 상황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이 어쩔 수 없이 택시운전을 한다. 여기에 계속 택시를 맡길 수 없다. 어차피 공급과잉 상태라면, 택시회사 중 20% 정도만 건전한 곳이 육성되면 업계 재편이 가능하다.

이것은 하나의 방식이다. 지금은 노사가 반대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수기업 육성이 맞다고 본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이 적지 않았다. 지자체 예산으로 카드영수증 발급기, 요금미터기까지 다 달아줬다. 이런 데가 어디 있나. 일본 택시업계에서는 한국에 이런 제도가 있냐면서 놀란다. 성남에서는 콜센터 직원 급여까지 시에서 준다.

원인은 한 가지다. 택시회사가 불법으로 운영되든 건전하게 운영되든 똑같이 지원해 왔다. 수입금 전액관리제를 하고, 최저임금을 지키는 사업장에 지원을 해줘야 한다. 내가 경쟁에 대해 회의적이긴 하지만 택시만큼은 아니다. 운전자가 모자라면 사납금을 내려서 사람들이 오도록 하는 게 정상적인 상황 아닌가.

협동조합이 택시 개선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고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이제 2년이 넘었고, 나머지는 작년에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은 진행형이다. 물론 대구처럼 돼서는 안 된다. 대구에서는 협동조합택시 비율이 10분의 1이 넘는다. 큰 세력이 되었다. 불법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사업면허를 다 취소할 수 없다. 양성화시킬 방법을 찾아야지 그렇지 않으면 다 음지로 들어간다. 택시기사들은 협동조합을 모르고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불안감은 다 갖고 있다. 계속 교육을 하고 때로는 엄포도 놓으면서 양성화를 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