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공무수행‧무기계약직 처우개선 가능케 할 ‘공무직 신설’
원활한 공무수행‧무기계약직 처우개선 가능케 할 ‘공무직 신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2.1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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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공무직 직제 신설 방안 연구 중간보고 결과
▲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공무직 직제 신설 방안 연구 중간보고 대회를 열었다.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논의가 확산되고 있지만 그 실상은 무기계약직 전환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위해서 공무직이라는 새로운 직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공공연맹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공무직 직제 신설 방안 연구 중간보고 대회를 열었다. 해당 연구는 공공부문 중에서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고용된 무기계약직을 대상으로 삼았다.

엄진령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부회장은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의 실태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는 공공연맹에 속한 통계청 조사관 국토관리사무소 국도관리원, 농산물품질관리원의 농업경영체 등록조사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무기계약직 공무수행 과정서 ‘자괴감’

조사 결과 이들의 업무는 모두 처음에는 공무원이 하던 업무였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해당 업무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신공공관리론에 따라 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이들의 일부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신공공관리론은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엄진령 부회장은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들은 애초 공무원이 배치되어야 하는 직무로서의 규정을 명확히 가지고 있었으나, 해당 직무가 늘어나가너 신설되면서 비공무원인 일용직, 기타직, 혹은 기간제 등의 민간인 고용이 느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토록 해왔다”며 “규정과 현실의 차이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적정한 노동조건을 보장받지 못하게 했고, 불합리한 처우를 받도록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조사관은 2003년 표본개편으로 조사대상처가 증가하면서 기존에 정규직 공무원이 수행하던 조사 업무에 비정규직의 고용이 크게 늘어났다.

국토관리원의 경우도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공무원 인력 내에서 하지 못하는 업무를 맡을 일용직, 계약직 민간인을 채용했고 이후, 공무원 수행 규정을 없애 무기계약직 노동자 고용을 보편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농업경영체등록 조사원은 2009년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신설된 직종으로, 제정 당시부터 공무원이 수행하는 업무로 정했었다. 그러나 업무 상시관리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해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하기 시작해 2011년 일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어 “직무의 공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현재와 같이 신분이 명확하지 않은 무기계약직이라는 형태로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공간은 공무원 체계 하에서 업무 지휘가 이뤄지는 곳이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대해야하는 사람들은 공무원에게 업무처리를 바라는 시민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매번 어려움을 겪으며 자괴감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업비성 인건비의 문제 ▲보수수준의 차별 ▲적정한 승급 시스템 부재 등의 문제도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김기우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 실태와 법제화 방안에 대한 발표에 나서 “지자체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공무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대민 행정처분이 필요한 업무에 투입되도 행정적 권한이 없어 법적 시비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단속과 노점 단속, 현수막 철거 등이 대표적이다.

무기계약직이라는 신분은 업무상 필요한 공무차량조차도 사용하지 못하게 해 업무 비효율을 발생시킨다. 공무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당사자에게 모든 부담을 떠안기는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7월 폭우 피해 복구 작업을 하다 숨진 충북도 공무원에 대한 순직 처리에 논란이 불거진 이유도 바로 불안정한 신분이 때문이었다.

공무직제 신설 방안 논의해야

김기우 연구위원은 공무직제 신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고 처우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삭감할 경우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을 우선 보호대상으로 삼아 무기계약직 고용을 종료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고용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맺었어도 고용이 불안정하다”며 “공무직제 신설이 정원과 예산의 제약을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정원확보와 고용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속 기관과 지자체별로 상이한 무기계약직 보수체계를 통일시켜야한다”며 “현재 많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하면서도 서로 다른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그 자체로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 간의 연대를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오랜 기간 일해 숙련도에 따른 업무 성과를 내면서도 근속이 보수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며 "노동자의 근로 의욕과 성취감을 높이는 경력을 감안한 승진제도를 마련해야한다. 이처럼 무기계약직들이 겪고 있는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는데 공무직제가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무기계약직 또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직제 신설 논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공감했다. “다만 지난 2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직근로자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제정안에 대해 행자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도 반대의견을 제출하고 있어 공무직제 신설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공무직제 신설이 되지 않았을 경우, 무기계약직 처우 개선에 대한 보완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윤구 경기대 법학과 교수는 “무기계약직의 공무직제 신설을 위해서는 앞으로의 전환자나 신규채용자를 위한 채용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용이 추가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이라며 “현행 기간제법의 차별시정에 의한 구제로는 무기계약직 공무직의 근로조건 개선은 어렵지만, 공무직 노조의 활동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유효한 방안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