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민속주 이야기
재미있는 민속주 이야기
  • 서영민_한의학 박사
  • 승인 2007.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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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몸에 좋다는 술이라도 적당히 마셔야

서영민 동국대학교 경주한방병원
한방소아과 진료교수
저는 술을 꽤 즐기는 편입니다. 술이 맛있지는 않지만 왠지 허름한 술집에서 친구들이랑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런 맛에 술을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겨울은 날씨가 추워 맥주보다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잘 어울리는 계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먹을 때는 좋은데 조금 주량을 넘어서게 되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머리를 붙잡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고, 더욱이 아침에 출근을 해야 되는 경우면 정말  이제부터는 다시 술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날 일이 있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그나마 조금이라도 몸에 덜 해로운 술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술 종류가 하도 많아서 어떤 술을 먹어야 할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됩니다.
백세주, 산사춘, 매취순, 복분자주, 천국, 천년약속, 대나무통술 등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어떤 술이 좋은지 한의학을 밥벌이로 하고 있는 저도 고민할 때가 많지만 막상 광고에서는 전부 숙취가 없고 몸에 좋다는 내용뿐이라서, 선택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속주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양기를 북돋아주는 구기자

요즘 민속주 시장에서 단연코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술이 바로 백세주인데 이 술이 바로 지봉유설에 나와 있는 구기자주를 기본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구기자는 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노장생약을 만들 때 사용되었던 약재 중 하나로 “총각에게는 구기자를 먹이지 말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력을 증강시키는 효능의 약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기자는 몸 안의 양기를 북돋워주고, 눈을 맑게 하며, 호흡기능을 강화시켜 주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양기가 적거나 과도한 성생활로 인하여 허리와 무릎이 시린 증상이 나타나거나, 쉽게 갈증이 생겨 물을 먹어도 갈증이 가시지 않을 때, 덥지도 않은데 땀이 물처럼 흐를 때 복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구기자의 어린 싹에는 혈관의 유연성을 길러주고, 염분의 배설을 촉진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의 예방에도 좋습니다.

 

2. 소화를 촉진하는 산사자

민속주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술은 바로 산사춘으로, 산사자와 산수유를 주요 원료로 만들어진 술입니다. 요즘 유명세를 얻고 있는 탤런트 황보라 씨가 “에로안주~” 이러면서 나오는 광고를 보셨다면 쉽게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의학에서 산사는 주로 소화기능이 좋지 않을 때 많이 사용되는 약재로, 소화기능을 강화시켜주는 효능이 있어 특히 고기를 먹고 체한 경우에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름기 있는 음식을 좋아하시거나,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먹고 나면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속이 꽉 막힌 것 같은 경험을 자주 하시는 분들에게 효과적입니다. 또 피를 맑게 하고 나쁜 피를 제거해주는 효능을 가지고 있어서 산후에도 많이 사용하는데 최근연구에서는 고지혈증, 고혈압, 관상동맥증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남성들에게 좋은 복분자

요즘 TV에서 방영되는 광고 중에 차승원 씨가 깨진 소변기를 보면서 “죄송합니다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하는 주류 선전이 있는데, 거기서 등장하는 술이 바로 이 복분자주입니다. 중국에 어떤 노인이 산중에 들어갔다가 탐스러운 열매를 발견하여 먹어봤더니, 다음날 정력이 되살아나고 소변이 너무 힘차게 나와 변기를 엎어 버렸다고 해서 ‘요강을 뒤엎는 씨앗’이라는 뜻으로 복분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흔히 민간에서는 산딸기라고 부르는 복분자는 선천적인 기운을 보충해주고, 소변이 시원하지 않으면서 자주 보거나, 남자가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때 주로 사용되는 한약재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몸에 진액이 부족하고 마르면서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도리어 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4. 장수의 효험이 있는 국화

쌍꺼풀이 너무 진해 약간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연기력이 뛰어나서 사극에 주로 출연하고 있는 최수종 씨가 선전을 했던 천국이라는 술은 이름처럼 국화주를 기본으로 만든 민속주입니다. 중국에서는 국화가 선인이 살고 있는 인적이 없는 곳에 피는 꽃이기 때문에 장수의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 한약재로,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9월 9일 중앙절에 국화를 술에 띄워 마셨으며, 태종 이방원이 신하에게 즐겨 하사하였다는 기록도 남아 있습니다. 국화는 피를 깨끗하게 하고, 열을 내려주면서,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어 임상적으로 두통에 많이 사용되며, 근육과 뼈를 강하게 하고 눈이 맑아지게 하는 효능도 뛰어납니다.

 

5. 해독작용이 뛰어난 상황버섯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부산 APEC 정상회의에 사용되었다고 광고하는 “천년약속”이 바로 상황버섯을 발효시켜 만든 술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상황버섯이 굉장히 귀해서 흔치 않았는데 요즘 재배기술의 발달로 건강식품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효능이 아주 뛰어나 암치료로 인해서 기력이 허해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곤 하는데 한의학 고전에 의하면 술을 해독해주는 작용도 매우 뛰어나고, 평소 하복부가 당기면서 복부에 몽우리가 잡히고, 배에 통증이 있을 때 사용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임상적으로는 주로 병치레로 인하여 몸이 매우 허약해졌거나 남들보다 쉽게 감기에 걸리거나 감염질환에 잘 걸리는 분들에게 좋습니다.

 

그래도 술은 적당히

그러나 최근 민속주가 나름대로 몸에 좋은 약재들을 혼합하여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몸에 좋다고 하더라도 가장 주된 성분은 알코올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건강에 가장 좋은 방법은 술을 적게 먹는 방법입니다. 술이 사회생활의 동반자이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필요악이긴 하지만 그래도 적당히 거리를 두고 꼭 필요할 때만 벗으로 삼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