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한국의 실리콘밸리 꿈꾼다
광주·전남, 한국의 실리콘밸리 꿈꾼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1.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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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상업 등 지역 인프라 구축이 관건
[리포트] 속도 붙는 한전공대 설립

요즘 광주·전남지역이 한전공대 설립으로 한껏 들뜬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개획에 광주전남 상생공약으로 한전공대 설립을 포함했다. 또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와 광주 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에너지밸리가 조성된다. 정부는 “광주·전남을 미래 신산업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빛과 생명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 한국전력

MIT·옥스퍼드와 견줄 한전공대 기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11월 2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세계 유일무이, 한전공대 빅 픽처(Big Picture)를 꿈꾼다’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2017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Bitgaram International Expo of Elecrtic Power Technology)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정부 고위급 인사와 장환석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비롯해 국내외 연구기관 관계자와 에너지 관련 기업 임원 등 다수가 참석했다. 김태근 한전공대TF팀 부장, 부르크하르트 라우헛(Burkhard Rauhut) 독일 아휀공대 교수, 김재철 숭실대 교수가 주제발표를 맡았다.

이날 포럼에서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경쟁하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특화 연구 중심 공과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학부와 대학원을 동시에 개교하고 독립형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한전공대 설립은 전라남도가 오는 2020년까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에너지 공과대학 설립 방안을 정부에 제안하면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반영됐다.

지난 6월 한전은 한전공대TF팀을 꾸렸다. 한전 측이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150만㎡ 상당의 부지에 5천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2년 개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공대TF는 6월부터 3개월 동안 해외 유수의 30여 개 대학을 벤치마킹했다. 이른바 ‘세계 20대 공대’로 불리는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와 스탠퍼드대,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 등이 한전공대의 참고서가 되고 있다. 국내 대학 중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공대(POSTECH)가 한전공대가 꿈꾸는 방향이다. 한전 측은 빠른 시일 내에 공대 설립 계획 마련을 위한 컨설팅 용역을 발주키로 했다. 컨설팅 용역은 올해 4월까지 1단계가 진행되고, 최종 결과는 9월쯤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시-전남도, 공대 유치에 안간힘

한전공대 설립이 국정과제로 선정되자 관련 지자체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서로 한전공대를 유치하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면서 구체적 계획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 부지 선정 문제가 불거졌다.

전남 나주시는 한전 본사가 입주해 있다는 점을 들고 나왔다. 나주시는 지난해 8월 한전공대 개발 규모와 내용 등 방안 마련과 관내 후보지 분석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려다 취소했다.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2월 관련 용역을 재추진키로 했다. 한 지역언론에 따르면, 최근 나주시의회는 한전공대 설립을 지원하는 연구용역비 5천만 원이 담긴 추경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후보지에 관한 사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연구용역비가 추경예산에 포함됨에 따라 나주시는 6개월간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광주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광주 광산구의회는 지난해 9월 ‘한전공대, 광산구 유치 희망한다’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광산구의회는 성명을 통해 “광산구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젊은 도시이며, 한전공대가 세계적인 대학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고 주장했다.

광산구의회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그린산단, 첨단산단, KTX 광주송정역, 광주공항 등 주요 산업시설과 교통 거점이 가까이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또 주요 관공서와 상업시설 등을 두루 갖춰 쾌적한 정주여건이 마련돼 있을 뿐 아니라 호남대, 광주여대, 남부대, 방송통신대, 광주보건대 등 5곳의 대학이 위치해 있어 연계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지자체의 유치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 함평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지 선정 줄다리기는 부질없는 짓”이라 일갈한 일도 있었다. 두 광역자치단체는 각각 후보지를 한전에 추천하고, 한전 측이 최종 선정하는 방식으로 부지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한전공대 후보지 결정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아직 아무 것도 모르는데… 인프라 구축돼야

부지 선정 문제와 관련해 한전 측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한전 측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와중에 자칫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할까 아무 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서도 개교 시점이 2020년인지 2022년인지 각기 다른 내용이 나타났다. 150만㎡의 땅에 5천억 원을 들여 대학을 짓는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에 관한 내부적 준비는 마무리 됐지만 정치적 파장과 신임 사장 선정 등을 고려해 함구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한편으로는 부지 논란 이전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특화 공대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든 나주든 허허벌판에 대학 하나 짓는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 11월 2일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하고 한전공대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지역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접근성과 기반시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