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돈보다 중요
노동자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돈보다 중요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1.09 10:28
  • 수정 2018.06.29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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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서 광주시 기간제 직고용, 다시 공무직으로 전환되기까지[커버스토리] ① 광주의 새로운 시도, 노동과 발을 맞추다이매순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시청공무직지회장
광주가 주목받고 있다. 광주광역시는 지역혁신 전략의 핵심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꺼내들었다. 그로부터 3년. 누군가는 새로운 지방행정 모델을 발견했다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실체 없는 뜬구름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광주는 무엇에 ‘광주형 일자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가. 광주는 왜 ‘광주형 일자리’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인가. 지금 광주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추적해 봤다. 아울러 윤장현 광주시장, 그리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당사자인 광주시청 청소노동자를 만나봤다.

광주시청 온라인 게시판에 청소 업무와 관련된 민원 글 하나가 올라왔다. 몇 달 째 화장실 물비누통이 고장난 상태로 방치되고 있어 불편하니,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비품 관리를 보다 꼼꼼히 할 수 있도록 ‘화장실 청소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달라는 내용이다.

이매순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시청공무직지회 지회장은 “물품을 관리하는 시의 담당부서에서 물품을 제때 대주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며 “용역업체 직원이었다면 자칫 노동자가 해고를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해결을 위해 회계과를 방문한 뒤, 이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 내부의 노동전담부서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용역업체에 고용돼 환경미화 업무를 해온 이 지회장은 지난해 2월 광주시의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 이매순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시청공무직지회 지회장

광주시청에서 환경미화 업무를 시작한 계기는?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며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광주시청에서 환경미화 일을 시작했다. 2007년 광주시는 상무지구로 청사를 옮겼다. 현재 청사 입주 청소부터 했으니 이곳에서는 시청 공무원들보다 먼저 들어와 일을 한 셈이다.

광주시에 직고용으로 전환된 과정은?

2015년도까지 용역업체 직원이었다. 2015년 2월 광주시의 기간제 노동자로 직고용 된 이후, 2017년 2월 무기계약직인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이에 앞서 2007년 용역업체로부터 해고당한 사건이 있었다. 2년 동안 투쟁해서 복직됐다.

왜 용역업체로부터 해고됐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고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광주시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당시 시장에게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해왔었다. 하지만 모두 묵살됐다. 노조를 만든 이후 계약만료 시기가 되자, 조합원들을 모두 해고했다.

다시 고용되기까지의 시간은 힘들었다.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시청에서 웃옷을 벗는 투쟁을 했다. 광주시청 공무원들은 해고 노동자들을 청사 밖으로 내쫓았다. 억울한 심정에 상경해 하얀 소복을 입고 민주당사 앞에서 밤도 지새웠다. 서울의 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의 투쟁이 시작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노동조합을 만들게 된 이유는?

처음에는 70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으며 아침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 동안 일했다. 노동자의 기본 근무시간이 8시간이라는 것도 몰랐다. 8시간 근무시간을 주장하던 차량 관리 업무를 맡은 용역업체 아저씨들이 노조를 만들자고 하더라. 그렇게 갑자기 노조 활동을 하게 됐다. 노조를 결성한지 하루 만에 퇴근시간이 오후 4시로 바뀌었다.

시에 직접 기간제로 고용된 이후와 공무직으로 전환된 지금, 각 시기별로 달라진 점은?

계약직으로 전환됐을 때는 기대보다는 실망이 컸다. 광주시에서 시의 규정을 지키라고 했다가 자기들에게 불리하면 해당되는 사항이 없다고 하는 등 시행착오가 많았다. 하지만 고용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는 점에서는 이전에 비해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용역업체 직원일 때는 받지 못했던 복지포인트 등의 추가 혜택도 생겼다.

공무직으로 전환된 지금은 다 만족한다. 사실 돈이야 많이 줄수록 좋지만, 저임금이었던 부분은 노조 활동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많이 올려놨었다. 기간제 전환 직전 용역업체 고용 당시 임금도 다른 기관보다 높았다. 물론 기간제, 공무직으로 전환되면서 임금 부분도 조금씩 더 나아졌다.

돈보다 노동자가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더 중요하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한때 환경미화라는 직업이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러웠다. 옛날부터 정말 힘들고 가장 아래 있는 사람들이 청소 일을 한다는 인식이 있었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당당하다. 자존감도 생기고 시청 공무원들과 눈높이도 어느 정도 같이 할 수 있다. 예전과 달리 시 공무원들이 ‘가족’이라는 표현을 많이 써준다.

앞으로 바라는 점은?

시에서 ‘당신들은 우리와 함께하는 가족’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공무원들도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익숙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보다 광주시청에서 일하는 진짜 한 가족으로 대해주는 그런 마음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