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지방정부 본격 업무 될 것
노동정책, 지방정부 본격 업무 될 것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1.09 11:11
  • 수정 2018.06.29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정조직 내 노동전문가 양성하고 노동정책 역량 키워야[커버스토리] ⑥ 당사자로 함께 한 지역사회김보현 광주광역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우리사회는 언젠가부터 당사자는 사라지고 평론가가 넘쳐났다. 지역에서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면 행정기관인 지방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나머지는 객(客)이 되었다. 노동조합, 경영계, 시민단체, 학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발짝 밖에서 평론을 했다.하지만 일자리 정책의 당사자는 노동자이고 경영자이고, 그리고 시민이다. 이들 당사자들이 행정의 중심으로 들어가서 방향성을 잡고 실행을 주도할 때 제대로 된 정책의 입안과 시행이 가능하다. 광주가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윤영현 광주경총 상임이사, 광주시 더나은일자리위원회 실무위원장을 맡은 박해광 전남대 교수, 그리고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비판적인 김보현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의 목소리까지 담았다.

그간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는 정책 논의에서 빠져 있었다. 노조로 대표되는 노동계는 정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민원인으로 치부됐다. 노동도 행정 안에서 같이 논의해야 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광주에서는 광주형 일자리라는 이름으로 노동과 행정이 이전과 다른 태도로 서로를 대하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작년 말 예산 삭감으로 사실상 폐지된 사회통함지원센터가 단적인 예이다.

김보현 의원(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들이 국민으로서 세금을 내고, 투표해 지방의원들을 선출하고 지방정부를 형성했다”며 “시청은 노동자의 공간이고 행정도 노동자의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일반 시민 모두의 영역임은 ‘특정 진보적 세력의 의제’가 아니라 ‘사회의 일반적이고 당연한 의제’라고 강조하는 그는, 지방정부의 노동정책 역량 강화를 위해 행정이 그간의 관성에서 벗어나 바뀌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사회통합추진센터 예산을 삭감하는 법안을 발의한 이유는?

▲ 김보현 광주광역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사회통합지원센터(이하 센터)’는 정책을 이행을 돕기 위해 시 외부에 만든 조직이다. 전남대 사회협력단이 센터를 위탁받고 김상봉 전남대 교수가 장을 맡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와 갈등을 겪으며 김 교수가 센터장직을 반납했다. 이후 더좋은자치연구소가 센터를 이어 받았지만 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2015년 센터가 생긴 이후 3년 동안 2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 센터의 연간 예산은 7억 원이다. 인건비가 3억 원이고 운영비가 1억 원, 나머지 사업비가 3억 원이다. 그런데 사업비 대부분이 토론회와 같은 행사에 쓰였다. 어떻게 보면 이마저도 운영비인 셈이다.

광주시는 센터 폐지로 정책 논의가 관주도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시에 별도로 센터를 만든 이유는 전문가들에게 일정 역할을 맡긴 측면이 있는데?

센터를 노동전문조직이 맡았다면 말이 된다. 그런데 맡을 조직이 없다. 광주시 안에도 비정규직지원센터, 노동센터, 청소년노동인권지원센터 총 3개의 노동관련 센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절대로 센터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 소위 노동계가 만지고 싶지 않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정책 논의에 이미 노동계가 참여하고 있다. 노동계에서 현실적으로 센터와 같은 조직을 담당할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정책 자체의 딜레마가 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 상생의 협력에 의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핵심이다. 이는 노동권의 축소를 전제로 한다. 노조에게 4000만 원 수준의 양질의 일자리는 언뜻 보면 좋을 수 있지만, 임금을 고정하고 향후 노조의 단결권과 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축소한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 아우토 5000은 파산이라는 회사 위기상황에서 나온 비상대책이었다. 상시적인 상황에서 한국의 노동계가 동의하기 어렵다.

그래서 시의회는 센터 사업비를 살려줄테니, 사회통합추진단이 센터 역할을 직접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관료조직 내 전담 부서를 만들어서 할 수 있는 업무인가?

광주시 행정조직 내 정원을 늘리고 노동정책을 담당할 전문 공직자들을 뽑아야 한다. 이미 전문가들을 공직사회에 영입할 수 있도록 별정직과 계약직 등의 채용 제도가 있다. 중요한 분야라면 마땅히 시가 해당 분야의 공무원을 늘리고 전문화시켜야 한다.

요즘 행정은 사회적 의제를 형성해 토론회를 열고, 연구용역을 수행, 센터나 법인 설립이라는 일련의 과정으로 패턴화 하고 있다. 외부기관이 행정이 해야할 업무를 대신 수행하게 하고 정작 행정은 관리감독자가 돼버린다. 이는 사회적 의제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철저하게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앞으로 광주형 일자리가 성공하려면?

시의회가 센터 폐지를 승인 한 것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대로 만들어 내보자는 것이다. 2018년은 광주형 일자리를 현장에 적용시키는 원년으로 삼아야한다.

한국사회에서 노동과 복지만큼 중요한 문제는 없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개헌을 앞둔 시점에서 지방정부는 노동정책 역량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노동이라는 분야는 중기청이나 노동부의 업무였지, 지방정부의 본격적인 업무가 아니었다. 행정이라는 분야에서 노동과 복지 전문가들을 지원하고 키워야 한다, 더 이상 기존의 부서에 흩어져 있던 관련 업무 인력들을 짜깁기해 전담부서를 만드는 식이어선 안 된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지방정부가 노동정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문제다.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은 이제 막 첫 걸음을 뗐다. 중앙정부의 권한과 의무를 법적으로 지방정부로 이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상황에서도 지방정부가 노동관련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행정이 바뀌어야한다. 시민들도 정치가 내 것임을, 정치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쉬운 길임을 경험하고 신뢰가 쌓이면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