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주목한다, 도전을 응원한다
과정을 주목한다, 도전을 응원한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8.01.09 11:16
  • 수정 2018.06.2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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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새로운 시도는 현재진행형… 성공 위한 지원 필요[커버스토리] ⑦ 참여가 지역을 바꾼다

취임 한달 여가 지난 2017년 6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섰다. ‘일자리 추경’이라고 이름 붙인 11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예산안 통과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현재 실업 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 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면서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또 “문제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다.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면서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재난 수준’. 정치적 수사로 보기에는 너무 강력해 보이는 이 표현 속에는 현재의 고용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한국사회의 지속가능성 위기에 대통령이 직접 경보음을 낸 셈이다.

지방이 무너지고 있다

현실은 어쩌면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은지도 모른다. 특히 지금 지방은 아우성이다. 지방언론에서 ‘지역 경제’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위기’라고 말한다. 모든 지역들이 입을 모아 자기 지역이 가장 소외되고 홀대받고 있으며 최악이라고 말한다. 결국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위기상황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그리고 그 위기는 일자리, 특히 좋은 일자리가 모자란 데서 출발한다.

또다른 위기의 심각성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암울하다는 데 있다. ‘처음으로 부모 세대보다 못 사는 자녀 세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새로울 것도 없다. 그나마 부모 세대는 반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한 지경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식들이 걱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론적으로 문제는 ‘일자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일자리는 경제 정책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적인 주체가 기업이기 때문에 경제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피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동의 관점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게다가 기존의 일자리를 더 나은 일자리로 만들고, 새롭게 좋은 일자리를 더 만들어내는 것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이자 노동의 문제이고,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의제가 된다.

그래서 <참여와혁신>은 빛고을 광주에 주목했다. 현재 광주광역시에서 진행중인 상황은 우리사회의 여러 화두들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지방정부라고 부를 정도의 지방분권, 지역밀착형 일자리 정책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아울러 지역에서의 노동의 의제화가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노동 이슈들은 중앙 정부와 국가 단위의 사용자단체, 그리고 양대 노총으로 대표되는 노동계 내셔널센터 차원에서 제기되고 논의되어 왔다.

지역은 그저 중앙의 결정을 먼발치에서 바라보거나 실행단계에서의 동원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실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곳이 바로 지역의 현장이다. 결국 그 괴리가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곤 했다.

광주광역시는 지역의 문제를 지역민들과 함께 풀어나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광주형 일자리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지방정부는 물론 노사정학과 시민단체에 이르는 지역의 역량을 총집결해 시작점부터 그 단위에서 문제를 풀어가기로 한 것이다.

열악함, 절실함, 두려움, 절박함

광주의 오늘과 내일을 보기 위해 사흘간 광주 현지에서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의 목소리도 다른 지역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광주의 기저에 깔린 감정은 위기감이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 우리의 젊은 후손들이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그만큼 열악하고 절실하기 때문에.” (윤영현 광주경총 상임이사)

“지방은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다. 지방의 소멸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은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어서 지역에서 청년들이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어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김보현 광주광역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

“광주형 일자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람들의 두려움이다. 절박함이란 것. 지금은 자기가 일자리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자리가 없어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내가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사실 ‘멘붕’이 온 거다. 절박함이 있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의 발전이 없다. 방법이 없다.” (정경자 광주광역시 사회통합추진단 정책TF팀장)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다음 세대를 걱정했고, 열악함, 절실함, 두려움, 절박함 같은 단어들을 모두 동원해 현재의 위기상황을 증언했고, 그 대안으로 일자리를 제시했다.

광주광역시의 첫 번째 행보는 지방정부 내에 사회통합추진단이라는 새로운 부서를 신설하는 것이었다. 2014년 9월의 일이다. 사회통합추진단은 윤장현 시장이 내세운 비정규직 제로화와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 등을 만들어가기 위해 일종의 지역 차원의 사회적 대화의 틀을 형성하는 부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처음 내놓은 광주시의 사회통합 정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다. 2015년 2월 광주광역시와 공공운수노조는 사회공공협약을 체결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첫 발을 뗀 셈이다.

광주시가 내세운 것은 세 가지였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하기 좋고, 노동하기 좋은 광주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가장 보편적인 가치에 해당하지만 현실에서는 상충하면서 동시에 실현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이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노사관계와 생산성에 주목하고 노사와 행정, 시민사회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노사관계 및 장시간 노동과 임금격차 등에 변화를 주자는 것”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크게 투 트랙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기존 일자리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었다. 우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고, 광주형 생활임금을 채택했다. 여성과 청소년 노동권 보호를 위한 조치들도 이런 활동의 일환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빛그린산업단지로 대표되는 제조업 일자리의 신규 창출 전략이다. 현재 120만 평 부지에 조성사업이 한창 진행중인 빛그린산단은 광주광역시가 노사상생형 일자리 시범혁신산업단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산단에는 친환경자동차 및 부품 클러스터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광주는 무엇이 다른가

외형적으로 보면 광주광역시의 행보에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인다. 지방정부의 노동전담 부서는 박원순 시장 체제의 서울시에서 먼저 시행했고 서울시의 경우 현재 국 단위까지 발전시켰다. 노사의 참여로 결정되는 생활임금 조례는 경기 부천시에서 선도적으로 진행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의 행보에 주목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결과를 만들어오고, 앞으로 정책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정작 누구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사회적 대화를 광주 지역에서 안정화시켜 가고 있는 과정에 눈길이 가는 것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지금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 방문지로 인천공항공사를 선정해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수많은 논란 속에 구체적 그림이 나오지 않고 있다.

당위론적으로는 방향성이 맞는 것으로 보이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공시생이라는 표현이 생길 정도로 공무원, 공기업 시험에 매달리는 젊은 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채용경로가 달랐던 기존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기회의 형평성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별도의 기관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우회로가 논의되는 것이다. 광주광역시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했을 때도 그런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광주는 직고용을 선택했다.

이 과정의 지난함은 당사자들이 생생하게 증언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한 논의 테이블은 130차례가 넘게 진행됐다. 자칫 중간에 어느 일방이 결렬을 선언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숫자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광주시는 해냈다. “만나서 될 때까지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당사자 모두가 지켰고, 그 과정은 ‘작은 신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되었다.

현재 빛그린산단으로 외화 되고 있는 친환경자동차 및 부품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또다른 도전이다. 빛그린산단은 이미 부지 조성사업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빛그린산단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큰 전제조건은 완성차업체가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가 될 것으로 보이는 완성차업체가 들어온다는 점만 확실해 진다면 자연스럽게 부품업체들이 따라 들어올 것이고, 그렇게만 되면 산단의 성공은 확실해진다.

그러나 지금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물밑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시적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공단만 조성하고 들어올 기업조차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빛그린산단에 대한 회의론은 경험론에 기반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 초기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표현이 ‘4천만 원’과 ‘100만 대’였다. 현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생산규모는 60만 대 수준이다. 새로운 산업단지에 완성차공장을 만들어 100만 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공장 유치를 위한 유인책으로 연봉 4천만 원 수준의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노사 양 당사자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자동차업계는 20여 년이 넘도록 국내에 신규공장을 짓는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 기간 동안 해외공장만을 늘려왔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안정한 노사관계, 임금 부담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노조도 탐탁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기존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에 가깝고, 초봉으로 따지더라도 6천만 원 수준인데 새롭게 만들어질 공장에서 4천만 원의 연봉을 책정할 경우 하향평준화나 물량 이전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 비판론의 골자다.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에서 벌어진 비정규직 남용과 각종 비정상적인 노사관계 등도 경험론적 우려의 근거가 됐다.

광주광역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인 김보현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광주형 일자리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노동권의 축소가 전제가 돼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빛그린산단의 혁신공장이 독일의 아우토 5000을 모델로 한 것인데 독일과 우리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독일의 경우 다년간의 노사 협력의 경험이라는 것들이 축적된 배경이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는 양쪽 모두가 상호 불신이 굉장히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그림이나 지향은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실화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선뜻 받아들이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연봉 4천만 원짜리 일자리라고 하지만 그것은 초기 임금일 뿐 지속적으로 임금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국내 자동차업계의 강력한 노동조합들을 감안했을 때 노조의 조직력 확대의 장이 될 것이라는 걱정도 들린다. 4천만 원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부품업체들의 임금이 동반상승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노사 양측의 이런 우려에 대해 국내에 아우토 5000 사례를 소개하고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해 온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은 “접근법이 잘못 됐다”고 비판한다. 이 소장은 “노동조합 설립이나 노동권의 보장 등은 당연한 권리이고 적정임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경영진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또 노동계의 우려에 대해서도 “기존 기업단위 단협 등을 통해 임금 저하나 물량 이전을 막을 조항을 만들거나, 새롭게 조성되는 산단 차원에서의 사회적 협약을 맺을 수도 있다”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우토 5000은 1990년대 독일 폭스바겐이 판매 부진 등으로 위기에 처하면서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하자 모색한 해법이다. 당시 독일의 실업률이 10%에 달했고, 폭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 지역은 17%를 넘어섰다. 폭스바겐 볼프스부르크공장도 인력을 1만 명 줄였다.

1999년 폭스바겐측이 노조에 제안한 것이 ‘5000×5000’이었다. 별도법인을 만들어 5,000명의 실업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월급여를 5,000마르크로 할 경우 노조가 수용할 용의가 있느냐는 제안이었다. 월 5,000마르크는 기존 폭스바겐 노동자들에 비해 20%가 낮은 임금이었지만 볼프스부르크가 속한 니더작센 주의 지역 협약임금과는 같은 수준이었다. 이 제안을 노조가 받아들이면서 아우토 5000이 유명세를 타게 됐다.

국내에서는 아우토 5000에 대해 노사가 원만한 합의를 통해 임금을 줄이고 일자리를 늘렸다는 ‘미담’ 정도로만 알려지고, 그 후일담에는 관심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아우토 5000 프로젝트는 7년 만에 종료됐다. 기존의 별도법인을 해산하고 이 인원 전원을 폭스바겐으로 흡수한 것이다.

임금과 소속 법인의 차이 등에 따른 노동자 간 갈등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고, 또 새로운 공장의 임금이 꾸준히 상승해 7년차에 가서는 기존 폭스바겐 공장 수준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 노사 모두가 만족해했다. 폭스바겐 사측에서는 기존 공장에서는 도입이 불가능했던 작업체계나 생산방식 등을 실험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경험했고, 노조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이들을 모두 조합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서로 나쁘지 않은 결과로 평가하고 있다.

빛그린산단은 성공모델이 될까

빛그린산단에 기업이 입주할 것인가는 결국 기업의 선택이다. 그 과정에서 광주광역시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이 있겠지만 기업의 결정을 유인할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사회적 압박도 필요할 것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경우 10여 년 사이에 생산규모는 6배, 실제 생산대수는 10배가 늘었다. 하지만 노동자수는 1.57배 느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새로운 공장 설립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요구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더라도 신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 현대기아차는 차세대 주축이 수소자동차가 될 것으로 보고 이에 집중투자해 왔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시장은 전기차가 대세다. 이런 추세는 수십 년 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업체는 세계 내연차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는 2.1%에 불과하다. 1/5 수준인 것이다. 전기차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자칫 휴대폰 공룡이었던 ‘노키아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얘기를 새겨들어야 한다.

빛그린산단의 기업 유치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향후 산업단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광주시는 빛그린산단을 조성하면서 교육, 주거, 육아 등 다양한 사회 인프라를 조성해 전혀 새로운 산업단지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도 새로운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해광 전남대 교수는 “단지 내의 집단적 노사관계 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박 교수는 “각자의 이해를 추구하면서 공통분모를 서로 공유하고 대화를 통해서 결정을 하는 광주형 일자리가 지향하는 산업적 질서를 여기서 실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병규 광주광역시 일자리정책특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특보는 “광주시의 역할은 협력적 거버넌스를 잘 구축하고 그걸 통해서 사회적 대화 활성화와 사회적 합의까지 이뤄내는 것”이라면서 “중앙정부는 산업정책적 지원을 통해 전기차 수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정부가 대통령 공약대로 광주를 친환경 전기차, 미래형 자동차 선도도시로 지정하면서 대중교통과 공공 자동차를 전기차로 교체하거나 충전시설의 충분한 확충. 전기차 구매시 보조금이나 세제혜택 주는 등의 정책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고용이나 노동 면에서는 광주형 일자리가 추구하고 있는 적정한 임금과 노동시간, 원하청간 상생 관계 형성, 노사 모두 각자의 책임감을 높임으로서 기업의 생산성 확대와 지역사회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게 정부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진짜 이해당사자는 누구인가

광주광역시의 실험 내지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우리가 이 과정에 주목하는 것은 당사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가 생각해야 할 지점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를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취재원은 “진짜 이해당사자는 직업이 없는 사람, 입사원서를 50번 100번 써 본 사람들, 그러고도 아직 자기 일자리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희망이 사라진 사회, 다음 세대가 생존을 걱정하는 사회는 결코 유지될 수 없다. 광주광역시는 ‘광주형 일자리는 삶을 응원하는 일자리’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응원 받아야 할 삶은 노동자의 삶만은 아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의 삶일 것이다. 그 답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응원한다.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모든 이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