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민간기업으로 확산 위한 활동해 나갈 것
광주형 일자리 민간기업으로 확산 위한 활동해 나갈 것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1.09 11:17
  • 수정 2018.06.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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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로 찾는 상생의 노사 관계 선택 아닌 필수[커버스토리] ⑥ 당사자로 함께 한 지역사회윤영현 광주경영자총협회 상임이사(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
우리사회는 언젠가부터 당사자는 사라지고 평론가가 넘쳐났다. 지역에서 일자리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면 행정기관인 지방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나머지는 객(客)이 되었다. 노동조합, 경영계, 시민단체, 학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발짝 밖에서 평론을 했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의 당사자는 노동자이고 경영자이고, 그리고 시민이다. 이들 당사자들이 행정의 중심으로 들어가서 방향성을 잡고 실행을 주도할 때 제대로 된 정책의 입안과 시행이 가능하다. 광주가 바로 그 일을 하고 있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윤영현 광주경총 상임이사, 광주시 더나은일자리위원회 실무위원장을 맡은 박해광 전남대 교수, 그리고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비판적인 김보현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의 목소리까지 담았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노사 간의 상생은 어느 한 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프레임으로 작동해 왔다. 이 과정에서 쌓인 불신은 노사 양측의 발전을 어렵게 함은 물론 사회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많은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광주에서 ‘광주형 일자리’ 논의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기존의 노사관계의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실험이다. 핵심은 다시 ‘상생’이다. 허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던 기존의 상생과는 다르다. 노사민정학 각 분야의 대표들이 논의에 함께 한다.

윤영현 광주경영차총협회 상임이사는 광주형 일자리의 실체가 없다는 논란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기반으로 한 노사 간 신뢰 구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오십 보 가다가 넘어지더라도 걸어 간만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앞으로 민간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장과 광주시 더나은일자리위원회 실무위원으로 지역의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먹거리 찾기

광주형 일자리 논의 과정에 참여한 배경과 계기는?

광주의 산업구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돼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으로 인해서 자동차 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지만, 지역에 미래 세대를 위한 먹거리가 없다. 현재 광주 젊은이들의 수도권 유출이 심각하다. 현세대를 넘어 우리 후손들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광주형 일자리 논의는 절실했다. 광주경총은 경영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이지만, 지역사회의 고용과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구성원들과 협력해야한다는 점에서 참여하게 됐다.

중앙차원에 노사정위원회가 있다면 지역에는 노사민정협의회가 있다. 광주경영자총협의회(이하 광주경총)에서 노사민정협의회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노사민정협의회가 좋은 계기가 됐다. 지역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노동계와 만나고 협력하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한국노총으로 대변되는 지역의 노동계와는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광주형 일자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광주형 일자리는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첫째 투자 유치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광주 지역의 산업구조 자체가 열약하다.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니, 이를 기반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 시켜야 하는데, 지난 20여 년 간 자동차업체는 국내에 공장을 하나도 짓지 않았다. 직원들의 높은 연봉이 기업에 부담이었다. 업체들의 투자 유인책으로 사회적 대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을 제시했다. 빛그린산단이라는 친환경 자동차 산단을 구상한 배경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자동차 산업의 중심이 친환경 자동차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많은 언론들이 광주형 일자리를 연봉 4000만 원 일자리로 와전했다. 기존 임금이 반으로 떨어진다는 것도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말이다. 완성차 공장의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이라고 하더라도, 4000만 원이라고 하더라도 청년들에게 충분히 좋은 일자리가 된다. 이는 기존의 완성차 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하향평준화 시키자는 것이 아니다. 별도의 법인을 세우고 혁신공장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의 사례가 있다.

두 번째는 고용환경 개선이다. 지금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은 양극화돼 이중구조로 나뉘어 있다. 광주시는 지난해 말 100% 공무직화를 목표로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다. 생활임금제 도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울러 이 같은 공공부문에서의 시도를 어떻게 민간으로 확산시켜 나갈 지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특성은 노사민정 관계, 특히 노사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 공동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법적으로 노동3권을 제약할 수 없고, 가능하다고 해도 영원할 수 없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법이나 제도로 풀 수 없는 지역의 노동 현안을 사회적 연대와 합의를 통해서 풀어 가보자는 것이다. 사회적 협약을 통해 기업의 인건비, 노사관계의 부담을 줄이거나 조정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이다.

지난 6월 광주 더나은일자리위원회에서 ▲적정임금 ▲적정근로시간 ▲원하청관계 개선 ▲노사책임경영이라는 4대 의제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4대 과제 중 원하청 관계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원하청 임금 차이를 줄인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한국사회의 임금 양극화는 심각하다. 그러다보니 젊은이들은 공무원, 공기업 시험에 매달린다. 공시족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반면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부족한 일손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신한다. 대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 해소는 한국의 전반적인 노동, 고용 문제 해결의 틀이 될 것이다.

노사책임경영 구현으로 노동이사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일본이나 미국식 경영제도 하에서 독일식의 노동자 경영참여를 적용하는데 맞지 않다. 하지만 이 외 임금이나 근로시간과 같은 부분에 대한 광주형 일자리 논의 방향에는 공감한다. 노사가 논의하고 협력해 풀어나갈 문제들이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기업, CEO들의 반응은?

과거 한국노총 광주본부 중심에서 최근에는 민주노총이 함께 참여하는 ‘문화야놀자’와 ‘일일호프’와 같은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을 기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노조들은 이 수익금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연대기금으로 광주시에 기부하기로 했다. 단순한 이벤트성 행사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노사관계를 넘어선 것이다. 노동계에서 오히려 중소기업인들을 걱정해주고, 경영계도 노동계의 어려움을 먼저 살핀다.

그러나 광주형 일자리 정책에 대한 민간기업의 동참은 아직 미진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기업이 얼마나 실천하느냐의 측면에서는 걸음마 단계라고 본다. 앞으로 광주시 더나은일자리위원회 실무위원회에서 광주형 일자리 정책을 기업과 접목시키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산술적 결과보다는 신뢰 쌓는 과정이 중요

광주형 일자리 모델 논의에 참여해 어떤 역할을 하셨나?

광주시 더나은일자리위원회 실무위원회에서는 그동안 큰 담론에 대해 논의했다. 작년에 관련 회의가 한 달에 두 번꼴로 자주 열렸다. 노동계나 경영계나 모두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자기주장만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지역구성원들과 한 자리에 모여 서로 이야기하며 당면한 과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가면서 각자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면서 함께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상론이나 탁상론으로 결론짓지 않기 위해서 기업과 노동계의 현실을 공유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었다.

이 때 많은 제안을 했다. 노동계나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더나은일자리위원회에서 맺은 4대 협약을 잘 실천하는 업체를 광주형 일자리 실천 기업으로 인정하는 인증제도를 만들거나 시상식을 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범 사례를 통해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확산시키고 내용적으로도 보다 구체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실무위원회 참여하고 있는 주체로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올해의 과제는 광주형 일자리를 어떻게 실천적으로 할 것이냐이다.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 사람들은 광주형 일자리의 취지와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들이 광주형 일자리의 효과를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인들이 광주형 일자리 정신에 동참해 보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선 기업 CEO들을 주요 대상으로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광주형 일자리 실현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논의하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광주지역에 대기업의 투자 유치가 이뤄진다면 중소협력업체들이 광주형 일자리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고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 실체가 없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노사민정의 끈끈한 연대 속에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국가 시책 사업으로 선정돼 3000억 원에 달하는 국비를 확보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생활임금제도를 선도적으로 시행하며 여러 가지 노동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부분들도 진행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정신을 담은 정책을 전국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법이나 제도가 만들어 지기 전에 사회적 대화를 통해 그보다 더 나은 여건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 왔다. 실제로 지금 원하청 관계 개선에 일부 대기업이 나서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광주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논의가 기업문화를 개선하도록 충분히 자극을 주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광주형 일자리라는 그동안 어느 정부도 해결하지 못한 노동 관련 갈등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힘을 응집해 내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논의가 시작된 지 3년이 채 안 됐다. 산술적인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보여 달라는 것은 외부에서 너무 조바심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탄탄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면 신뢰를 쌓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쉬운 측면이다.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공통분모 찾자

현재 한국사회에서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이 변곡점을 지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나. 앞으로 노사관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노사는 한 수레에 달린 두 개의 바퀴다. 노동자가 잘 살기 위해서 기업을 죽일 수도 없고, 기업만 잘 살기 위해서 근로자를 죽일 수도 없다. 어느 한쪽이 조금 더 가져가기 위해 갈등하는 관계는 오래 갈 수 없다. 그렇다고 노사 어느 한 쪽이 양보해야한다는 것도 아니다. 노사가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좋은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가치를 담아낸 것이 광주형 일자리다. 현실적으로 광주에서 노사가 연대하고 협력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이것이 문화로 자리 잡아 기반이 갖춰진다면, 지금 당장 창출되는 일자리 수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는 사회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일 말이 있다면?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흔히 가지 않은 길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사실 정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약 3년이라는 기간 동안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논의하면서 각자가 바라는 바의 공통분모가 상당히 많다는 생각을 했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이익집단이기는 하지만 우리 지역에 있는 절박한 현실을 헤쳐나가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광주경총은 지역이 잘 살고 지역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