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위원장의 ‘최저임금 인지부조화론’
김주영 위원장의 ‘최저임금 인지부조화론’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1.1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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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실업·폐업 유발’ 주장에 일침
부정적 여론 확산되면 ‘최저임금 1만 원’ 적신호

1950년대 초 미국의 한 사이비종교 교주의 말세론에 신도들이 전 재산을 내놓고 밤샘 기도에 들어갔다. 교주가 예언한 날에도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신도들은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당신들의 기도 덕분에 세상은 구원받았다”는 교주의 말을 믿었다.

이 사건은 이른바 ‘인지부조화 이론’이 등장한 계기가 됐다. 미국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신문에서 이 사건을 접한 후 한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심리에 관한 매우 중요한 실험을 하니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지원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기초적인 계산 문제를 몇 시간 동안 풀게 하면서 괴롭힌 후 한쪽에는 1달러를, 다른 쪽에는 20달러를 줬다. 그리고 물었다. ‘이 실험이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인가?’

놀랍게도 20달러를 받은 사람들보다 1달러 밖에 못 받은 사람들에서 ‘실험이 과학적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단돈 1달러 때문에 바보 같은 짓을 한 셈이지만, 자신이 결코 틀린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합리화한 것이라고 페스팅거는 분석했다. 즉 사람들이 ‘심리에 관한 매우 중요한 실험’이라는 말을 믿었던 자신을 탓하기보다 현상을 믿음에 끼워 맞춤으로써 심리적 부조화를 해소하려 했다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 김주영 위원장은 16일 오전에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저숙련 노동자의 실업과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해당 이론을 언급했다.

▲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김주영 위원장은 “최저임금과 관련해 노동의 인지부조화를 발견할 수 있다”면서 “한 국회의원이 밥 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이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했는데 그분들의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그리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든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의 지원책이 제대로 적용된다면 헤쳐 나갈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영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언론 보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은 지난해 대비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이다. 최근 아파트 경비, 청소, 편의점, 돌봄서비스 등 일자리가 줄고 물가는 올랐다는 내용의 ‘최저임금 인상 실패론’이 연일 강조되는 추세다. 자영업자들의 폐업 고민을 부각한 기사도 적지 않다. 이를 놓고 최저임금 인상에 비판적인 언론들이 인지부조화 상태에 놓여있다고 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강조되면서 한국노총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경우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자위원들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걱정이 크다”며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 감소나 물가 인상, 폐업 등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흔들리지 말고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