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해고승무원 죽음 내몬 빚, 5%만 갚는다
KTX 해고승무원 죽음 내몬 빚, 5%만 갚는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1.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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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중재로 환수금 극적 해결, 양측 수용키로
승무원들 “감사하다, 빨리 일터로 돌아가고 싶어”

한국철도공사와 KTX 해고승무원들이 이른바 부당이익금 환수 문제를 일단락 지었다. 양측은 KTX 해고승무원들이 철도공사에 지급해야 할 환수금 총액을 원금의 5%인 1억 4,256만 원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16일 오후 전국철도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대전지방법원은 ‘KTX 해고승무원들은 해당 금액을 오는 3월 말까지 지급하고, 철도공사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조정을 권고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권고 결정은 이번 주 중 양측에 전달되며, 이후 2주 동안 이의신청이 없을 경우 조정은 성립된다. 양측 모두 재판부의 권고를 받아들일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철도공사는 KTX 해고승무원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소송(대전지법 2018가합10029)을 포기하고, KTX 해고승무원들은 당초 ILO 등 국제기구에 제소키로 한 계획을 철회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온 데에는 종교계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성공회 등 4개 종단은 “부당이득금 환수에 대하여 철도공사는 장기간 투쟁으로 인한 해고승무원들의 어려운 처지와 비슷한 처지의 채무자들에 대한 사회적 구제조치의 선례를 고려하여, 지급된 임금 총액 원금의 5%를 환수하는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중재안을 냈다. 이들 종교계는 KTX 해고승무원들의 복직을 지지하며 도심 종교행사와 오체투지 등을 함께 진행해 왔다.

▲ KTX 승무원 해고 사태는 4천 일이 넘도록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으나, 이번 환수금 5% 지급 조정 권고로 실마리를 찾을지 주목되고 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KTX 승무원 해고 사태는 지난 2006년 옛 철도유통 소속의 KTX 승무원들에 대해 철도공사가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KTX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했지만, 철도공사는 자회사로 이적하지 않은 승무원 280여 명을 해고했다.

2008년 10월 KTX 해고승무원들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공사가 직접 고용하고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철도공사가 실질적 사용자’라며 KTX 해고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지난 2015년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1·2심 판결 승소로 승무원 한 사람당 철도공사로부터 미지급 임금 8,640만 원을 받았으나, 대법 판결로 ‘부당이익금’으로 바뀌며 철도공사에 돌려줘야 했다. 이 때문에 KTX 해고승무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 KTX열차승무지부는 16일 성명을 내고 “환수금 문제 해결을 위해 물심양면 애써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KTX 해고승무원들은 “여전히 우리는 해고승무원”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안전을 책임지는 당당한 KTX 승무원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