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협동조합이 골치? “협조·보완관계 돼야”
택시협동조합이 골치? “협조·보완관계 돼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1.17 17:55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택노련, 조합원 감소 위기에 연구보고서 발간
협동조합 퇴출만으로 택시 문제 풀기 어려워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은 상충하는 관계인가, 아니면 공생이 가능한가. 최근 택시협동조합 설립 확산으로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질문이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협동조합과 노동조합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방향을 제시한 연구보고서가 최근 발간됐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하 ‘전택노련’)은 지난해 12월 말 법무법인 이산에 의뢰해 ‘택시협동조합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산 측은 전국의 택시협동조합 13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 지역에는 서울, 인천 강화, 대구, 대전, 광주, 경기 화성, 경북 포항, 경주, 전북 전주 등 9곳이 포함됐다. 이 중 대구에만 6개의 택시협동조합이 대상으로 선정되었는데, 이는 대구가 택시협동조합 설립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택시운전기사들이 택시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이유를 ▲낮은 수입 ▲장시간노동 ▲취업 배제 ▲취지에 공감 등 네 가지로 꼽았다. 특히 과도한 사납금과 그로 인한 저임금·장시간노동이 택시협동조합 참여의 핵심적인 이유로 언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택시협동조합 조합원의 직무만족도가 기존 법인택시 운전자들보다 전반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지난 2016년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한국택시협동조합의 직무만족도가 서울지역 법인택시 운전기사들보다 평균 0.8점 높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택시협동조합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기존 법인택시 운전기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직 의사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40%의 택시협동조합 운전기사들은 이직 의사를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협동조합으로 운영돼 (노동조건의)부분적인 개선은 가능하더라도 택시의 생산성이 낮아 본질적인 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택시협동조합의 경우 법으로 금지돼 있는 지입·도급 형태의 운영이 의심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대구택시협동조합의 운영방식에 대해 “조합원이 계약상의 고정금액과 운행에 따른 연료비만 납입하면 마음대로 자가용처럼 운행할 수 있는 제도로 근로관계가 아닌 대여관계가 성립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택시협동조합의 장점이 크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존 법인택시에 종사하던 운전기사 다수가 택시협동조합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노동조합 조합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택노련이 연구용역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는 이 같은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 전택노련은 지난 2015년 한국택시협동조합이 설립될 당시부터 택시협동조합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보고서는 전택노련의 위기의식에 대해 “노동조합은 협동조합과 보완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예 노동조합이 택시협동조합 설립의 주체가 되는 방안도 제시됐다. 택시협동조합에 문제점이 있다면 노동조합이 직접 나서서 제대로 된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는 뜻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