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대표자회의 참석 에워싼 조급함
민주노총의 대표자회의 참석 에워싼 조급함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1.2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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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참여’ 보도에 “1월 중 참여 어렵다”
어렵사리 물꼬 튼 사회적 대화, 여유를 갖자

민주노총(위원장 김명환)의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석 시기가 오는 31일이 유력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민주노총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설득’, ‘8년 2개월 만에 복귀’ 등의 표현과 함께 구체적 날짜가 언급되면서 김명환 위원장은 26일 조합원 담화문을 내고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 25일 오후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어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여를 결정했다. 이날 중집에서는 대표자회의 참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에 따른 내부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문성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하자”며 지난 11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제안한 논의기구다. 한국노총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노동계), 한국경총 회장과 대한상의 의장(경영계), 고용노동부 장관과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정부)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같은 제안을 민주노총이 받아들일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 불참을 선언한 후 19년째 복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경우 2004년 첫 회의와 2009년 단 두 차례 참석했다. ‘8년 2개월 만의 참석’은 2009년 단위사업장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등의 사안을 논의했던 대표자회의에서 비롯된 말이다.

무엇보다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는 민주노총 내부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현존 사회적 대화기구인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불신이 상상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2월 노사정위원회에 복귀 안건이 올라왔던 대의원대회는 폭력 사태로 얼룩지며 ‘트라우마’로 남았다. 이번 9기 집행부 선거에서도 한 후보를 제외하면 “노사정위원회 복귀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명환 위원장도 같은 입장이다.

노사정위원회, 또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민주노총의 ‘과민반응’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1998년 IMF 외환위기에 대응할 목적으로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도입을 수용하는 대신 노동기본권 보장에 관한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대부분 뒤늦게 지켜지거나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가 정리해고제 도입을 위해 민주노총을 들러리 세웠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민주노총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조직 내부에 깊이 스며든 불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여를 결정했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사회적 대화기구의 위원 구성, 의제, 운영방식, 심지어 명칭까지 포함하여 그 어떤 개편 내용도 수용하겠다”고 말해서다. 기존의 노사정위원회 해소까지도 염두에 둔 채 사회적 대화기구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민주노총이 25일 중집 후 배포한 보도자료의 행간에는 자칫 대표자회의 참여 결정이 곡해되어 불필요한 논란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노사정위원회의 해소를 전제로 한” 것임을 강조했다.

또 민주노총의 대표자회의 참여의 첫 번째 조건으로 “사회적 합의기구를 위한 논의가 아니라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 논의임을 분명히 한다”고 내걸었다. 서로 다른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는 의미의 ‘합의’와 의견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의 ‘대화’ 또는 ‘협의’는 다르다는 얘기다. 노사정위원회가 ‘협의’기구임에도 사실상 ‘합의’기구로 운영돼 온 전례에 비춰 볼 때 이 부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26일 ‘우려를 불식하고 당당하게 교섭하고 투쟁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위원장 담화문에서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노사정위원회가 아니며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도 아니다”라고 재차 밝혔다. 그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관련 개악이 일방 강행될 경우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재논의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민주노총이 지난 25일 중집에서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여를 결정한 것은 맞지만, 그 시기를 확정하지는 않았고 여전히 변수는 많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참여 시기는)노사정위원회와 협의할 문제”라며 “1월 중 참여는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집으로부터 참여 시기 결정 권한을 위임받은 김명환 위원장은 오는 2월 6일 정기대의원대회를 앞두고 지역본부 현장순회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