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노사정대화 참여 멀고도 험한 길
민주노총 노사정대화 참여 멀고도 험한 길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2.0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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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대화 “안 돼” 의견 여전
구성원들 간 충분한 논의 뒤따라야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6일 오후 KBS 아레나홀에서 제66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끌려갈 것인가, 주도할 것인가. 사회적대화를 두고 다시 설전이 오갔다.

지난달 31일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노조 안에서 2018년도 교섭 기조에서 ‘사회적대화’를 삭제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6일 오후 KBS 아레나홀에서 제66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다시 쟁점은 '사회적대화'

두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2018년 사업계획 및 예산 승인’ 건에 대한 노조 집행부의 보고 직후, ‘2018년도 교섭 기조’와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 부분에서 언급된 ‘사회적대화’ 문구에 대한 대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민주노총은 회의자료에서 ‘2018년 교섭 기조’로 “사회적대화를 포함한 산별교섭 및 협의, 업종별 교섭 및 협의, 노정교섭 및 협의, 지역별교섭 및 협의, 기업단위 경영참가 등 중층적 교섭을 추진‧전개한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지금 상황에서의 사회적 대화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정책 관철을 위한 합의를 압박하는 수단이던 이전의 그것과는 배경이 다른 측면은 있다”면서도 “소위 사회적대화는 조직 노동의 양보를 압박하는 양상으로 전환될 독소적 가능성도 내재돼 있다”고 명시했다.

금속노조 소속 손덕헌 대의원은 “독소조항이 내재돼 있다고 보면서 교섭 기조에 사회적대화를 포함해선 안 된다. 지금도 노사정위원회 홈페이지에는 IMF경제 위기 때 김대중 정부가 정리해고를 가능케 한 정책과 이명박 정권의 노동개악을 성과로 올려두고 있다”며 “협의와 합의는 어떤 점에서 다르고, 독소조항은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전교조 소속 김현옥 대의원은 최근 김명환 위원장의 노사정 대표자회의 참석 여부를 중앙집행위원회회의에서 결정한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장이 위원장 후보 시절 노사정위원회 참석은 하지 않겠다고 한 점을 언급하며 공약 위반이라고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참여한 노사정 대표자회의의 구체적인 논의 내용과 앞으로 구성될 새로운 노사정대화기구를 통해 민주노총이 어떤 의제를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잇따랐다.

이에 대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위원장 선거 당시 제안한 부분은 두 가지였다. 대의원대회에서 이미 결정한 바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할 수 없음과 그 이후 이른바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함께하는 새로운 대화 기구를 제안한 것”이라며 “새로운 형식적 틀이 만들어 지는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 한상균 위원장 석방과 장기투쟁 사업장과 관련된 민주노총의 요구를 위해서 먼저 큰 의미에서 정부와 대화라는 물꼬를 트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대통령과의 면담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노동계와 경영계가 논의할 의제를 제출하면 대표자 회의와 실무 회의를 준비하겠다는 것에만 의견을 모았을 뿐 어떤 의제도 정한바 없다”며 “사회적대화만으로 우리 사회의 모순 또는 거대한 악을 없앨 수 없다. 완강한 투쟁과 당당한 교섭을 통해 더 큰 힘을 만들어 가야한다. 다만 교섭과 투쟁을 병행하는 노동조합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사회적대화는 한 축”이라고 말했다.

사회적대화 문구 삭제안 수정동의

김 위원장의 답변에도 사회적대화에 대한 민주노총 내부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회의를 시작한지 5시간을 넘어선 오후 7시 30분 경, 2018년 교섭기조에서 ‘사회적 대화’라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는 수정동의안이 제출됐다.

수정동의안 찬성 발언에 나선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 김수억 대의원은 “노사정위원회, 대표자 회의로 표현되는 사회적대화에 대한 과거의 경험이 있다”며 “1998년 노조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한 결과로 소위 정리해고 파견법이 통과됐다. 2006년 노사정위 복귀를 두고 당시 집행부는 지금과 똑같이 말했지만, 이후 파견법 규약과 교섭창구 단일화 등 수많은 악법이 강행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촛불항쟁의 주역이었던 우리의 지도부 한상균 전 위원장과 이영주 사무총장 석방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대화 분위기를 운운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비정규직 제로화를 말하며 촛불항쟁의 주인공임을 자임하고 있지만, 공공부문에서도 정규직 전환 결과는 좋지 않고 민간영역은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모멸감을 느낀다”며 “김명환 위원장 믿지 못하는 것 아니다. 사회적대화는 새 집행부가 책임질 수 없고 위원장에게 책임을 지게 해서도 안 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수정안에 대한 거수 투표에서 투표 대의원 618명 중 192명(31.1%)만이 찬성해 부결됐다. 비록 그 의견이 과반을 넘지 않았지만, 민주노총 내부에서 과거 경험으로 쌓인 노사정대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신은 여전함이 확인됐다.

이후 만들어질 새로운 사회적대화 기구에 민주노총이 참석할지 여부는 대의원대회를 열어 다시 대의원들이 결정해야 한다.

한편 지난 31일 열린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각 대표들은 새로운 사회적대화 기구 구성을 위한 위원 구성과 의제 운영방식, 명칭 등 한정된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