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 그 후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 그 후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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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원칙보다 앞선 상황논리…민간으로 확산 고민·의지도 부족
[리포트]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 할 게 없어, 결정된 내용이 있어야지”

지난달 5일 인천공항에서 10년간 일한 청소노동자를 만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사 합의문을 발표한지 10일째 되던 날이었다. 떠들썩하게 소식을 전한 언론과 달리 현장 노동자의 반응은 담담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합의문은 큰 틀에서 정규직 전환 대상과 방식만 정하고 있다. 채용전형방식과 임금, 복리후생 등의 세부적인 내용은 다시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공사와 개별 협력업체들과의 계약해지도 풀어야할 숙제다. 지난달 오픈한 제2여객터미널에서 일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계약기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2020년이 돼야 공사의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사 직접고용 대상자 선정에 대한 비판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 이후 남은 쟁점을 짚어봤다.

절반의 성과, 반쪽짜리 합의

현장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연내 비정규직 1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환호성은 7개월 만에 안도와 탄식으로 엇갈렸다. 그해 12월 26일 인천공항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안이 마련됐다. 1만 명 중 3,000여 명은 공사가 직접고용하고, 나머지 7,000여 명은 공사의 자회사(별도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안이다. 소방대와 보안검색, 항공기 조류 충돌 예방 업무를 하는 이들은 전자에, 공항운영과 시설·시스템 관리 분야 종사자들은 후자에 포함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절반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의 직접고용을 주장해왔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상시·지속업무 종사자의 정규직 전환은 기본이며, 직접고용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공사는 애초부터 800명 정도를 직접고용 규모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공사가 직접고용을 최소화하고 자회사를 통해 ‘무늬만 정규직’화하려 한다고 비판하며, 지난 8월 중순에 이르러서야 어렵게 구성된 노·사·전문가협의회 탈퇴까지 선언했었다.

이런 노사 간 대립구도 속에서 ▲직접고용 850명 경쟁채용→3,000명 전환채용 ▲7-10개 자회사→2개 별도회사 ▲직접고용과 별도회사 간 차별 방지 내용 포함 ▲(가칭) ‘인천국제공항 노사공동운영협의회’ 구성 등을 담은 합의안을 한계 속의 일정 성과로 봤다.

반대로 그간 노사전위원회에서 꾸준히 논의해 온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비정규직본부와 공공산업희망노동조합은 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초기 협의과정에서 생명·안전에 직결되는 업무라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던 운항·항행시설, 시스템 안전관리 업무자들이 공사 직고용 최종 대상에서 누락된 것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노사가 합의했다는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방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어 공사가 반쪽짜리 합의를 내세워 정규직 전환을 강행할 것이 아니라 원칙을 바로 세워야한다고 지적했다.

고용 전환원칙 세울 기회 못 살려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지적에 민주노총 노조도 동의한다. 그러나 공사에게만 잘못을 묻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인다. 근본적으로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의 공백 때문이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의 일반 원칙으로 명시한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전환 ▲생명·안전 업무 직고용 ▲청년 선호 일자리 경쟁 채용 등이다. 이 밖에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공공부문 마다 꾸려지는 노·사·전문가협의회 논의에 맡겼다.

그간 생명안전 업무 범위에 대해선 전문가들 안에서도 이견이 컸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두 개 기관의 중간용역결과, 직접고용 대상 규모는 6배가 넘는 차이를 보였다. 정규직 전환대상 9,838명 중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은 854명(9%)을,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5,353명(60%)를 직접고용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각 직종이 왜 생명안전 업무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부족했다. 광범위하고 다양한 공항업무 자체의 특성이 공론의 장 형성을 어렵게 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처음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며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뒷전으로 밀린 채, ‘노사’ 또는 ‘노노’ 간의 힘겨루기 구도로 협의가 진행됐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언론보도도 한몫했다. 실제로 공사의 정규직 전환 안이 나오기 약 한달 전, 공사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노조들은 서로 고성을 주고 받으며 갈등을 그대로 드러냈다. 노노 갈등에는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뿐만 아니라 비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 간 조직화를 위한 신경전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과연 합리적인 생명·안전 업무란 무엇인지 사회적 화두를 던지고, 심층적인 논의를 이끌어야 할 언론사들은 구성원들의 대립 구도만 전하기 급급했다.

한국노총 노조는 공사 측에 최종 합의안의 기준에 대한 납득할만한 이유를 설명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공사는 협의할 사항에 따른 어려움이 있음을 호소할 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연내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정일영 공사 사장이 해가 바뀌는 시점에서 다수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결성돼 있는 민주노총의 직접고용 대상 확대 안을 급작스럽게 받아들이게 됐고, 이 과정에서 기존에 협의된 사항을 번복해 손바닥 뒤집듯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과 직군을 바꿨다”며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한 상황이 얽혀 있음도 지적한다. 이와 함께 인천공항이 현 정권의 핵심 정책 제1사업장이라는 점, 지난 18일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오픈 일정 등도 작년 말 정규직화 안을 도출하게 된 주요 배경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도 “인천공항공사는 그동안 경제적 위기를 겪으면서 양산된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용원칙을 정립한다는 측면에서 다신 없을 기회였다”며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되는 이들에게 납득할만한 기본 원칙이나 기준을 명확하기 수립하지 못한 채, 상황논리 하에서 찾은 타협점이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후 정규직 전환이 진행될 공공부문과 민간영역에서도 상황논리가 우선돼 자회사 전환이 확대 적용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도 덧붙였다.

간접고용 해법으로 떠오른 ‘자회사’

한국노총 노조는 공사 직고용과 자회사 전환에 따른 차이 때문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생명·안전업무라는 원칙을 바로세우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 상황에서 이 같은 한국노총의 입장에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은 모회사 직접고용과 자회사 소속 정규직 전환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한 방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파견, 용역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조직규모, 업무 특성을 고려해 기관별로 직접고용, 자회사, 사회적기업 등의 전환 방식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참고할만한 사례와 경험이 얼마나 축적돼 있는지를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직접고용과 자회사 방식 중 후자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

자회사는 상법상 ‘모회사가 자회사 발행주식의 절반을 초과하는 주식을 소유한 경우’라고 규정돼 있다. 즉, 공공부문의 자회사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이 출자한 기업을 말한다. 공공부문이 맡은 업무를 위탁받아 하는데, 자회사 임원은 본사가 임명하고, 정원의 변동과 보수체계에 대해서도 본사가 감독한다. 그러나 본사 직접고용이 아닌 원거리 고용이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요구할 수는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자회사 고용과 파견·용역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의 차이는 무엇인가. 실제로 안정적인 위탁관계를 운영한다는 점 이외에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앞서 자회사 소속 정규직 전환에 대해 노동계가 우려를 표한 이유이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이후 지속적으로 정규직 전환에 자회사 방식을 포함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자회사 방식은 실질적인 노동조건의 결정권은 원청이 가지면서도 원청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식”이라며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사합의로 자회사 전환을 추진하게 되더라도 매우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회사 전환 대립 아닌 논리로 논쟁해야

이남신 상임활동가는 흑백논리로 판단하는 자회사 방식에 대한 논의는 경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자회사는 용역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간접고용에 불과하다거나, 역으로 간접고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직접고용은 어렵고 자회사 방식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식의 접근을 예로 들었다. 논쟁이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는 이유이다.

이어 자회사 방식과 간접고용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자회사 방식도 구조조정으로서의 자회사와 직접고용의 과도기적 형태로서의 자회사로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천공항 자회사의 경우 노사 협의 사항으로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고, 기재부의 입장에서도 추가로 드는 비용 없이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전에 논란이 자회사 방식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작년 말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합의안에는 노사가 노사공동운영협의회를 구성해 자회사로 전환된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고용안정 수준이 공사로 직고용된 노동자보다 낮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전환은 직접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파견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무의 지위명령이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들 간의 소통문제가 업무효율성 저해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은 지금부터 고민해야할 지점이다. 아울러 이중적인 관리구조를 유지함으로서 부가세 지출과 같은 비용에 대한 문제도 뒤따를 수 있다.

자회사 내 노사교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원청이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자회사 소속 노동자들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사실상 용역업체 소속일 때와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나 임금인상이라는 부분이 많이 개선되는 것은 사실이나, 자회사 소속 정규직화의 한계도 뚜렷한 셈이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방안 마련을 위한 시간이 더 있었다면 지금보다 나아졌을까. 이에 대해 이 상임활동가는 “시간의 문제보다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자세와 역할의 한계가 더 컸다”며 “정부가 청와대를 포함한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두고 정규직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고용 원칙을 분명하게 세우고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력 받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어떻게 민간으로 확산시킬 것인가 더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고민과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이 개정돼야 하는 법률적인 변화와 함께 대통령이 행정력을 활용해 민간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분위기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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