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4개 무기계약직 노조 뭉치다
고용노동부 4개 무기계약직 노조 뭉치다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2.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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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갈등 유발하는 사측에 ‘단일노조’로 맞서야
[인터뷰] 고용노동부 무기직 노조 통합

 

▲ 사진 왼쪽부터 이상원, 최동준, 김승주 공동위원장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소속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고충조차 마음 편히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20개에 달하는 무기계약 직렬을 안고 있음에도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상향평준화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노조 간의 갈등을 방관하고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작년 11월 고용노동부 무기계약직 노조 세 곳이 ‘고용노동부노동조합’으로 뭉쳤다. 지난달 10일 ▲김송주 (공공노련 고용노동부 상담직노조 위원장) ▲이상원 (전 공공연맹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원노조 위원장) ▲최동준 (공공운수노조 고용노동부지부 지부장) 공동위원장을 만났다.

고용노동부 소속 무기계약직 노동자 수는 작년 말 기준 2,200명이 넘는다.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

▲ 최동준 (전 공공운수노조 고용노동부지부 지부장) 공동위원장

최동준 고용노동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고용센터 또는 지방청에서 일한다. 구인·구직상담을 비롯한 일자리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상담원 비율이 전체의 70%를 넘게 차지한다. 이외 전문위원, 산재사무원, 기금관리원, 청원경찰, 비서 등 소수직렬들도 많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상담원의 경우도 ▲일반 ▲전임 ▲책임 ▲선임 ▲수석으로 구분되는 직업상담원과 단시간직업상담원, 자립지원직업상담사, 취업지원명예상담원 등으로 다양하게 나뉜다. 고용노동부 행정직 공무원인 상담직과 구분되지만, 현장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다.

왜 이렇게 직렬이 복잡하게 나뉘나?

이상원 사업의 형식으로 사람들을 채용한다. 취업지원분야 인력이 필요하면 구인상담원을, 직업능력분야 인력이 부족하면 훈련상담원을, 민원실업무가 바쁘면 고객지원실민원상담원을 채용하는 식이다. 사업비를 가져와 다양한 직렬을 만들었다. 정확하게 따지면 20개가 넘는다. 예산 항목을 만들면서 인력을 막 늘리다보니, 동일한 일을 하는 노동자인데도 임금이 나오는 예산출처가 제각각이다.

사업별, 예산별 인력운영 방식이 문제인가?

지금 따질 문제는 아니다. 현재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의 원인이다.

고용노동부는 복잡한 직렬을 통합하거나 단순화하면서 근로조건을 상향평준화 시켜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직렬간의 갈등을 유발한다. 노동자는 2,200여 명인데 직렬을 중심으로 노조가 늘어나면서 6개나 됐다. 고용노동부는 소수노조끼리 다투든 말든 과반이 넘는 다수노조라는 이유 하나로 교섭을 독단적으로 진행한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보여선 안 되는 가장 나쁜 면을 고용노동부가 민간에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들의 문제도 있었다. 어떻게든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서로 이해하는 척하면서 다른 직렬의 갈등과 어려움에는 조용히 침묵했다.

노노갈등 넘어 권리 찾기 위한 통합

조합원들의 직렬이 서로 다른 3개의 노조가 ‘고용노동부노조’로 통합한 이유, 계기는?

현재 ▲공공노련 고용노동부 상담직노조 ▲공공연맹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원노조 ▲공공운수노조 고용노동부지부 3명의 대표가 ‘고용노동부노동조합’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통합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다. 전국여성노조 자립지원상담사지회도 조직 변경 절차가 끝나는 대로 함께할 예정이다. 지난 11월에 이미 4개 노조가 뜻을 모아 고용노동부노조 설립 필증을 받았다.

김송주 노노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고용노동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워낙 많은 직렬로 나뉘어져 있다 보니 ‘을과의 전쟁’ 중이다. 각 노조들이 당면한 불합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대와 협의를 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하지만 다투지 않으면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몫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한계에 직면했다.

작년 여름 공공연대노조(전 공공비정규직노조 고용노동부지부)가 파업을 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과 처우가 차별적인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당시 900명에 달하는 과반 조합원을 확보한 공공연대노조와 내가 속한 상담직노조가 공동교섭대표노조였다. 그들은 한여름 뙤약볕 아스팔트위에서 힘들게 파업을 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고용노동부 무기계약직 직렬은 과거 정부의 시간제, 유연근무제 정책과 당면한 상황에 따라 늘어났다. 노동자들이 만든 문제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바로잡지 않음으로써 노노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연대노조는 일반직상담원들 중심으로 조직됐는데, 이들의 기본급 등은 직업상담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낮다.

노노갈등을 이용하는 사측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결국엔 단일노조로 뭉치는 것이 답이다. 고용노동부는 노조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 각 직렬이 서로 상이한 차별적 처우를 바로잡아달라고 하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파이는 하나’임을 강조한다.

▲ 김송주 (전 공공노련 고용노동부 상담 직노조 위원장) 공동위원장

이는 올해 설 명절상여금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정부가 중앙행정기관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식대와 명절상여금은 모두 동일하게 주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때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4개 부처를 따로 언급하면서, 공무원과 유사동종업무를 하고 있으니 공무원처럼 본봉의 120%를 명절상여금으로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정작 고용노동부는 다른 행정부처 무기계약직들이 80만 원을 받으니 그것만 주겠다고 한다. 예산 편성지침과 다르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무기계약직 본봉의 120%라고 하면 평균 200만 원 정도다. 단순 계산이지만 1인당 120만 원의 예산이 남는다. 고용노동부는 교섭대표노조가 어디가 되든지, 2018년 임금교섭에서 남는 예산에 대한 논의를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노동자 과반을 조직하고 있는 공공연대노조가 요구해온 기본급을 올리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절상여금으로 편성된 예산은 취지대로 사용하고, 격차와 차별을 줄이기 위해선 별도의 예산을 받아야 한다. 상여금이 기본급으로 편성되는 것은 당장 좋은 듯 보이나 결국 명절상여금이 줄어드는 조삼모사이다. 노동자들은 사측에 휘둘려 하나의 파이를 두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예산을 반영하라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

물론 직업상담원의 태생인 단시간근로직업상담원(고용노동부 상담직노조), 직업상담원 외 소수직렬(고용노동부지부) 등 각 직렬에 따라서 서로 바라는 내용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동시에 비공무원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즉, 정당한 대우는 한 목소리로 이야기할 부분도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일하는 비공무원 노동자들의 처우는 상당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 복지, 수당, 승진 등 모든 기준을 공무원에 맞춰 정하기 때문이다. 비공무원 노동자들의 위한 기준은 상황에 따라 땜질식으로 만들었다. 입직 경로는 다양하지만 하나의 노조로 모여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인식을 공유하면 공통 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

복지차별 철폐·인력관리시스템 구축·비전 제시

앞으로 고용노동부노조가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요 사업이라면?

고용노동부노조의 첫 번째 중요한 원칙은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후상박을 기본원칙으로 모든 직렬의 복리를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다. 직무 난이도나 직무급에 대한 평가에 따른 기본급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을 제공해 받는 기본적인 복지는 누구나 똑같이 받아야 한다. 공무원과의 불합리한 차별은 논외로 하더라도, 같은 무기계약직 노동자들 안에서도 약 40%정도는 복지제도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위한 고충처리 시스템 만드는 것이 두 번째다. 공무원 조직 안에서 비공무원들이 고충을 말하기란 쉽지 않다. 전국에 90개가 넘는 고용센터에 한 명씩 흩어져 있는 소수직렬 경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무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건의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고충처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 이상원 (전 공공연맹 고용노동부 직업상담원노조 위원장) 공동위원장

아울러 비공무원들을 위한 전체적인 인력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이때 현장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무원들의 사고와 기준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하달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고용노동부는 무기계약직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고 있다. 2015년 생긴 일반상담원이라는 직렬이 그 단적인 예이다. 당시 직렬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부족해 기존의 직업상담원(전임-책임-선임-수석) 체계에 포함시키기 어렵게 되자, ‘일반’이라는 하위직급을 만들었다. 일반상담원 직렬은 3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직업상담원 규정에도 없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 ‘고용노동부’가 이 정도이니 다른 중앙부처의 상황은 오죽하겠나.

마지막 세 번째는 비전이다. 지금 나의 노동의 가치가 미래에 어떻게 이어질지 예측이 가능해야한다.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 말이다. 인사관리에서의 승진은 노동법상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년간 비전을 싹둑 잘라버렸다. 고용노동부가 2007년 고용상담원들을 상담직공무원으로 전환한 뒤, 남은 사람들이 전임 이상의 상담원들이다. 이들 중 지금까지 승진을 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무기계약직 노동자 과반을 조직하고 있는 공공연대와의 통합이 관건으로 보인다. 공공연대와의 통합 논의 진행 상황은?

지난 시간 동안 노조 간에 서운함이 쌓였다. 과반노조로 교섭대표권을 가지고 있는 공공연대에게 통합은 당장의 과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안에 하나의 노조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공공연대와도 논의해 나갈 것이다.

교섭권은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교섭권을 갖지 못하더라도, 언제까지 200~300명씩 따로 나뉘어 있을 것인가. 뭉쳐야 힘이 생긴다. 당장 단일노조가 어렵고, 고용노동부노조만으로 교섭권을 획득하지 못하더라도 올해가 아니면 내년, 내후년이 있다. 함께 요구해야하는 기본적인 부분부터 목소리를 내고 바로잡아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