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헌만큼은 국민이 주인 되고 노동이 주역 되어야"
"이번 개헌만큼은 국민이 주인 되고 노동이 주역 되어야"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2.2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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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노동개헌 토론회 개최
'노동헌법' 의제화 노력 필요성 확인
▲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노동헌법개정 국회토론회가 20일 국회의원회관 2간담회실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주최로 정승일 사무금융노조 정책연구소장이 진행을 맡았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사회 화두인 양극화, 불평등 해소를 위해 이번 헌법 개정은 노동이 존중받는 헌법이 되어야 한다”며 “토론회가 노동을 기초로 하는 헌법 개정의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축사를 맡은 이인영 의원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등의 정신이 헌법 개정 과정에는 별개가 되는 그런 상황을 극복하고 싶었다”며 “이번만큼은 국민이 개헌의 주인이 되고 주역으로 노동이 나서는 국면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헌법개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에 노동 관점에 기초한 가치가 빠져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토론회가 출발했음을 밝힌 것.

발제는 김선수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과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이 맡았으며, 토론에는 황승흠 국민대 법대 교수,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논설위원,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 및 현 정의당 노동본부장이 참여했다.

김선수 위원은 발제를 통해 87년 헌법 체제의 한계와 노동헌법 개헌 방향에 대해 짚었다. 김 위원은 “87년 헌법에는 노동 존중의 관점이 부족하고 국민들은 노동에 대한 무관심과 배제, 적대적 분위기가 있다”며 “노동3권 보장 수준이 국제노동 기준에 비추어 현저하게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노동3권 조항에 그 목적을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라고 제한한 부분, 모든 공무원의 노동3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 등 노동3권 보장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헌법 개정 과정에서 다양한 내용이 추가 되면서 현실적 보장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는 것.

또한 전문에 ‘노동 존중’ 가치 명시, ‘근로’, ‘근로자’ 호칭의 ‘노동’, ’노동자’로의 변경, ‘일할 권리’ 명시 등 개헌특위에서 이뤄진 다양한 논의가 김 위원을 통해 소개됐다.

신인수 법률원은 발제를 통해 민주노총에서 이뤄지고 있는 개헌 논의를 소개했다. 신 법률원은 “근대 헌법이 묻는 세 가지 질문이 있다”며 “국민으로서의 보장, 시민으로서의 보장, 노동자로서의 보장에 대한 질문이 있는데 87년 헌법이 마지막 질문에만 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선제, 지방자치제 등 참정권을 보장 받았고, 신체의 자유 실질화, 언론, 출판 등의 자유 제도화에 따라 시민권도 보장받았는데, 노동권만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

또한 신 법률원은 “민주노총 개헌안의 핵심은 근대 헌법의 완성과 최소한의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헌법 그리고 사람 존중, 실질적 평등 실현에 있다”며 “현재 한국노총과 협의중인 안이 늦어도 3월 초에는 나와서 노동헌법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 법률원이 소개한 민주노총 개헌안의 6대 요구는 ▲노동3권의 온전한 보장 ▲비정규직 사유제한, 대기업 직접고용 책임 명시 등 일할 권리 보장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영리화 금지 및 공공성 유지의무 ▲적정한 노동소득분배율 유지의무 및 노동자의 이익균점권 복원 ▲ 불로소득에 대한 공적통제 및 토지공개념 명시 ▲연동형 비례 대표제 도입 명시 등이다.

▲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한편 토론에 참여한 황승흠 교수는 “노동3권에 한해서는 제헌헌법이 제일 낫다”며 “그간 1948년 제헌헌법 제정 때 노동운동이 해 놓은 것을 다 잃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개정을 통한 목적 규정 등의 추가로 제헌헌법에서 규정한 노동3권 보장이 훼손됐다는 것.

또한 황 교수는 “사회주의 헌법에는 노동3권이 없다”며 “우리가 노동3권을 강조하는 것도 이 체제에서 노동자는 손님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회자 정승일 소장 역시 “(노동3권 논의에) 보수세력은 좌파니 사회주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럴 땐 제헌헌법은 이승만이 만든 것이라고 반박한다“며 “제헌헌법에 보장된 그 조문 대로 돌아가자고만 해도 여론전에서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근로자 호칭 논란에 대해서도 황 교수는 변경이 필요함을 인정하면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은 단어보다 연대의 정신”이라며 “근로자 호칭이 47년 당시 근로대중으로서 농민을 포함한 더 큰 개념이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론에 참여한 박성국 논설위원은 “현실적으로는 ‘목적 조항’ 빼는 것이 가장 절실하지만 한편으로 언어라는 게 중요하고 그래서 ‘노동’ 표현 변경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헌법 개정 후에 법률에서도 (‘노동’ 표현으로) 개정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염두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개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토론에 참여한 김영훈 본부장은 “촛불 이전에 탄생한 의회 권력과 촛불 이후 탄생한 대통령과의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라며 “다시 파도처럼 촛불이 일어나서 이것이 국회이며 일터이며 헌법이냐고 외쳐야 하는데 여기에 누가 마중물이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수 세력의 개헌 저항이 거센 만큼 실질적으로 비제도적 운동 정치의 힘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발제자 신인수 법률원 역시 “그간 헌법개정에 공통점이 딱 하나 있다면 매번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현실적으로 개헌은 어려우니 도움이 될만한 조그마한 논의라도 있다면 뛰어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본부장은 “대단히 희망적인 것은 여론조사에서 개헌 필요성에 다수가 공감하고 있고 특히 20대는 권력구조 논의보다 기본권 향상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라며 “여기에서부터 희망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