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20주년 토론회, 노동이 주체되는 사회적 대화 강조
노사정위 20주년 토론회, 노동이 주체되는 사회적 대화 강조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2.2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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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적 대화 위한 다양한 의견 펼쳐
최장집 교수 "노사관계가 민주주의에 걸맞게 변화해야"
▲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22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위원장 문성현, 이하 노사정위)의 주최로 노사정위원회 20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포용적 노동체제의 비전과 새로운 사회적 대화, 노사정위원회 20년을 넘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문성현 노사정위 위원장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는 정부가 중심이 아니라 노사가 주가 되어야 한다"며 "포용적 노동체제는 노동이 주어가 되어 능동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노동체제"라고 밝혔다.

또한 문 위원장은 "노동 의제는 여러 가지 의제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가장 중심적인 사회적 의제"라며 "조직되지 못한 주체까지도 아우르는 사회적 대화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한국사회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라 일컬을만 하다"며 "그간 정치 영역에서 노동의 요구와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의 역할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노동 있는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교수는 "국가와 재벌이 결합하여 한 축을 이루고 노동을 배제한 것이 그간 한국 사회의 구조였다"며 "정치적으로 노사관계가 민주주의의 이름에 걸맞는 것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토론은 김장호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른바 '헬조선'으로까지 일컬어지는 우리 사회 경제사회 문제의 핵심에 한국의 노동문제가 자리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존중사회 실현해야 한다"며 "다만 노사정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의 폭넓은 의견수렵과 소통, 협력이 이루어져야 실현 가능한 만큼, 사회적 대화는 이를 위해 핵심작동기제"라고 밝혔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뒤이은 발제를 통해 "사회적 대화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과거와 다른 정치적 지형과 조건이 있어 희망은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참여와 이에 이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실질적 합의 및 결과 도출이 과거 역사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촛불 혁명 이후 변화한 정치적 지형 아래에서 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노 교수는 "우선적으로 국가 기구 내부에서의 저항으로 정책 기조가 변질되거나 후퇴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성공한다"며 "어렵겠지만 이런 나라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는 확고한 의지를 모아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왼쪽부터),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장호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명준 노사정위 수석전문위원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토론에 나선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 그 취지는 노사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각 주체들이 무엇을 얻거나 쟁취하기 보다는 양보와 대화로 이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은 "단기적 일상 갈등을 풀기위한 게 아니라 담대하게 큰 차원에서 논의하여 노사정을 중심으로 한 이들이 역사에 이름이 남았으면 좋겠다"며 "그 주체들만 논의를 주고받는게 아니라 사회 모든 부문이 함께 나서서 교섭을 맺는 사회적 교섭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노사정위를 보면 남성, 50대, 대기업, 엘리트, 서울 중심의 사회였다는 것을 느낀다"며 "여성, 청년, 비정규직, 소상공인, 지역 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어떤 활동가에게 사회적 대화 관련한 논의와 개념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사자인 여성, 청년, 비정규, 자영업자들이 알아들을 법한 이야기로 대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토론을 맡은 박명준 노사정위 수석전문위원은 "'노동 없는 민주주의'와 그간 사회적 대화 기구의 작동 방식 등이 바로 낡은 통치성이라고 본다"며 "새로운 통치성이란 노동이 주어가 될 수 있는 통치성이며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이고 사회적 대화 기구는 그를 이루기 위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장호 교수는 토론을 마무리하며 "지금의 균열된 일터, 분단된 시장, 찢어진 연대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총체적 개념으로 문제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포용적 노동 체제를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이와 관련한 의제를 찾아가야 할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 김 교수는 "노사정위원회는 허브의 역할을 하되 원심력의 작용을 일관성 있게 통제하기 보다는 전체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음 한다"며 "논의 내용도 너무 모든 것을 다 다루겠다는 욕심보다는 적정한 선을 지킬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