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성희롱 피해 직원 “사찰당했다”
서울교통공사 성희롱 피해 직원 “사찰당했다”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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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실 직원, 근무지 찾아 동향 캐물어
공사 “사찰 아닌 정례적 복무기강 점검”
▲ 송옥주 의원과 서울지하철노조 등은 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서울교통공사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이날 피해를 당한 직원 A는 직접 발언대에 올라 감사실이 자신을 사찰한 정황을 밝혔다. 현재 그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 송옥주 의원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가 사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안일한 대처로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감사실 직원이 설 연휴를 앞두고 피해 직원의 근무지를 찾아 사찰까지 벌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에 따르면, 해당 감사실 직원은 피해 직원 A씨가 근무하는 역 동료 직원들에게 A씨의 행적과 동향을 물었다. 이날 송옥주 의원과 서울지하철노조 역무지부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교통공사 감사실 직원의 행위를 A씨에 대한 ‘사찰’로 규정하고, 공사와 서울시에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A씨는 지난 1월 성희롱 가해 직원 B씨가 인접 역의 센터장으로 부임하자 인사명령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근무하는 역이 다르더라도 같은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데다 교차점검 업무를 할 경우 마주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비판이 일자 서울교통공사는 수일 만에 해당 직원을 소사~원시 간 복선전철 운영을 맡은 자회사의 상급 관리자로 전출시켰다.

A씨는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려 사건의 전말을 폭로했다. 문제의 사건은 2011년 9월의 일로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밤늦은 시각 가족들과 음식 준비를 하던 중 B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씨는 술에 취한 채 A씨를 향해 대뜸 “○○대빵아 똑바로 일해”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당시 무심결에 외장스피커를 켜놓았던 A씨는 남편과 초등학생 딸 아이 등 온 가족이 듣는 가운데 심각한 모욕감을 느꼈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불면증과 불안감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B씨는 평소에도 술자리에서 여직원을 지칭할 때 여성의 성기를 속되게 이르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당시 서울메트로)는 B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B씨는 노동위원회에 서울메트로 측을 제소했다. 노동위원회는 징계 수위를 ‘2개월 감봉’으로 낮췄다. 그때까지만 해도 서울메트로 사규에 성희롱에 관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감봉 조치는 B씨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였다.

5일 기자회견에서 A씨는 직접 발언대에 올라 당시 받았던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가해자가 옆 역으로 발령받아 오면서 7년 전 악몽이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며 “인사발령을 철회해주길 바라는 간곡한 호소를 사측은 끝까지 묵살하다가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면피성 발령 조치가 겨우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A씨는 최근 감사실 직원이 이른바 ‘사찰’을 두고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려운 이상 철저한 외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명절에 복무기강 확립 차원에서 점검을 한 것이며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B씨에게)3~4년간 주요 보직을 맡을 수 없도록 인사 상 불이익을 줬다”고 말했다. 감사실 사찰 증언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A씨 외에도 서울교통공사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제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송옥주 의원실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공개를 꺼려 밝힐 수는 없지만 몇 건의 제보가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송 의원 측은 “조직 내에서의 요구는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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