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청소노동자 투쟁 장기화 조짐 보여
동국대 청소노동자 투쟁 장기화 조짐 보여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3.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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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정계∙시민단체 등 모여 기자회견
3・8 여성의날에 집단삭발식 예정
▲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노조탄압 의혹을 받고 있는 동국대학교의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조(이하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 소속 청소노동자 47명이 37일째 24시간 농성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학교 측과의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 노조 측은 개강 이후에도 학교 측의 협상 태도에 진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일반노조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시민사회와 함께 학교 측 노조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울일반노조와 윤소하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법률사무소 새날, 동국대학교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및 동국대 재학생과 졸업생 등의 공동주최로 이뤄졌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선국장은 “37일째 47명의 노동자들이 철야농성을 하고 있고 오늘 아침까지도 대체인력들이 들어와서 갈등이 있는 등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며 “3∙8 여성의날에 18명의 노동자가 집단삭발식을 할 예정에 있는데 이런 상황까지 가는 것이 가슴 아프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김 국장은 “직접고용이 좋겠지만 우선은 양심적인 용역업체 고용을 재입찰 공고라도 하라는 것”이라며 "또한 8명의 정년퇴직자 자리를 신규고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47명의 서울일반노조소속 노동자들은 지난 2월부터 고려대, 연세대 병원에서 고용되어 노조 탄압 의혹을 받았던 용역업체 태가비엠의 퇴진과 8명의 정년퇴임자 신규고용을 요구해 왔다. 설 명절을 끼고 이어진 노조와 대학 측의 갈등은 제대로 된 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려왔다.

동국대 청소노동자 김다임 서울일반노조 부위원장은 "나이 먹은 사람들이 찬 바닥에서 먹고 자면서 농성하고 있다”며 “우리 조합원 중 3명은 다쳐서 병원에 있다가 나오기도 하고 자식 같은 이들에게 욕도 먹고 맞기도 한다”고 밝혔다. 감정 격양으로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김 부위원장은 “12년째 일하면서 이런 수모는 처음 당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고령 여성으로 지난 2월에는 남성 교직원들과의 충돌에서 노동자들이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동국대 졸업생 임세환씨는 “세계 여성의 날, 동국대 본관 앞 팔정도에서 대부분의 고령 여성이신 노동자들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것만은 막아달라”며 “1학년 1학기 불교학개론 때 배웠던 불교의 팔정도(八正道)의 가치를 학교에서는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 역시 “지혜, 자비, 정진을 교훈으로 삼고 있는 동국대가 정도(正道)를 걷지 않고 오히려 부정한 방식으로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종현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는 “용역업체는 기본적 노무관리만 하고 실질적 청소구역, 인원 배치는 학교에서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실질적 근로감독 역할을 하는 학교는 부당노동행위 주체가 될 수 있고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선국장 역시 “결국 이 모든 것은 간접고용, 파견법의 폐해”라며 “이 문제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 업무지시 및 근로감독을 원청인 동국대가 맡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고용전환 없이는 실질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총장님이 스님인 학교에서 이렇게 까지 문제를 악화시키고 시간을 끌어 민초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연봉 1억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노동존중은 받을 수 있도록 동국대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